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제 아이에 대해 말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어요

영국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by 늘봄맘

영국의 학교는 한 학년당 3학기제로 운영되는데, 학기마다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이 정해진다.

이 상담의 주된 목적은 아이가 각 과목에서 어느 정도의 성취도를 보이고 있는지, 그리고 이번 학기에는 어떤 목표를 세울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아이의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어, 아주 소중한 기회가 된다.

상담 시간은 고작 10분이지만, 평소에는 담임선생님과 이메일로만 연락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상담 전에 선생님께 꼭 말씀드리고 싶은 세 가지를 간단히 메모해 갔다- 준이의 수업 태도, 아이의 친구 관계, 내년도 반 배정에 관한 것이었다.


준이는 원래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편이었는데, 이번 학기에는 읽기와 쓰기, 그리고 다른 과목들에서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이 보였다.

선생님은 준이가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고 주어진 과제를 성실히 수행하려는 태도를 많이 칭찬해주셨다.

“준이는 선생님 입장에서 봤을 때 이상적인 학생이에요. 과제도 성실히 하고, 뭔가를 알려주면 정말 잘 흡수해요.

영국에 온 지 이제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하면, 이 속도라면 올해가 아니더라도 내년쯤에는 평균 이상의 성과를 보일 수 있을 거예요.”

엄마로서 듣기 좋은 칭찬이었다. 역시나 준이는 장점이 많은 아이이다.

아이의 사회성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자꾸 놓지기 쉬운 아이의 장점을 마음 속에 꾹꾹 새겨보았다.


사실 준이는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제외하고는 ‘산만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ADHD 진단을 받은 사실을 담임선생님께 따로 이야기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지내왔다.

3년 정도 되는 준이의 학교 생활 중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적이 딱 두 번 있었는데,

한 번은 학교에서 나눠준 펜의 잉크를 계속 터뜨려 주의를 받았고, 또 한 번은 친구와의 작은 갈등 때문이었는데 이 사건도 준이가 잘못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ADHD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이 모든 행동이 ADHD와도 관련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준이가 조용하고 집중을 잘하는 편이기에 ADHD가 없어졌다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준이의 행동의 원인이 ADHD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면담에서 나는 선생님께 준이가 ADHD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전에 연락을 주셨던 행동들도 아마 자기 행동을 멈추고 전환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드렸다.

또, 정보 처리 속도가 느린 편이어서 사회적인 상황에서 약간 어색하게 보일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준이의 사회적 상호작용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준이는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수다를 떨거나 장난치기 위해 이동하는 편은 아니에요.

친구들과 강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점심시간 후에는 정해진 그룹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있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축구같이 규칙이 정해진 놀이는 함께 하지만 술래잡기같은 자유놀이를 할 때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반에서는 인기 많고 멋지게 보이려는 소위 ‘탑티어’ 그룹이 있고, 그 외에 소그룹으로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는데, 준이는 후자에 속해 있다고 하셨다.

이 말을 들으며 예전에 준이가 풀배터리 검사를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이런 기질의 아이는 반에서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 무리에 쉽게 끼지 못해요. 저희 집 아이들도 그렇거든요.

저는 제 아이한테 그걸 솔직하게 말해줬더니, 아이가 속상해서 울더라고요.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받아들이고 나면, 결국 비슷한 기질의 친구들을 만나서 잘 지내요.”


준이도 그런 것 같다. 준이가 친해져서 집에 초대해 달라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 대체로 조용하고 순한 기질의 아이들이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런 비슷한 친구들을 잘 찾아내고, 그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회적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중요한 목표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전에 나는 다시 한번 준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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