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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n 22. 2022

꿀 비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에세이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때 맞추어 내리는 비

벼가 쌀이 되어 우리의 식탁에 놓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물을 먹고 왔을는지요. 마른 땅의 여우비같이 필요했을 때에 맞춰 내리는 비만큼 고마운 게 있을까요.


작은 체구에서 온 힘 다해 큰 목소리로 울며 세상에 나의 존재를 드러내던 아이는조그마한 손과 발을 움직이고, 넘어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해요. 열 손가락을 펼쳐 나이를 말하고, 길가에 돌멩이를 보고 피해 걷고요. 그렇게 ‘엊그제 같던 때가 벌써…’를 몇 번 되뇌면 어른의 모습을 갖춰가는 아이를 마주하죠.


모든 생명이 똑같은 양의 사랑과 기회를 얻는다면 이 얼마나 예쁜 꿈인지. 충족되지 못한 마음의 갈증을 자신과 다른 사람까지 괴롭혀가며 얻어내려는 아이와 바쁘다는 이유로 아이를 볼 여유조차 없는 부모님을 만나는 현실은 쓰리네요.


나 하나 살아가기도 버거운 세상에 가족과 먹고산다는 건 힘든 일이지요. 자본주의에 돈이 어떤 가치를 가졌는지 알아요. 그렇지만, 아이의 어제와 오늘은 돈으로 살 수 없잖아요. 필요했을 때에 바라는 것을 주세요. 넉넉하진 않더라도부족하지 않게채워 주세요. 다시 오지 않는 오늘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요. 사랑 담뿍 받은 아이가 강렬하게 남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에요.


※ 다른 이야기는 독립출판물 #이곳에도봄이올까요 에서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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