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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미 Oct 22. 2023

여행 끝, '바다 여행자'가 되어 있었다.

에필로그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 에필로그

국내든, 해외든 워낙 혼자 여행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터라 이번 여정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도 덜 했다. 하지만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해 보자면 자만심을 갖고 있었다. 여러 나라를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할 때 깨달았다. 그동안 스스로를 은연중에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여행 중, 어려운 순간이 덜컥 찾아올 때면, 스스로 잘 해결하며 나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히려 한없이 작아지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작은 존재였다. 그때마다 물로 향했고, 물은 그런 나를 꼭 안아주었다. ‘기분이 안 좋은 나’ 일 때도,’ 좋은 나’ 일 때도 나의 기분과 상관없이 물은 한결같이 넓은 마음으로 대해주었다. 무거운 어깨와 마음을 갖고 바다에 들어가면,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 나’로 바뀌어 해변으로 걸어 나왔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를 가던 그곳의 바다부터 찾게 되었다. 바다가 있는 나라만 선택하다 보니, 어느새 여행이 끝날 무렵 ‘바다 여행자’가 된 나를 발견했다. 바다에겐 한없이 ‘이방인’이었던 나는 ‘지중해, 아드리아해, 홍해’에서 ‘물’과 대화하며 꾸준히 우정을 쌓아갔다. 바다와 맺은 우정은 이번 여정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그 선물을 다른 이방인과도 공유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이 탄생하였다.


프랑스를 마지막으로 바다 여행기를 끝맺었을 때, ‘그동안 여행하면서 매 순간에 귀를 기울이며 다녔구나.’라는 안도감과 뿌듯함이 느껴졌다. 몇 달이 지난 바다 여행지일지라도 그때의 바다, 사람, 분위기 등 대부분의 환경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잘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첫 운을 띄우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 번 추억이 열리기 시작하면 나도 모르게 그 순간으로 돌아가 생생한 기억을 꺼내어 오고 있었다. 모든 오감의 촉을 다 켠 상태로 바다를 만났던 덕분이었을까, 곳곳의 바다와 맺었던 우정은 장기기억으로 남았다. 앞으로도 이 기억을 몸과 마음에 간직한 채, 바다가 풍기는 향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그 향이 연해지기 전에 다시 바다로 떠날 거라는 약속과 함께 미래에 펼쳐질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 2’를 기대해 본다.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의 마지막 목차인 이번 에필로그를 통해, 몇 분께 고마움을 전하며 마무리하려고 한다.


가장 먼저, 지금까지 만난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북마케도니아, 이집트, 프랑스’의 바다와 바다는 없을지라도 등대가 되어준 ‘헝가리’에

물 안에서, 밖에서 만나 서로의 추억에 좋은 기억을 더 해준 수많은 사람에게

125일 여정 동안 늘 등대가 되어준 로랑스 드빌레르의 ‘모든 삶은 흐른다.’ 책에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바다 여행을 함께 해준 독자님들께


모두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을 마지막 장을 덮어본다.


'바다는 우리에게 소극적인 태도와 좁은 시각에 안주하지 말라고 속삭이고, 저 멀리 있는 세상의 이야기를 몸소 들려주면서 어디든 좋으니 훌쩍 떠나보라고 말한다. 어깨에 무겁게 올려진 짐을 잠시 내려놓고 가볍게 발걸음을 내디디라고 재촉하기도 한다. 걷는 것조차 버거울 땐 자신에게 우리를 모두 내맡겨도 좋다고 허락한다. 그렇게 바다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광활한 세계를 선택하고, 끝없이 펼쳐진 것을 좋아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제나 용기와 도전정신을 불어넣는다.'

“떠나! 저곳으로! 멀리!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야지!”
(30~31p) <모든 삶은 흐른다, 로랑스 드빌레르>


머지않아, 다시 바다 앞으로 나아가길 바라며 ‘바다와 이방인의 우정 1편’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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