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여행을, 삶을, 지혜를
남들 못지않게 여행을 좋아한다. 다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거보단 걸으며 주변을 보는 걸 더 선호하고, 유명한 관광지보단 지역 주민의 삶을 느끼는 장소를 찾아간다. 그래서 숨은 이야기가 많은 지역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치밀한 J라서 분 단위 시간부터 준비물 목록까지 계획해둔다. 곧이어 여행지를 선정하고 나면 지도를 펼치고, 동선을 그린 후 찾아갈 장소에 대해 알아볼 거리를 메모한다. 나에게 여행은 '쉼'보단 '삶'이고, '지혜'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과 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거리와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센터마다 어디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르다.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스키장을 가는 것만큼은 지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1년에 한두 번 가기는 했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건 문화생활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듯 보이지만, 결국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이 즐기는 거라는 점이다. 투자하는 정도에 따라 질이 다르고.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생활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경험이 모여 즐기고, 누릴 줄 아는 성인이 되길 바랐고.
국내 지도를 A4 여러 장으로 분할해서 성인 키만한 크기로 만들었다. 여행 가기 전에는 위치와 지리 특성을 알아보는 데 쓰고, 다녀온 후에는 당시 사진을 붙여 두어 추억을 회상하게끔 했다.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는데 시험 보는 날에 맞춰 힘들게 외우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 지역 위치를 그저 눈으로 익혔다는 거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도 안다는 건 생각할수록 놀랍다. 분명히 사회 교과에 도움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더불어 아이 발달 수준이나 여행 경험에 맞춰 목표를 달리한다. 어떤 아이에게는 배움이 있는 여행, 또 다른 아이는 지리를 익히는 여행과 같이. 아이들의 여행 경력이 쌓이면 계획에 직접 참여하게끔 하고, 숙소를 정한다거나 대중교통 결제를 해본다든지 생활 기술을 익힌다.
주변에서 아이들과 자주 여행 다니는 걸 의아해했다. 쉽지 않은 일을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맞다. 오리마냥 길게 늘어선 대가족이 낯선 곳에 가는 과정 자체가 예고치 못한 일이 자주 만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고, 안전사고의 위험 부담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가는 거다. 그마저도 알려주고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에게 여행을, 삶을, 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