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두 번째 신
“이거 뭐야?”
사진을 보내자마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뭐 기는, 보이는 대로지. 몰라, 진짜. 어떻게 해. 야!!!!!!!!!!!!!”
“와, 와. 지금인 거 맞지? 예전 거 아니지?”
“아이, 진짜! 몰라 끊어.”
당황스러운 남편을 뒤로 화가 난 나는 전화를 끊었다. 누구에게 뭐 때문에 화가 나는 걸까?
“언니 굿모닝~ 월요일 커피 하러 가자.”
“안뇽 굿모닝. 그런데 나 커피는 안 당겨. 머리가 좀 어지럽네.”
친한 동생의 안부 인사에 코 맹맹이 소리로 대답한다
“언니 아직도 감기? 왜 이리 오래 가? 잠 못 잤어? 월요일 아침부터 얼굴색은 또 왜 그래?”
“아, 그래? 안 좋나? 하하.”
임신 티가 나나 속으로 찔려 안 되겠다 싶었다.
“바람 쏘일 겸 커피 사러 나가자.”
“그래, 나가자. 내가 사 줄게. 나 그거 들어왔어.”
“뭐?”
“사후 육아휴직 급여. 나 복직한 지 벌써 6개월 됐다고!”
“우와 축하해. 진짜 애썼다. 잘 버텼네. 잘했다, 잘했어 진짜! 그런데 고작 커피 쏜다고?”
“언니 덕분에 잘 버텼다. 휴게실에서 언니 붙잡고 엉엉 울면서 징징거렸는데, 기억나지? 이 세상의 모든 워킹맘 정말 대단해. 커피 말고 다른 것도 사줄게. 맘 같아선 밥 쏘고 싶은데, 우리에겐 퇴근 후 시간이 없잖아.”
“맞아, 맞아. 말만이라도 고맙다. 그런데 6개월 지났으니깐 혹시나 넌 둘째 생각 없어?”
“이 언니가 진짜 지금 누구 초상 치를 소리를 하나. 무슨 둘째야. 이제 복직한 지 6개월 됐다고요! 지난주도 애 아파서 휴가 썼다고요. 이 상황에 무슨 둘째야. 둘째 낳으면 진짜 회사 그만둬야 해. 친정 엄마 시엄마 없이 복직한 사람은 언니랑 나 밖에 없어. 알고 있지?”
“그렇지, 맞아. 애 둘이면 회사 그만둬야지. 친정 엄마, 시엄마 없이 남편과 둘의 힘으로 애 둘 키우는 워킹맘은 부서에 없나?”
“없을 걸? 우리 부서가 아니라 우리 층 전체에도 그 조합은 없을 걸?”
커피를 마시며 점점 어두워지는 한숨이 나왔다.
“나, 둘째 임신했다.”
“킥 풉.”
동료가 사레들린 커피를 내뱉는다.
“뭐?”
이내 할 말이 없어져 멍하니 쳐다보니 한참만에 동생이 무겁게 입을 뗀다.
“미안, 미안해. 일단 축하해. 우와 임신했구나.”
“그래, 고마워.”
“와, 이제 어떻게 하려고?”
“몰라, 나도.”
모르겠다.
육아가 처음이면 몰라서 당하면서 하는 거라 생각하겠지만 이미 아는 험난함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두려웠다. 혹여나 남자에게 군대 두 번 가겠냐고 묻는 것과 같은 상상일까? 이것은 상상이 아니고 현실인데 어찌해야 할까?
“그래서 계속 감기 기운 있던 거구나? 병원은 다녀왔어?”
“엊그제 갔다 왔어. 잘 자라고 있어. 두 번째도 신기하더라. 와,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머리를 감싸 안았다.
심한 입덧을 어떻게 또 겪지? 출산은 어떻고? 뼈가 터져 나가는 그 고통 으악!
두 시간마다 자다 깨서 먹이는 그 생활을 다시 한다고? 어제인지 오늘인지 내일인지 구분이 안 가는 밤낮 없는 생활 속에 팔이 너덜너덜 해지도록 종일 아기를 안고 다시 지낼 수 있을까?
회사는 어떻게 다니지? 애 둘을 키우면서 양가 부모님 도움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지?
다시 미지의 영역으로 휩쓸려 들어가는 느낌 속에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