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다가올 미래. 그래서 언제?
삼촌이 웹서핑을 하는 사이 정국이가 옆에 달라붙는다. 모니터에는 자동차 운행 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운전석에 아무도 없는데도 혼자 핸들을 돌려가며 스스로 달리고 있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나타나자 알아서 감속을 하더니 부드럽게 멈춘다.
“삼촌, 같이 봐요. 여름이라 납량특집 보고 계시는 거예요? 귀신 들린 자동차인가?”
“맞아. 오늘은 각종 심령 현상과 부동산에 대해 알아볼 참이야. 으스스하지? 일명 '미스터리한 부동산의 세계'! 정국이 너 자율주행이라고 들어봤니?”
“들어봤어요. 말 그대로 자동차의 인공지능이 운전자 대신 운전해 주는 거 아닌가요?”
“호오… 별 걸 다 알고 있네?”
“미래 생활 독후감 주제 발표 시간에 자율주행 자동차가 주제로 나온 적이 있어요. 이게 그 자율주행 영상인 것 같은데요? 귀신은 무슨.”
“너 삼촌 놀린 거구나. 쳇. 어른을 막 그렇게 놀리면 돼?!"
"에이. 처음부터 안 속으면 그것대로 서운해 하실 거면서~"
정국이가 삼촌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민망해진 삼촌은 설명으로 말을 돌린다.
"자율주행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 중 하나란다. 인공지능이 개입되는 정도에 따라 1~5단계로 나누어지는데 현재 최신 자동차는 약 3단계까지 구현 중이라고 보면 돼. 3단계에서는 운전자가 운전하되 제한된 조건에 한해 자율주행이 이뤄질 수 있어. 다시 말해 핸들이나 가속페달, 브레이크를 자동차 스스로 조작할 수는 있지만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운전자가 언제고 핸들을 잡고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해. 그래도 차간 간격 유지와 적절한 제동, 차선 유지 등이 알아서 되니 꽤 편하겠지?”
“요새는 깜빡이를 켜면 적당한 타이밍에 알아서 차선도 바꿔준다고 들었어요.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최고 속도도 알아서 제한해 주고요.”
“그래, 이 정도만 해도 어마어마한 발전이지. 그럼에도 기술은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어지는 5단계를 목표로 하고 있어. 그때는 오히려 ‘휴먼에러’(재해나 사고의 원인이 되는 인간의 과오나 실수)를 막기 위해 사람이 직접 운전하는 게 금지될 수도 있대. 운전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도로가 아닌 서킷에 가야 할 수도 있어. 마치 활쏘기처럼 일종의 스포츠로서만 존재할 수도 있는 셈이지.”
“그렇겠네요. 인공지능이 실수할 확률이 사람이 실수할 확률보다 줄어들면 인간의 운전을 금지시키는 게 합리적인 선택일 수도 있겠어요.”
“차를 소유하는 ‘자가용’의 개념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단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할 수 있으니 언제고 필요할 때 차를 불러 쓸 수 있게 될 거고, 그게 곧 '소유'의 필요가 없어진단 뜻이겠죠? 당연히 대중교통 체계에도 영향이 있겠어요.”
“그렇지. 자율주행차량의 단위 거리 당 운송 비용이 대중교통보다 저렴해지면 자율주행차가 근거리 대중교통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어. 광역 거점 간은 비행기, KTX나 GTX 같은 고속 교통 수단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광역거점 내부의 이동은 자율주행차량으로 하는 거지.”
“그렇게 되면 버스나 전철의 위상은 약화되지만 주요 거점 철도역의 역할은 오히려 커질 수도 있겠어요.”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상당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힌트가 되는 거야. 자율주행 시대가 부동산에도 거대한 영향을 미칠 거라는 예감이 오지 않니?”
“그럴 것 같네요. 결국은 저희가 공부하는 부동산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겠군요. 멋진 미래 같긴 한데 너무 낙관적이기만 한 거 아닌가요?”
