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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Jul 05. 2022

아이들과 여행한 곳을 채워 간다는 건

아이들에게 여행을, 삶을, 지혜를

남들 못지않게 여행을 좋아한다. 다만, 차를 타고 이동하는 거보단 걸으며 주변을 보는 걸 더 선호하고, 유명한 관광지보단 지역 주민의 삶을 느끼는 장소를 찾아간다. 그래서 숨은 이야기가 많은 지역을 무척이나 사랑한다. 치밀한 J라서 분 단위 시간부터 준비물 목록까지 계획해둔다. 곧이어 여행지를 선정하고 나면 지도를 펼치고, 동선을 그린 후 찾아갈 장소에 대해 알아볼 거리를 메모한다. 나에게 여행은 '쉼'보단 '삶'이고, '지혜'다.

지역아동센터는 돌봄과 교육뿐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전한 놀거리와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 센터마다 어디에 비중을 더 많이 두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이 다르다. 여름엔 수영장, 겨울엔 스키장을 가는 것만큼은 지양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1년에 한두 번 가기는 했다만.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문화생활이 누구에게나 주어진  보이지만, 결국 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이 즐기는 거라는 점이다. 투자하는 정도에 따라 질이 다르고.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만나는 문화생활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경험이 모여 즐기고, 누릴  아는 성인이 되길 바랐고.


​ 국내 지도를 A4 여러 장으로 분할해서 성인 키만한 크기로 만들었다. 여행 가기 전에는 위치와 지리 특성을 알아보는 데 쓰고, 다녀온 후에는 당시 사진을 붙여 두어 추억을 회상하게끔 했다. 부가적인 효과도 있었는데 시험 보는 날에 맞춰 힘들게 외우던 지방자치단체와 특정 지역 위치를 그저 눈으로 익혔다는 거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도 안다는 건 생각할수록 놀랍다. 분명히 사회 교과에 도움 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더불어 아이 발달 수준이나 여행 경험에 맞춰 목표를 달리한다. 어떤 아이에게는 배움이 있는 여행, 또 다른 아이는 지리를 익히는 여행과 같이. 아이들의 여행 경력이 쌓이면 계획에 직접 참여하게끔 하고, 숙소를 정한다거나 대중교통 결제를 해본다든지 생활 기술을 익힌다.​


주변에서 아이들과 자주 여행 다니는 걸 의아해했다. 쉽지 않은 일을 뭐 하러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맞다. 오리마냥 길게 늘어선 대가족이 낯선 곳에 가는 과정 자체가 예고치 못한 일이 자주 만난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고, 안전사고의 위험 부담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가는 거다. 그마저도 알려주고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에게 여행을, 삶을,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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