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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림가희 May 12. 2022

아동학대 신고 말이 쉽지.

이전엔 체감하지 못했지만, 사회복지사가 되고 나서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가정을 적지 않게 만난다. 학대 유형과 정도에 따라서 정해진 기한 없이 관찰, 상담, 개입, 회의를 반복한다. 요구하고, 설득하고, 끝내 신고 의무자라며 겁도 줘보지만 갖은 노력에도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정은 아동학대 신고를 한다.


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양육자이고,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 무슨 이유가 됐든 혼자 설 힘 없는 아동은 양육자를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대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럴 땐 관찰기록이나 상담일지에 날짜와 시간까지 세세하게 적어두고 때가 되면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즉시 아동이 있는 곳으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가 찾아간다. 아동의 개인정보와 학대 행위를 증명할만한 근거를 확인하고, 경고로 그칠지 분리할지 고려한다.


아동학대 신고 말이 쉽지. 신고하는 입장에서 깨나 용기가 필요하다. 아동학대 건으로 경찰이랑 통화하는 게 썩 즐거운 일이 아니고, 학대 가해자로부터 신고한 게 당신이냐며 추궁당할 준비도 해야 한다.

누구도 신고자 정보를 누설하진 않지만, 학대를 증명할 자료가 많다는 건 그만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특정된다는 거다. 신고자 보호라는 게 '누군지 비밀로 해주는 것'에만 그쳐선 보호받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한번은 퇴근을 앞둔 시간에 전화가 울렸다. 평소와 다른 목소리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했나요?"라며 운을 떼곤 담임교사에게도 전화했지만, 아니라고 하고, 이렇게 상황을 잘 알만한 곳이 없다고 했다. 그날만큼은 내가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당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동학대 신고를 누가했던 간에 담당자가 찾아와서 아동 정보를 물으면 신고 의무자로서 제공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놀라셨겠지만, 협조하셔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아동도 놀랐을 테니 상황을 고려하여 관찰하겠다고. 그러니까 경과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무래도 의심에서 벗어난 거 같다.




어떤 일에도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내가 아동학대 앞에서만큼은 때때로 거짓말을 해야 한다. 갑자기 찾아온다거나 위협을 할지도 모르고, 표정이나 목소리로 거짓말이 들킬까 봐 긴장되고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면 신고할 거다.

신고하고 또 신고해서 두려움이 익숙해질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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