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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빵 Sep 11. 2023

재개발, 새 동네가 되어버렸다.

재건축과 재개발의 차이점


정국이는 오후 내내 핸드폰을 붙들고 있다. 그런데 표정이 마냥 밝지는 않다. 가끔 한숨도 쉰다.


“정국아, 무슨 일 있었니? 고민 있으면 삼촌한테 말해봐.”     


“그런 거 아니에요. 제 베프 현진이랑 DM 주고받는 중이었어요. 현진이랑 멀어지게 돼서 쫌 우울해요.”

정국이가 한숨을 푹 내쉰다.     


“멀어지다니? 무슨 일로 싸운 거야?”

     

“그게 아니라 현진이가 지금 사는 동네가 낡낡3구역인가 그런데 다음 달에 다른 도시로 이사를 간대요.”

     

“아, 낡낡 재개발 구역 이주가 시작되었다더니 이사를 가는구나. 현진이라는 친구네가 낡낡3구역 조합원이니?"


"직접적으로 말한 적은 없지만 새 아파트가 지어지면 다시 이사온다고 했어요. 근데 그게 너무 한참 후잖아요."


"조합원인가 보구나. 재개발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리긴 하지. 그런데 왜 근처로 이사하지 않고 전학까지 간다니? 어차피 새 집이 되면 다시 입주할 텐데”     


“수 천 가구가 한꺼번에 이주하게 되면서 주변 전세가 씨가 말랐대요. 전셋집이 귀해지다 보니 이주비로 이 주변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고 결국 다른 지역에 전셋집을 구할 수밖에 없었나 봐요. 앗! 현진이가 전세 어쩌고 할 때는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몰랐는데 지금은 다 이해가 되네요.”     


“공부가 도움이 되고 있어 다행이다. 무슨 상황인지도 알겠어. 현진이도 정국이랑 멀어지려니 서운하겠다.”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입으로는 슬프다고 하는데 자기 방이 따로 생길 거라고 신이 났어요. 내 감정은 신경도 안 쓰는 것 같아 서운해요.”     


“네 마음도 이해하지. 그런데 그때까지 서로 연락을 잘 주고받고 주말에도 가끔씩 만나면 좋지 않을까? 그간 낡은 집에서 고생했을 텐데 혼자 쓸 수 있는 방이 생겨 친구가 기뻐한다면 축하해 줘야 하지 않겠어?”  


“흠…. 마냥 서운했었는데 삼촌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오히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도 관계를 유지하는 게 찐 우정이니까요.”


“우리 정국이 너무 빨리 철드는 거 삼촌은 싫은데…”     


“저 이미 다 컸거등요!”

정국이가 눈을 흘긴다.     


“알았다. 사납기도 하지. 근데 정국아, 말이 나와서 말인데 재개발과 재건축의 차이에 대해 알고 있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두 가지가 ‘계란’과 ‘달걀’처럼 똑같은 거 아니었나요? 현진이도 ‘재개발’, ‘재건축’을 내키는 대로 섞어 쓰던데요?”     


“많이들 그러지. 두 단어가 얼핏 비슷하게 들릴 수 있어. 그런데 엄밀히 차이가 존재해. 두 사업 모두 헌 집을 허물어 새 집을 짓는 건 맞아. 그런데 재건축은 통상 기존 정비기반시설이 양호한 반면, 재개발은 불량한 경우가 많단다.”     


“‘정비기반시설’이 뭔가요? 처음 들어봐요. 을지로의 힙한 카페 이름 같아요.”     


“하하. 정비기반시설은 도로, 상∙하수도, 공원, 공용 주차장, 녹지처럼 도시 기능 유지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보면 돼. 우리가 이미 배운 ‘재건축’은 도로나 공원, 상하수도 등이 이미 잘 정비·운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주변의 낡은 아파트 단지를 생각해 봐. 압구정동이나 개포동, 목동의 아파트 단지는 많이 낡긴 했지만 주변 도로나 공원, 학교 등은 이미 따로 손볼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 되어 있지?”     


“도로도 널찍하고 공원도 잘 관리되고 있어요. 학교도 적당한 거리마다 있고요.”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개포 현대 1차 아파트. 도로를 비롯한 인근 기반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다.



“그렇지. 반면에 재개발 구역의 사정은 어떨까? 자동차 한 대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도로가 좁은 경우도 많고 경사가 급해서 겨울철에 빙판이 되면 위험한 곳도 있단다. 거주 인구에 비해 공원이나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경우도 허다하지. 그렇기 때문에 주택뿐만 아니라 정비기반시설에 대한 계획도 함께 세워서 도로도 새로 만들고, 공원과 주차장도 조성하고, 재개발 후 늘어날 학령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학교도 지어야 하는 거야.”


“아항! 그럼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 ‘단지’를 다시 새 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거고, 재개발은 살기에 너무 불편한 상황이니 ‘동네’를 통째로 개발해 아파트 단지를 포함한 새 동네를 만드는 셈이네요?”         


철거를 앞둔 한남 3 구역의 모습. 계단이 많고 길의 훼손이 심해 보행 자체가 위험하다. 공중에는 전선이 어지러이 매달려있다.
세운상가에서 바라본 세운 2 구역의 모습. 블록 내로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하다.


천호동 A1-2 구역. 재개발 대상 구역은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잘 이해했어. 그렇기 때문에 재개발이 재건축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 정비기반 시설에 대한 계획까지 함께 세우고 실행해야 하니 말이야.”     


“그럼 새 집을 만드는 사업은 재개발과 재건축, 이 두 가지가 전부 인 가요?”     


“훨씬 다양하단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새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야. 이 외에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따르는 ‘가로주택정비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소규모 재개발' 등도 있단다. 아, 우리가 배웠던 ‘리모델링(주택법)’도 있잖니! 다만, 재건축과 재개발이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는 방식이기 때문에 강조해서 설명해 준 거야.”

     

“으악. 너무나 복잡해요.”

정국이가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기존 주택의 유형이나 노후도, 개발 규모, 접도 조건, 임대주택 공급계획 등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진다 생각하면 돼. 그나저나 정국이 베프 얼굴도 볼 겸, 현진이 이사 가기 전에 삼촌 집에 한 번 초대하지 그러니?”     


“우왕, 신난다! 현진이도 좋아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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