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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14. 2022

경력 사회복지사도 자기소개서 쓰는 건 싫다.

7년을 한 직장에서 일하고, 퇴사했다. 직장이 없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앞선 경력도 의미가 없을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있었지만 마땅한 구직 자리를 못 찾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계획이기도 해서 구직 활동 자체에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직장에 다니진 않지만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간다. 집안일하고, 공부하고, 자격증 준비하고, 사회복지사 공동체 운영도 하니까.


점심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켰다. 알고리즘에 뜬 '1분 자기소개서' 관련 영상을 봤다. 노션 포트폴리오는 자주 확인하면서 최신 정보로 바꿔주니까 이력서는 언제든 준비돼 있는데 퇴사 이후에 자기소개서는 손을 안 댔던 게 생각났다.

기존 자기소개서는 '신입 사회복지사' 때 썼던 거라 '경력 사회복지사'에 맞게 써야했다.


아, 자기소개서 쓰기 싫다고 퇴사를 미루려 했던 마음이 다시금 떠올랐다. 이제 더 이상 신입이 아니고, 기술할 경험도 있으니 쓰기 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오산이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정리가 안 된다. 나를 짧게 소개한다는 거 자체가 어려워서 썼다 지웠다 꽤 긴 시간을 소모했다. 특히 사회복지 직무가 수치로 성과를 나타내기 어려워서 애를 먹었다.   


머리를 식혀야겠다 싶어 거실 서재에 앉아 읽을 책을 살폈다. 「일본전산 이야기」, 오늘은 너로 정했다. 한창 '일'이나 '기업 성과'와 관련된 책에 관심 있던 때 베스트셀러여서 샀었다. 표지에 쓰인 문구 중에 "목소리 크고, 밥 빨리 먹는 사람을 뽑아라!"가 있다. 목소리 크기랑 밥 먹는 속도가 일 잘하는 거랑 무슨 상관인지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주장이라고 생각해서 열어 보질 않았다.


오늘따라 눈에 띄었으니 한 번 읽어주지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웬걸 업무수행 방식이 나랑 잘 맞는다.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하라"
"편한 회사가 아니라, 기회가 주어지는 회사가 좋다."
"직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교육"


정신상태를 평가한다면서 화장실 청소를 시키거나 밥 빨리 먹기를 시험하고, 경쟁하는 분위기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다니거나, 운영한다면 모범 대안으로 활용해보겠지만, 앞으로도 비영리시설에서 일하게 될 사회복지사라서 나를 잘 나타내줄 문장을 발췌하는 정도로 그쳤다. 5시간이 지나서야 간단한 자기소개, 성장 과정, 장단점, 경력 사항을 수정했다. 지원동기는 비워뒀다. 써보려고 했는데 입사하게 될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쓰려니 횡설수설하게 돼서.


사회복지사는 구하는 곳이 많으니까 구직 자체는 쉬운 거 아니냐고 말을 들었다. 그렇지만도 않다고 답했다. 사회복지 분야가 워낙 다양해서 요구하는 지식과 경험도 대상에 따라 다르다. 아동 청소년 시설에만 있던 나에게 갑자기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라는 건 무리다. 오랜만에 구직 사이트를 둘러보면서 뭘 준비하면 좋을지 살펴봤다. 것보다 시간 날 때마다 자기소개서나 채워야겠다.


이 고민도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지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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