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통이다~샤덴프로이데

김정운, '가끔은 정말 격하게 외로워야 합니다'

by 그럼에도

p. 187


'상처'나 '아픔'을 뜻하는 '샤덴 Schaden'과 '기쁨'을 뜻하는 '프로이데 Freude'가 합쳐져 만들어진 '샤덴프로이데'는
한국어로 '쌤통이다' 혹은 '고소하다'와 같은 표현으로 번역할 수 있다.


건강하지 못한 정서가 이토록 명확한 개념으로 존재하는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고 유럽의 다른 나라 사람들은 비난한다. 그러나 남의 고통을 즐거워하는 일은 시기심이라는 보편적 정서와 깊은 관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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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실험에서도 시기심과 샤덴프로이데의 관계는 잘 확인된다. 독일에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자신보다 성적이 훨씬 훌륭한 친구가 약품을 훔쳤다고 의심을 받는 경우와 성적이 나쁜 친구가 의심을 받는 경우에 대한 피험자들의 심리 상태를 비교했다.


자신보다 성적이 좋은 친구들이 의심을 받을 때, 피험자들은 훨씬 더 고소해했다. 스스로가 시기심이 많다고 생각하는 학생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 심했다.


연예인을 쫓아다니는 팬들의 심리를 잘 들여다보면 질투와 샤덴프로이데의 양면성이 잘 드러난다. 무명의 연예인이 성공하고 정상의 위치에 올러 스타가 될 때까지 팬들의 환호와 후원은 엄청나다. 그러나 그 연예인이 정상에 오른 순간부터 팬들의 마음은 돌아서기 시작한다. 스타의 '극적인 몰락'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한다. 스타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아주 사소한 일들에 대해서도 욕설을 퍼붓는 악플러는 대부분 한때 그 스타의 열렬한 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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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의 활동을 SNS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방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된 팬들은 이제 자신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지 않는 스타들을 괴롭히며 그들의 고통을 즐긴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스타들은 이러한 샤덴프로이데의 희생양이 될 각오를 해야 한다. 스타는 팬들의 시기심과 열등감이 샤덴프로이데로 바뀌는 그 순간을 위해 소비되려고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아주 오래전에 우연히 서점에서 봤었다. 몇 장을 읽어보고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았었다. 바로 책을 내려놓았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이제야 공감이 되었다. 한참의 시간 동안 쌓인 경험들을 통해서 책 속의 문장을 마음으로 읽게 되었다.


샤덴프로이데! 남들의 아픔이나 좋지 않은 소식을 '뒷담화'라는 이름으로 어디에서나 듣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특히 회사 사람들처럼 공식적인 관계보다도,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 같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샤덴프로이데라는 감정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다른 책에서도 이와 비슷한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책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한 거야'저자는 'Frenemy'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프레너미는 친구 freind와 적 enemy의 합성어로, 곁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행복을 빌어주는 진짜 친구인지, 친구라는 이름으로 머물지만 시기와 질투를 남발하는 적인지 알 수 없을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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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면 가끔 묘한(?)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원래 금수저라고 하는 특정한 집안이나 이미 다른 사람들보다 한참 위라고 여겨지는 '넘사벽'이라고 느껴지는 사람에게는 대개는 그다지 열등감을 느끼지 않는다. SNS 사진 속 과시하는 자랑과 인증샷에도 '좋아요'를 누르거나 호응하면서도 배 아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동질감을 가진 사람이나, 나보다 아래라고 여겼던 사람이 위로 올라갔을 때,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배 아파한다. 배보다 마음이 아파한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잠시 흔들리는, 어떤 힘든 순간이 찾아왔다고 고백하면 다들 겉으로는 위로하면서도 속으로는 샤덴프로이데를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작가나 카피라이터의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만드는 표현이 있다. 즉 본질을 꿰뚫어서 글로 담아냈다. 이상하지만 무심코 넘겼던 장면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남과의 비교는 나쁘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샤덴프로이데를 느낀다. 오랜 친구라며 아꼈던 친구가 알고 보니 '프레너미'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한다.


살아간다는 건 이래저래 마음을 다치기 쉬운 길을 걷는 것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는 한 줄 문구로 올린 마음 챙김의 글에 '좋아요'가 수만 개 눌리고, 서점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제목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 순위 안에서 오래 머무르는 것이 아닐까?


p. 315

그림을 공부하기로 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훌륭한 결정이었다. 주체적 삶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인생의 주인이 돼라'라고 무수한 자기 계발서들은 한결같이 주장한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론은 제시하지 않는다. 주체적 삶이란 그렇게 주먹 불끈 쥐고 결심한다고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 중략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을 관심의 대상과 목표가 있어야 주체적 삶이다. 우리가 젊어서 했던 '남의 돈 따먹기 위한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다.


자아실현은 공부를 통해 구체화된다. 공부야말로 가장 훌륭한 노후 대책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우리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를 겪고 있는 일본이나 다른 서구 국가들이 수없는 시행착오 끝에 내린 고령화 사회 대책은 공부다! '평생학습'개념도 고령화 사회라는 맥락에서 나오는 거다. 그래서 요즘 서구의 실버타운은 가능한 한 대학과 같은 교육 시설 근교에 짓는다. 교육기관과 연계한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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