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서울민국이냐!
“정국아, 넌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있니?”
삼촌이 TV의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다 묻는다.
“저는 김연아 선수를 정말 좋아해요. 올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3위 내에 입상하는 것.)의 전설! 진정한 멘털 갑”
“나도 정말 좋아해. 근데 네가 김연아 선수를 어떻게 아니? 김연아 선수가 한창 스케이터로 활동할 때 너는 잘해야 유모차에 앉아 옹알거리고 있었을 텐데?”
“흥. 모욕적이네요. 유튜브에서 4K로 다 볼 수 있거든요?”
“누가 이렇게 옹알거리나~ 암튼 김연아 선수 경기는 정말 예술이지. 네가 피겨 이야기하니까 문득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생각난다.”
“평창 올림픽! 저도 유튜브로 거의 다 찾아봤어요. 폐막식 드론 쇼가 정말 멋있던데요? 하도 많이 봐서 인면조(사람의 얼굴을 한 새)는 요즘도 가끔 꿈에 나와요.”
“정국이는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 올림픽이 열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니?”
“그야 산이 있고 날씨가 춥기 때문 아닌가요? 스케이트를 타려면 얼음이 녹지 않아야 하잖아요. 그리고 스키 경기를 하려면 산이 있어야 하고 눈도 많이 와야 하고요”
“맞아, 네 말처럼 동계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보다 지역적 제한이 더 크지. 그렇다면 질문을 달리해보자. 우리나라는 왜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려고 했던 걸까? 이미 올림픽과 월드컵까지 개최한 상태였는데 말이야.”
“단순히 폼 나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삼촌은 이유를 아세요?”
“난 평창올림픽을 통해 국토 균형 발전의 퍼즐 한 조각을 맞췄다고 생각해.”
“그게 무슨 말이에요? 피자 한 조각? 삼촌이 웬일이래? 지금 주문할까요?”
“아니, 전화기 내려놔. 피자 한 조각 말고 퍼즐 한 조각! 집중하자. 올림픽처럼 큰 행사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할 것 같아?”
“쳇… 외국에서 선수들도 오고, 경기 관람을 위해 수많은 관중도 올 테니 전 세계 곳곳에서 강원도까지의 교통망 연결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손님들이 묵을 수 있는 편안한 숙박시설도 있어야 하고요. 아! 당연히 시설 좋은 경기장도 있어야지요.”
“역시 정국이 최고다. 사실 강원도는 그간 국토의 균형적 발전에서 소외된 측면이 있어. 관광 수요가 강한 지역이지만 내국인 대상 관광만으로는 지역 기반 시설 자체의 질을 올리는 데 한계가 있었지.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인구가 적은 탓도 있고 말이야. 그러던 중,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 안에 어마어마한 변화가 이뤄진 거야.”
“으음, 일종의 촉매였겠어요. 당위성이자 명분이기도 하고요.”
“맞아, 일단 교통망이 확 달라졌지. 수도권에서 빠르게 오갈 수 있게 된 거야. KTX가 개통하면서 서울에서 평창까지 1시간 남짓이면 이동할 수 되었고, 강릉까지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게 되었지.”
“그 정도면 과장 조금 보태 수도권이라 봐도 되겠어요.”
“고속도로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어. 예전의 영동고속도로는 고속도로라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윤이 나는 최신식 도로가 되었어. 또 2017년에는 양양 고속도로가 개통해서 영동고속도로 수요를 분산해 준 덕에 강원도로 가는 길이 한층 더 쾌적해졌지."
"휴게소도 한 번 볼래? 요새 휴게소는 유명 맛집을 입점시켜서 ‘핫플’로 불릴 정도야. 그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특 1급 호텔이나 고급 리조트도 다수 건축되면서 관광 인프라 또한 더 짱짱해졌지.”
“삼촌 설명을 듣고 보니 국제 대회의 영향력이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지? 물론 이러한 국제 대회나 행사를 ‘세금 먹는 하마’라고 부르며 개최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 하지만 국토의 균형적 발전 측면에서 기여하는 바는 확실히 있는 셈이지.”
“옛날에도 이런 대회들이 많이 있었나요?”
“그렇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 올림픽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의 국제적 이미지 고양과 인프라 보강에 큰 기여를 했지. 또 4강 진출까지 이룬 2002년 월드컵은 전국 규모의 어마어마한 경제유발 효과를 일으켰어. 전 세계에 한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었지. 체육 경기뿐만 아니라 대전 엑스포, 광주 비엔날레, 여수 엑스포 같은 국제 행사를 통해 개최 지역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지. 돌이켜 보면 한국은 시의적절하게 국제 행사가 주는 이점을 잘 살린 나라라고 볼 수 있어.”
“국토 종합 발전의 좋은 씨앗이 되었네요.”
“맞아. 국제 대회를 통해 구축된 인프라에 기존에 강원도가 가지고 있던 청정지역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귀촌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되었어.”
“‘지방 소멸’이라는 용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니 단순히 세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국제행사 개최를 폄하하긴 무리가 있겠어요.”
✪ 흥미 충전
- 서울시의 한 동의 인구가 강원도의 시 인구보다 많다고요?
(2023년 8월 기준)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인구수 54,595명
vs.
강원도 태백시 전체 인구수 38,918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