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없을지라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 등대 같은 친구
‘우리에게도 삶을 밝게 비춰주고 당당한 등대가 필요하다. 이런 등대가 있으면 일이 풀리지 않고 답답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등대는 위로를 해주기도 하고 모범이 되기도 하며 자신 있는 가치를 상징한다.’ (135~136P)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위 문장의 뒤를 따라, ‘인생을 이끌어 주고 손을 내밀어 위로가 되어주는 등대들을 목록으로 정리해 보자.’라는 구절이 이어진다. 책 속에서 던지는 질문이 있다면 보통 백지를 펼쳐두고, 바로 대답을 정리하여 끄적이는 편이다. 이번에도 평소처럼, ‘나에게 등대 같은 존재는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며 끄적였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배신하지 않고, 등대처럼 묵묵히 그 자리에서 날 지켜줄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렸다. 사람과의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입장으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나의 등대는 몇 되지 않았다. 몇 되지 않는 사람들 마저도 신뢰가 깨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씩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존재도 있었다. 바로, ‘나라와 몇 바다’이다. 마음의 등대는 꼭 사람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래서 언제나 날 밝게 비춰주고, 도움을 주고, 위로해 주고, 모범이 되어주고, 행복하게 해주는 나라 ‘헝가리’가 생각났다.
2년 전, 처음 헝가리에 갔을 때 ‘부다페스트’의 도시가 주는 분위기와 감정에 사로잡혀, 이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갖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략 2년 정도 흐른 후, 다시 찾아간 헝가리에서 한달살이를 하며 꿈을 이루었다. 동시에, 이 나라에서 일을 하며 정착해서 살고 싶다는 새 목표를 갖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지내고 있다. 다들 여행하면서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어보면, 늘 ‘저는 헝가리를 옛날부터 좋아해서요….’라고 운을 띄운 후에 상대가 좋아할 거 같은 다른 여행지를 추천해 준다. 헝가리가 좋다는 말에 대다수는 헝가리에 뭐가 있는지, 심지어 나라가 어디인지 등 잘 모르는 눈치를 보인다. 그러면 자연스레 동유럽 국가 중 하나라고 설명을 붙여주며, 서로 대화가 통하는 다른 나라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직은 사람들에게 낯선 곳인 ‘헝가리’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느낌이 있다. 수도인 ‘부다페스트’의 야경만 보고 다음 여행지로 바삐 이동하는 여행자들은 느낄 수 없는 감정이다. 헝가리는 편안하고, 아늑하고, 따듯하고, 정겨운 공기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운이 좋게도, 이번 여행에서는 헝가리 살이를 하면서 방방곡곡 바다여행을 할 수 있었고, 이 매력에 날이 갈수록 빠져들었다.
그래서 등대 같은 존재를 떠올릴 때 헝가리의 지명이 불쑥 머릿속에 튀어나왔다. 실제로, 이미 등대의 역할을 해주었고, 지금도 등대 같은 친구이다. 대표적인 예로, 장기 여행 중 가장 지쳐있었던 ‘이집트’에서 ‘헝가리’는 곧 있으면 돌아갈 수 있는 땅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늘 위로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힘들 때 돌아가고 싶은 곳은 한국이 아닌 ‘헝가리 부다페스트’였다. 아플 때, 가장 그리웠고 보고 싶었다. 얼른 헝가리로 돌아가서 아늑했던 숙소에 편히 누워있고 싶었고, 항상 다니던 수영장에 가서 원 없이 수영하고 싶었고, 보고 싶던 친구들과 하루를 수다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간혹 주변 사람들이 “헝가리는 바다도 없는데, 왜 이렇게 헝가리를 좋아해요?”라고 물어본다. 그럴 때면, 별다른 이유 없이 바다가 없을지라도 그냥 그곳이 좋다고 대답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다. 앞으로 ‘다양한 나라의 바다와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유일하게 헝가리에서 얻기 때문이에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헝가리는 바다가 없을지라도, 언제나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만의 등대 같은 존재이다. ‘등대 같은 친구, 헝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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