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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소담유리 Jul 22. 2020

“ 농촌학교는 스트레스 안 받아.”

아이들의 힐링 장소, 농촌 학교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가 "엄마. 여기 대리초등학교는 스트레스 안 받아!"라며 농촌 초등학교 체험을 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곧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아이가 캠프를 통해 일주일간 미리 초등학교 체험을 했는데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한껏 업 된 목소리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이의 얼굴은 이야기 내내 웃음꽃이 피어 있었다. 얼굴에서부터 그날의 즐거움이 묻어 나오는 걸 보니 너무나 흐뭇했다.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문득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거다!" 나의 머릿속에 별똥별 하나가 떨어졌다. 남들보다 에너지가 두 배, 늘 관심받기를 원하는 아이, 위험한 행동을 거침없이 하는 남자아이. 자기주장이 강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이... 이런 내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학교생활을 할 수만 있다면, 이 아이가 상처 받지 않고 학교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이제 8살.. 너무 어린 아이라 부모 곁을 떠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마음이 쓰였지만 나는 아이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농촌 유학을 보내며 내가 아들에게 해준 말이 있다. "아들. ‘농촌 유학’ 가서 공부 안 해도 돼.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고, 마음껏 뛰고, 웃고,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엄마 봐. 엄마는 스트레스 많이 받으니까 너희들한테 화도 많이 내고, 가끔 나쁜 말도 하고, 아프잖아... 엄마는 네가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엄마인 나의 바람은 딱 하나! 내 아들의 마음이 행복해지는 것이다. 아마 모든 엄마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의 행복을 가장 원할 것이다.     


 그렇게 첫째 아들은 전라도 임실의 대리초등학교에 입학을 했고, 유학 센터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 내심 걱정을 많이 했는데 농촌 생활을 하면서 아이는 참 많이 달라졌다. 우리 아이의 트레이드마크(trademark)인 소리 지르는 것도, 뛰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것도 많이 좋아진 것이다. 아이 스스로가 느끼고 변화했다는 것이 참 놀라웠다.


유학 센터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처음 센터에 입소했을 땐 집에서 했던 것처럼 행동을 해서 제재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예상했던 일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점점 농촌 학교와 그곳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면서 아이는 변하기 시작했다. 매일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에너지 분출을 하며, 많은 스케줄을 소화해 나가면서 서서히 조용해졌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본인이 가지고 있던 에너지를 그날그날 다 소모해 버릴 만큼의 활동을 하니 그만큼 소리 지를 여력이 없어 조용해졌을 것이라고 했다. 도시의 생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녀오고, 태권도장에서 한 시간의 수업을 받고, 놀이터에서 2시간이나 놀고 들어 왔을 때도 지치지 않고 집에서 뛰고 소리 지르던 아이였는데... 정말이지 큰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농촌 유학 생활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변화가 아닌가 싶다.     


농촌유학 중 시장보기


 아이를 학교에 입학시키고 한 달 만에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면담이라기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우리 아이의 단점을 문제 삼아 말씀해 주시리라 생각했다. 가기 전 미리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굳은 마음으로 선생님을 대면했다. 내가 먼저 아이의 단점을 말씀드리며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음을 표현했다. 선생님의 반응이 좀 달랐다. “어머니, 아이들은 어른들이 참고 기다려주면 본인 스스로가 느끼고 달라집니다.” 선생님의 첫마디부터 가슴에 꽂혔다. 그동안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도시의 선생님들께서는 다른 아이들의 엄마들이 불편해하기에 아이를 진정시켜주기를 바라시며 항상 심리센터의 치료를 권유하셨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얼마나 속상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른들이 참고 기다려주면 된다는 말은 정말이지 눈물 나게 고마운 말이었다. 이어 아이들이 소리 지르고 뛰는 것은 아이이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며, 에너지가 넘쳐서 그러는 것이니 학교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 된다고 하시며 “저는 아이들을 많이 놀려줘요. 노는 걸 잘하는 아이들이 나중에 공부도 잘하거든요.”라며 큰 학교 운동장이 있으니 문제없다고 하셨다. 내가 아이의 산만함을 문제 삼자, 그것은 그동안 자유롭게 지내던 아이가 이제 겨우 8살이 되어 학교에 들어와 규칙을 익히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아직은 천방지축 어린아이임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내가 가장 걱정하고 있는 아이의 폭력성을 말씀드리니, 문제가 되기는 하나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에게도 조금씩 보이는 것이 폭력성이고, 아이들 스스로가 서열을 정할 때까지 다치지 않도록 지켜봐 주면 된다고 하셨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의 단점인 울고 떼 부리는 것에 대해 심각한 표정으로 담임선생님의 조언을 구해보았다. “어머니. 울고 떼 부리는 것은 모른 척하는 게 제일 좋아요, 본인 의사에 맡겨두면 어느 순간 ‘아~이게 안 되는 거구나...’하면서 본인 스스로가 생각하고 느끼게 되면 멈추게 돼요.” 선생님과 운동장 한편의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아이가 뛰어왔다. 엄마인 내게 어리광을 부리면 안겼다. 그 모습을 보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선생님도 안아 줘야지?” 하며 팔을 벌리셨다. 아이는 많이 안겨봤다는 듯 선생님께 안겼다.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좋았다. 선생님은 아이를 진심으로 안아주셨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어머니, 아이는 걱정 마세요. 잘 적응하고 있고, 어른들이 잘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있어요” 라며 멀리 떨어져 있는 아이를 걱정하는 나를 안심을 시켜 주셨다. 나는 면담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힘들어했던 모든 부분을 선생님을 통해 다시 배우게 된 것이다. 그전에 봐왔던 선생님들과는 많이 달랐던 그 말씀들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닿았다. 참 좋은 선생님이시고, 참 좋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엄마 학교’라는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다.     


「아이는 멀리 바라보고 길러야 한다. 믿고 기다려주고, 잘하는 것을 찾아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고, 자라는 동안 원 없이 놀게 해줘야 한다. 빈둥빈둥 쉬는 것마저도 삶의 윤활유가 된다. 살아가면서 놀 줄 알고 쉴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공부나 일보다도 그런 것을 먼저 익혀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다.」두 아이의 육아를 통해 얻는 지혜와 깨달음을 고스란히 담아내신 서형숙 작가님의 ‘엄마 학교’의 내용이다.     


 첫째 아이를 키우는 8년 동안 우리 아이에 대해 이렇게 칭찬을 들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면담을 하는 내내 기분이 참 좋았다. 선생님의 말씀 속에 그동안 아이의 문제점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이 어른들이 기다려주지 않아 아이를 문제아로 만든 것이라는 부분은 정말 가슴 아팠다. 나조차도 뭐든 문제가 생기면 아이 탓만 했으니 반성해야 할 부분들이 많았다. 면담을 통해 아이에 대해서도, 어른인 나의 자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가 농촌의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음이 너무나 감사했다.      



 농촌으로 유학을 보내며 내가 걱정하고, 생각했던 것보다 지금의 농촌 학교생활이 우리 아이에게 줄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게 컸다. 아이를 위해 기다려 줄 수 있는 어른들이 있는 곳, 아이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곳, 엄마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곳, 내 마음대로 내 성향을 펼쳐 보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농촌 유학 생활을 한다. 이곳이라면 아이도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느 날의 나의 선택이 잘 못 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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