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 에세이
아이들이 책상 위를 뛰어다닌다. 물론 낮은 책상이었지만,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서 선임 사회복지사분께 조심스레 물었다. 이유는 장애 아동 한 명의 통합 감각 치료를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책상을 뛰어다니는 게 장애 아동에게 치료 효과가 있는 건지, 비장애 아동이 다칠 위험에 대한 고려가 된 건지, 센터에서 질서를 배우는 데 문제는 없는 건지. 궁금했지만, 여태 그렇게 해왔다고 하니 더 이상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일주일쯤 되자 선임 사회복지사는 뭘 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들하고 청소를 좀 하고 싶은데요."
여태 어른만 청소해 왔다고 한다. 위생이나 안전을 이유로 아이들이 청소는 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자기 공간을 직접 청소하는 건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되면 한 달에 한 번 대청소 하는 날이 있으면 어떨까요?"
"그럼, 한번 해보죠."
아이들이 청소 영역을 정할 수 있게끔 일인일역 표를 만들었다.
대청소를 약속한 날, 협조가 잘 안될 거로 생각하셨는지 선임 사회복지사가 걱정하는 모양이다. 우려와 달리 아이들은 청소를 놀이처럼 생각하곤 의욕을 보였다. 깨끗함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면 부족한 게 맞다. 하지만, 청결보단 다양한 청소 방법 알기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인식 그리고 책임감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이 바뀐다고 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지 얼마 안 돼서 혼자 덩그러니 출근한 날. 사무실에 앉아서 서류를 보고 있었는데 아동복지교사가 부리나케 달려 와서는 다급한 목소리로 도와달라고 했다.
"아이들이 아무도 못 나가게 문을 걸어 잠궜어요. 수업을 할 수가 없어요."
사무실 문 턱을 넘어 가니 다수의 아이들이 작은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놀고 있었다. 밖에서 문이 잠긴 걸 보니 갇힌 게 분명했다. 놀잇감을 꺼내 노는 아이들 사이에 울먹이는 아동복지교사를 번갈아 봤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 아닌가보다.
친해지지도 못했는데 큰일이다. 하지만 내가 센터 사회복지사니까 뭐라도 해야 했다. 문을 잠군 건 네 명의 6학년 남자 아동이다. 힘으로 문을 열어 보려고 했는데 나혼자선 무리였다. 뒤를 보니 다른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없을 뿐 도와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안간힘을 써서 살짝 문이 당겨졌을 쯤 말을 걸었다.
"대화로 하자. 내가 아직 너희랑 만난지 얼마 안 돼서 상황을 잘 몰라.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데 얘기하자."
대화할 자리를 마련한다면 설득과 합의를 거치는 건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초보 사회복지사는 순식간에 상황을 내 것으로 가져 오지 못했고, 적절한 훈육을 떠올릴 수 없었다. 당장 없는 것을 만들 수 없으니 내 입과 마음을 믿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