정국이의 지적에 삼촌이 고개를 끄덕인다.
“네 말대로 자율주행에 회의적인 의견도 많아. 우선,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면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겠지. 새롭게 창조되는 일자리도 있겠지만 운전과 관련된 일자리가 워낙 많다 보니 일자리 수의 절댓값은 감소하게 될 거야. 인공지능의 신뢰도에 대한 의심도 끊임없이 이어질 거야.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 해도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가 날 때마다 인공지능 회의론이 고개를 들겠지.”
“그렇겠어요. 100%나 0%라는 건 없을 테니까요. 오류가 아닌 인공지능의 선택 문제도 있겠어요.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있을 때 핸들을 돌리면 탑승자가 다치고, 그대로 주행하면 보행자가 다칠 경우, 자율주행차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맞아. 제조사로서는 기술을 세팅할 때 고객인 탑승자를 살리는 선택을 할 확률이 높겠지만,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도덕적 논란이 있겠니.”
“어렵네요. 고려할 게 너무 많아요.”
“그뿐이 아니야. 자가용이 아닌 ‘공유 자동차 개념’이 일반적인 것이 되어버리면 그간 해마다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던 제조사들도 타격을 받을 거야. 자동차 숫자가 줄어들면 자동차 연료를 공급하던 에너지 회사들도 영향을 받겠지?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조정도 수반될 테니 이 역시 일자리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겠지.”
“삼촌과 이야기하다 보니 기술이 준비된다 해도 도입엔 진통이 꽤나 따르겠어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지. 이러한 이슈들로 5단계 도달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의견도 많아. 기술보다 ‘사회적 합의’가 훨씬 더 어려운 문제라는 거지. 하지만 언젠가는 실현될 미래라는 건 확실해.”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역량이 되겠어요!”
“빙고! 말 나온 김에 자율주행 시대에도 굳건할 가치는 뭐가 있다고 생각해? 부동산과 관련해서 말이야”
정국이가 머뭇거리자 삼촌이 정국이의 옆구리를 쿡 찌른다.
“아무거나 얘기해 봐. 틀려도 괜찮아.”
“사람들은 미래에도 ‘비교우위’를 원할 테니 오히려 자율주행 차를 탈 필요도 없는 ‘도보권’이 뜰 것 같아요. ‘코앞에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이 인기를 끄는 거지요, 아름다운 자연을 코앞에서 감상하고, 친한 친구를 코앞에서 만나고~”
“이 똑똑이!”
삼촌이 정국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무리 자율 주행을 통해 이동 편의성이 좋아진다 해도 ‘아무것도 타지 않고 갈 수 있는 것’에 비할 수는 없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의 희소성이 강화되겠지. 대면하지 않고 소통하는 방법이 아무리 많아진다 해도 가족이나 친구와 직접 마주 보면서 무언가를 하고픈 욕구도 여전할 거고 말이야.”
“맞아요, 영상통화랑 눈을 마주 보고 대화하는 거랑은 천지차이라고요.”
“그런 맥락에서 도보 거리로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곳, 바로 눈앞에 멋진 경관이 펼쳐져 있는 곳, 소통과 교류를 위한 대단위 커뮤니티 시설이 잘 구비된 곳은 자율주행 시대에도 그 가치가 빛을 발할 거야.”
“그렇겠어요. 전 공원이 너무 좋아요, 맨발로 공원을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끼는 느낌이 환상적이에요.”
“그래. 공원은 문 열고 걸어 나가야 맛이지! 말 나온 김에 지금 공원산책 어때? 오는 길에 팥빙수도 사 먹고 말이야.”
“너무 좋아요! 근데 팥빙수부터 먼저 먹음 안될까요?”
✪ 흥미 충전
- 거대 공원의 가치
거대한 공원 주변은 지금도 인기가 많지만 미래에는 그 희소성이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도보권이라면 금상첨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