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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12] 나는 몇 인용(人用) 의자일까?

편한 빈백(beanbag) 같은 사람

by 오렌지 Mar 14. 2025

어떤 사람은 만나기만 해도 부드러운 소파처럼 편안하고 반가운데, 또 어떤 사람은 가시방석까진 아니어도 불편한 의자에 앉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비슷하게 농담을 던져도 배꼽 잡게 웃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같은 농담인데도 눈치 없이 정적만 흐르는 상대도 있다. 대체 이 둘의 차이는 뭘까?


조금 단정적이긴 하지만, 사람과의 만남에도 보이지 않는 '궁합'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남녀 간의 궁합이 아니라도 말이다. 특히 일이나 협업을 할 때는 더욱 그렇다. 생각이 잘 맞는 사람과는 가벼운 커피 한잔에도 아이디어가 봄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반면 조금 안 맞는다 싶은 사람과는 아무리 회의를 거듭해도, 마치 목적지 없는 내비게이션처럼 자꾸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결국 대화는 계속 빙글빙글 제자리 맴돌기다.


그렇다고 꼭 '잘 맞는 사람'과만 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때론 성격, 취향, 의견 모두 정반대인 사람과 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도 서로를 탓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명하게 접점을 찾아가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잘 맞는 사람보다 어쩌면 더 귀한 존재일지 모른다.


특히 협업할 때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함께 잘하는 것'만큼이나 '함께 잘 안되는 것'에 대해서도 편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피상적인 좋은 말만 나누다 보면 어느새 일은 표류하고, 협업은 바다 위 길 잃은 배처럼 방향을 잃는다. 때로는 서로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어색한 침묵도 견디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협업은 진짜 성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언젠가 정말 필요한 순간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줄 수도 있다.


그럼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언제나 폭신한 소파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무심코 딱딱한 나무 의자처럼 불편함을 안기는 사람일까? 누구에게나 호감을 얻는 '인기인'이 될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협업하는 사람들과는 마음 놓고 앉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편한 빈백(beanbag) 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때로는 기대어 쉬기도 하고, 때로는 푹 안겨서 편안한 위안을 얻기도 하며, 무엇보다 함께 일하면서 가벼운 유머 한 마디 던질 수 있는 그런 사람이면 충분하다.


편안함과 불편함 사이, 과연 여러분은 어디쯤 서 있을지 궁금하다. 혹시 너무 딱딱한 의자였다면, 오늘부터 조금만 푹신하게 쿠션이라도 올려보면 어떨까.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편한빈백 #편안함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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