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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21. 2023

레이오버 때 만난 '플링(Fling)' 친구

그리스 아테네, 첫 레이오버 여행지

그리스, 레이오버 때 만난 ‘플링(Fling)’ 친구

처음으로 ‘레이오버(Layover) 여행’을 도전하였다. 이집트 카이로를 떠나, 여행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잠시 멈춰 선 곳은 ‘그리스 아테네’였다. ‘그리스?’, ‘경유 10시간?’ 체크인을 하려고, 항공권을 자세히 살펴보니 경유지는 가보고 싶던 땅인 ‘그리스’였고, 레이오버가 가능한 시간이었다. 평소였으면 아무리 경유 시간이 길어도 공항 밖을 나선 후에 도심까지 가는 과정이 번거로워 쳐다보지도 않았을 테이다. 하지만 그리스는 이번 여행의 후보지에 있었지만, 아쉽게 포기해야 했던 곳이다. 더군다나, 아테네 공항에서 갈 수 있는 해변도 있었다. 그렇기에 첫 레이오버 여행을 할 가치가 충분했다. 그리스로 향하는 하늘 길 내내, 공항에 도착한 후 해변으로 향하는 시뮬레이션을 몇 번이고 돌려보았다. 레이오버 과정에서 혹시나 다시 출국할 때,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등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안전하게 출입국 관리자한테 레이오버에 관해 여쭤보았고, 관광 안내소에 가서 해변으로 향하는 교통편도 꼼꼼히 알아보았다. 이미 카이로를 빠져나올 때, 공항 직원에게 레이오버가 가능하다는 말을 거듭 들었지만 말이다. 


이날 향하기로 한 해변은 ‘Paralia Avlaki’이다. 아테네 국제공항에서 택시 기준,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다. 택시를 타고 다닐 계획은 아니었지만 대략 한 시간 정도의 기다림 끝에도, 버스가 오질 않아 결국 해변에서의 시간을 돈 주고 사기로 했다. 훌륭한 선택이었다. 전날, 카이로에서 더위를 먹고 제대로 잠을 못 잔 고된 하루의 여파로, 택시에 타자마자 푹 잠이 들었다. 기사님의 목소리에 깬 나의 눈앞에는 하얀 파라솔이 차분한 해변에 펼쳐져 있었고, 그 틈 사이로 잔잔한 바다가 일렁였다. 그 바다는 ‘Del mar’ 카페와 마주 보고 있었다.  고민할 필요 없이, 그 카페로 향하여 미리 챙겨둔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선베드에 자리를 잡아 두 발을 쭉 뻗었다. 이 순간을 하늘에서 몇 번이고 그리며 기다렸다. 미리 시켜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전 날 밤, 카이로 친구가 생일이라고 만들어 준 수제 쿠키를 먹으면서 그 순간을 만끽했다. 이제는 더 이상 탈 곳이 없는 피부에 선크림을 잔뜩 바른 채,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바다 노래를 들으면서 잠을 자는 순간을 말이다. 바다는 선선했던 날씨에 조금 추웠지만, 새로운 바다를 만나기 위해 머리까지 푹 담가 보았다. 깜짝 놀랐다. 보들보들한 촉감의 모래가 발에 밟히는 바다였다. 처음 느껴보는 촉촉한 바다였다. 지금까지 만났던 모래 바다는 바닥에 조개껍질 등이 많아서 무언가를 밟지 않기 위해 피해 다녀야 했다. 또, 부유물과 모래는 바다를 탁한 색으로 물들였다. 하지만 이곳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이 너무 차가웠던 탓에 물속에 오래 있지는 못했지만, 요 며칠 잠시 바다에 못 들어갔던 몸 곳곳에서 희열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선베드로 돌아와 해변에서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고 있는 그리스인들을 보면서 새삼 신기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계속 바다에서 시간을 보냈었고, 전날까지는 이집트에 있던 사람이 하루 만에 '그리스'라는 새로운 나라에 와서 레이오버를 해변에서 즐기고 있는 나의 모습이 말이다. 이 바다와는 아주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아무 생각 않고 실컷 즐겼던 ‘플링(fling)’과 같은 우정을 맺으며 깔끔하게 인사하고 헤어졌다. 마지막 바다 여행지로 향하는 다음 비행기가 기다리고 있기에. 


레이오버 10시간은 해변을 즐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플링의 우정을 공유한 'DEL MAR' 카페와 ‘Paralia Avl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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