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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22. 2023

다시, 그리고 새로 만난 계절의 안시

프랑스 안시, 다시 만나 반가웠던 친구

Intro. 프랑스 안시, 다시 만나 반가웠던 친구

‘프랑스 안시(Annecy)’는 두 번째였다. 한때 프랑스인들이 은퇴하고 살고 싶은 지역 중 한 곳이었던 이곳은 기가 막힌 알프스 산맥과 맑은 호수를 간직한 보물 같은 땅이다. 3개월 전, 쌀쌀했던 4월의 호수를 바라봤을 땐, ‘여름에 다시 와서 꼭 이 맑은 물에서 수영하고 싶다.’라는 꿈을 그리며 여행했다. 어디를 바라봐도 아름다운 안시의 풍경을 한없이 느끼며 말이다. 비록 물 안에서의 추억은 없었지만, 물 밖에서의 추억은 많았다. 특히, 호수 밖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해준 ‘따뜻함 백 스푼’을 먹은 덕분에, 첫 안시 여행의 모든 순간이 따뜻함으로 데워졌다. 안시 호수처럼 마음이 넓고 기분 좋은 편안함을 간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실제로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과 인연이 닿았다. 


추웠던 어느 날, 슬슬 한식을 먹고 싶어 안시에서 유일했던 한식당, ‘오손도손’을 찾아갔다. ‘아니? 이곳에 한식당이 있다고?’ 지도를 몇 번이나 의심하며 여러 대형 공장을 지나던 중 한글로 쓰여 있는 ‘어서 오세요’ 표지판을 발견했다. 동시에 입구에서 잠시 영업을 준비하고 있던 언니들의 남달랐던 환영을 받았다. “어머! 어서 오세요~! “ 찰나에 ‘나 안시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핑하고 맴돌았다. 서로 잠깐의 대화였지만, 밥을 먹기도 전에 몸속에 좋은 에너지가 100% 완충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날, 딱히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음에도, 어떤 사람의 에너지가 타인에게 전달되는 건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배워왔다. 잠깐에도 한 사람이 지닌 긍정적인 기운은 타인에게 순식간에 전해져, 상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 이 힘을 지닌 언니들과 맺은 인연을 통해, ‘나도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삶의 활력소’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만나며, 오손도손 표 김치찌개 한 그릇을 뚝딱 끝냈다. 


영업을 마치고, 감사하게도 ’N 언니(안시 엄마)’와 ‘C(안시 아빠)’께서는 처음 보는 여행자에게 구석구석 안시의 매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셨다. 잊지 못할 기억들을 만들어 주시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기존의 난 한없이 작아지고 꿈과 배움은 더욱 커졌다. 지난번 안시에서는 그들의 삶에 살짝 녹아들었다면, 그들과 안시의 여름이 보고 싶어 다시 찾아간 이번 안시에서는 이들의 삶에 풍덩 빠져버렸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우리는 한결같이 서로의 정, 사랑, 응원을 마음에 한가득 담고 있었고, 이 마음은 앞으로 쉽게 변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단단해졌다. 감사하게도, 민낯 그대로인 안시 자체만으로도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안시는 정말 반가웠고, 더할 나위 없이 푸근한 마음을 선물해 주었다. 지금부터, 다시 만나 반가웠던 친구 ‘프랑스 안시’의 물과 쌓은 우정을 하나씩 꺼내어 보려고 한다.


다시, 그리고 새로 만난 계절의 안시
'오티움 (Otium)’으로 ‘유유자적‘이다. 비생산적인 것에만 몰두하며 영혼과 정신을 높이 갈고닦는 시간을 가리킨다. 독서와 철학, 명상, 친구들과의 대화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오티움과 반대되는 말로 '네고티움'이 있다. 네고티움은 분주함을 의미한다. 바쁘게 하는 일, 시간표와 스케줄 및 의무와 제약으로 이루어진 삶이 네고티움에 속한다.’ (141p)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본격적인 유럽의 여름을 다시 만난 안시에서  맞이했다. 제네바에서 버스를 타고 안시로 도착하자마자 향한 곳은, ‘Plage des Marquisats’였다. 올해 4월 첫 안시 여행을 마무리하고, 3개월간 여러 바다와 우정을 쌓고 다시 찾은 안시는 그동안 뜨거운 여름으로, 나는 뜨거운 바다 여행자로 변해있었다. 날씨 말고는 달라진 것 없는 아름다운 안시는 새로운 계절의 영향인지, 곳곳에 더욱 활기가 돋고 있었다. 안시의 물속과 첫 만남을 맺었던 ‘Plage des Marquisats’ 해변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마치 윈도우 배경화면 중 광활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복제해 둔 그림을 보는 듯했다. 호수 뒤로 우뚝 솟아있는 거대한 산은 홀로 너무 튀어 보이지 않았다. 바로 밑에 흐르고 있는 잔잔한 호수와 호수를 바라보며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조합이 거대한 산과의 간극을 좁혀주었기 때문이다.


아직 이곳에 있는 나의 모습이 믿기지 않는 마음과 함께 안시의 호숫가로 뛰어들었다. 물 위를 휘저으며 앞에 보이는 안시의 산맥을 바라보면서 서서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 온다고 약속했던 안시와 약속을 지켰네, 정말로.’ 수영 후, 초록색으로 덮인 잔디밭에 커다란 수건을 깔고 앉아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불현듯 지금 느끼고 있는 유럽 해변의 문화가 익숙해진 나의 모습을 깨닫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바다여행의 시작 지였던 포르투갈에서 생애 처음 맞이하는 개성 있는 해변에 신기해했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때를 떠올리면, 점점 가벼워지는 몸에 닿는 햇볕을 받을 때 느꼈던 그 자유로움 등 모든 것이 새로웠던 기억이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는 해변을 떠올리면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보이는 유럽 해변의 모습이 먼저 떠오른다. 한국의 빽빽하고 갑갑한 해변이 아닌, 몸과 마음이 가볍고 물과 자유롭게 닿을 수 있는 해변의 모습말이다. 그렇게 나는 또다시, 자유로움을 느끼며 두 번째 안시 여행의 시작을 열었다. 


이제는 머릿속에 해변을 생각하면, 안시와 같은 자유로움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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