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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빵 Sep 12. 2023

팬데믹과 부동산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어


“정국아, 2020년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단어가 뭔 줄 아니?”     


“음….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BTS’ 아닌가요? 아니면 ‘날씨’나 ‘미세먼지’ 같은 단어?”     


“틀렸지만 좋은 접근이네. 정답은 ‘코로나’였대. 세계 1위 포털인 구글에서도, 한국 1위 검색 포털에서도 2020년 기준 연간 검색어 1위였다더라.”             



2020년 검색어 순위. 왼쪽부터 구글 국내 순위 / 구글 세계 순위 / 네이버 모바일 순위



“듣고 보니 이해되네요. 저야 꼬꼬맹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답답했던 기억만큼은 뚜렷해요. 당연한 일상이라 생각했던 것들을 못했죠. 친구를 마음 편히 만나는 것도, 야외 활동이나 여행도 어려웠고요.”     


“전쟁에 비견할 정도였으니 말 다 했지.  ‘팬데믹’, ‘covid-19’란 단어를 들으면 또 뭐가 생각나니?”     


“따끔한 백신 주사랑 콧구멍에 면봉을 넣는 PCR 검사가 생각나는데 그래도 마스크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래. 초기 확산이 거셀 때 전 세계적인 마스크 대란이 있었지.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가 힘들었고 구매 수량 제한까지 있었어. 그런데 부동산 쪽에서도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꽤 많은 변화가 생긴 걸 알고 있니?”

     

“그래요? 공기를 소독해 주는 집이라도 나온 건가요?”      


“오, 들어봤니? 특수 필터를 이용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바이러스까지 걸러주는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갖춘 집이 관심을 끈다고 하더라.”     


“하여간 기업들이 재빠르다니까.”         


안티바이러스 공기청정 환기시스템 / DL이앤씨

   


“그뿐만이 아니야. 재택근무, 자가격리 등으로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과 ‘집’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바로 ‘집’ 임을 인지하고 그만큼 주거 공간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거지.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인테리어나 생활 가전, 가구, 실내정원, 홈짐(개인운동기구) 산업 등은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꽤나 큰 성장을 일궜대. 미술품 시장의 급성장을 코로나로 인한 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어. 집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집에서 즐기는 미술품 감상의 효용이 올라갔다는 거겠지. 같은 맥락으로 갑갑하지 않은 집, 어느 정도 넓은 집도 다시금 인기를 끌고 있대.”         

펜더믹이 한창인 2021년에 개장한 더현대서울의 실내정원 ‘사운즈포레스트’는 큰 화제를 모았다.


엔드리스풀 (출처: endlesspools.com)



“핵가족화로 작은 집이 인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새 또 인기가 바뀐 건가요?”     


“작은 집은 여전히 인기가 좋지. 그간 인기가 주춤했던 큰 집의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이해하면 돼. 바이러스의 확산은 집뿐만 아니라 상권에도 영향을 미쳤어.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던 명동 같은 관광 상권지의 공실이 급증한 거야. 물론, 여행 상권만 타격을 받은 게 아니었단다. 집합 금지 명령에 따른 인원수 제한, 영업시간제한 등으로 동네 식당을 비롯한 가두 상권들도 큰 타격을 받고 공실 상가가 늘어났지.”         



카카오맵으로 비교한 명동 거리. 왼쪽은 2015년, 오른쪽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이던 2021년


코로나가 절정이던 시기의 명동의 공실 상가 모습과 공실률 / 한경부동산



“자영업자들이 특히 힘들었겠어요. 그런데 거대한 변화는 항상 기회도 만들잖아요. 아까 언급하신 주거공간 관련 산업 외에 오히려 더 활기를 띤 분야는 없었나요?”     


“바이러스 확산에 기인한 변화는 생각보다 컸지. 온라인 쇼핑몰이나 바이오 관련 산업, 화상회의 관련 산업 등은 오히려 큰 성장을 이뤘어.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하여 방송 프로그램,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대세로 자리 잡았지.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람들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게 어려워지는 틈을 타 반사이익을 누린 셈이야. 배달 중개 앱이나 포장, 배달 전문 식당도 있겠다. 집합 제한 명령으로 가족, 친구들과 외식을 못하니 자연스럽게 인기를 끌었지.”         



90년대 영화 산업의 상징과도 같던 종로 3가의 서울극장이 영업을 종료했다. 멀티플렉스의 공습도 버텨냈으나 결국 펜더믹을 극복하진 못했다.


   

“아, 맞아요, 공유 주방이라는 것도 봤어요. 한 가게 안에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피자집, 중국집, 초밥집 등이 함께 주방을 공유하는 콘셉트더라고요. 종합 외식 브랜드는 아예 자기네 브랜드 전부를 공유 주방에 채워 넣기도 하고요. 아이디어가 꽤나 좋다고 느꼈어요.”     


“얘기 잘 꺼냈다. 배달 식당이나 공유 주방이 큰 인기를 끌면서 입지의 가치가 퇴색되기도 했어. 홀 영업보다 배달 위주로 영업하니 꼭 1층의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 아니어도 되지 않겠니. 구석진 골목이라도 오토바이를 정차시킬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렇긴 하네요. 굳이 임대료 비싼 역세권 1층의 유동인구 많은 곳일 필요가 없겠어요.”             


공유주방 /고스트키친



“사실 부동산 영역의 이러한 변화는 그전에도 조금씩 일어나던 변화였는데 팬데믹이 그 변화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 역할을 했지.”     


“그래도 바이러스 확산이 잠잠해졌으니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겠어요? 이미 명동에 외국 관광객이 넘쳐난대요.”     


“물론 그렇겠지. 그렇다고 비대면, 택배, 배달, 온라인 시장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거야. 팬데믹이 종식된다 해도 그러한 서비스들이 제공하던 편리함이 불편함으로 바뀌진 않으니 말이야.”     


“맞는 말이네요.”     


“팬데믹과 같은 범 지구적 사건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쳐. 부동산이라고 해서 그 예외가 될 수 없지. 고로 거시적인 변화나 그로 인한 충격에 대해 항상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예측해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넵넵.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은 찹쌀 탕수육에 해물 짜장을 배달시켜 먹는 게 어떨까요? 요즘은 저보다 어린 꼬맹이들도 배달 앱으로 음식을 척척 시키더라고요. 저도 시대의 변화 물결에 적응하는 데 뒤지지 않는다는 걸 삼촌에게 입증해 보이고 싶어요.”     


“으이구, 증말! 누가 네 속을 모를까 봐!”     


“사실 이미 배달앱으로 주문까지 마쳤어요. 말씀 많이 하셔서 배고프실까 봐. 데헷”

정국이가 한쪽 눈을 찡긋한다.               





✪ 짤막 퀴즈


팬데믹 시절 호황을 누린 업종이 아닌 것은 무엇일까?     


ⓛ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서비스

②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의 배달 서비스

③ 마켓컬리, 오아시스 등 신선 새벽배송 서비스

④ 명동, 종각 등 주요 상권의 가두상가 부동산 임대업

⑤ 간편식, 밀키트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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