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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22. 2023

Lac d’ Annecy에서 첫 패들보트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Lac d’ Annecy에서 첫 패들보트

‘탈루아’에 다녀온 오후, N 언니와 안시 센터에 위치한 호숫가에서 우리나라에 있는 오리배와 같은 패들 보트를 운전하며 데이트를 즐겼다. 안시에서 몇 년 동안 살면서 한 번도 타보지 않았다는 N 언니와 어렸을 때 타봤던 것으로 추측되는 나의 두 운전자 조합으로 안시에서의 첫 패들 보트를 함께 하였다. 해가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하는 시간대인 덕분에, 호숫가에 빛나는 윤슬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며 운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죄송하게도 마감 시간 40분 전에 탑승했기 때문에 멀리까지 나가보지 못했지만, 패들 보트와 호수 수영을 즐기는 것엔 문제없었다. 후다닥 패들을 밟고 앞으로 나아가며 빠져들 장소를 찾아보았다. 잠시 후, “이 정도가 괜찮겠다, 혜미야 얼른 뛰어 들어가!” 시간이 다소 촉박한 탓에, N 언니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으며 깔깔 웃으면서 그대로 그림 같은 물속에 풍덩하고 빠졌다. 무언가를 특별히 하지 않았음에도, 행복할 수 있는 이 환경이 참 좋았다. 그저, 물속에 있는 이 순간이 즐거워서 서로 원 없이 웃고 떠들며 수영하였다.


속성으로 30분 패들 보트를 즐기고 잔디밭으로 나와 몸을 말리며, ‘한국에서 오리배를 탄다면 지금처럼 행복한 감정이 들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한국에서는 오리배를 타러 가도, 항상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며, 도중에 수영하는 건 일절 금지일 것이고, 애초에 수영하고 싶은 수질이 아닐 터이다. 그동안 한국의 해변 문화, 관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바다 여행을 하면서, 또 어디에서나 수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안시를 만나면서 시야가 한층 더 넓어졌다. 어느 곳이든 깨끗한 물이 있다면 지루할 틈이 없이 삶을 재밌게 보낼 수 있겠다는 것을 느꼈다. ‘미래에 과연 난 어디에 살고 있을까?’ 궁금해하며, 눈앞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맑은 하늘, 호수처럼 따듯하고 밝은 N 언니와 행복했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물과 노는 게 제일 재미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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