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꺾일 줄 아는 사람은

by 빛작


깨질 줄 아는 사람이야.

접을 줄 아는 사람이야.

돌아갈 줄 아는 사람이야.



모두의 목표에 평균이 되지 못한다고 밀려났을 때, 엄마는 깨져보자는 선택을 했어. 회피의 잎사귀를 갉아먹는 건 성장에 방해가 되지.


모두의 선택 앞에서 중심 밖으로 밀려났을 때, 엄마는 접고 시작해 보자는 선택을 했어. 포기의 씨앗을 뿌린다는 건 노력에 방해가 되지.


당장에 필요한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밀려났을 때, 엄마는 멈추고 돌아가는 선택을 했어. 회귀의 줄기를 끊는다는 건 경험에 방해가 되지.


깨져본 적 있다는 건,

한 사람의 밑씨가 단단해지는 것이고

접어본 적 있다는 건,

한 사람의 잎맥이 촘촘해지는 것이고

돌아가 본 적 있다는 건,

한 사람의 새순이 재탄생하는 것이야.


엄마는 깨져봄으로써, 더 강한 밑씨를 만들고

엄마접어봄으로써, 더 선명한 잎맥을 만들고

엄마 돌아가봄으로써, 더 나은 새순을 만들고


꺾이는 법을 배웠던 시간은 엄마의 꿈을 관철시키는 뿌리가 되었어.


누군가 엄마의 을 비웃더라도

흔들림 없을 것이고

무언가 엄마의 맘을 흔들더라도

멈추지 않을 것이고

언젠가 멈출 때가 있을지라도

엄마는 꿈을 밀고 나갈 거야.



살아가면서 시련이 닥쳤을 때

엄마의 밑씨는 소신으로, 엄마의 잎맥은 통찰로, 엄마의 새순은 창조로 나갈 거야.


삶의 열매가 열릴 거야.


삶의 '열매'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주 1)라고 하잖아. 태풍과 바람 같은 시련을 이겨낸 보상인 것이지.



싸리나무는 산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야.


싸리나무 종자는 10여 년 동안 흙 속에서 발아를 기다리지. 껍질이 딱딱해서 고온일 때, 발아하기 쉬워. 자연 안에 고온 현상은 산불이잖아. 싸리나무는 산불이 났던 곳에서 모여 산대.


뜨거운 불이 딱딱한 껍질을 깨면서 각자의 속도대로 발아를 해. 금방 발아하기도 하고 충분히 신중해서 늦게 발아하기도 해.


싸리나무의 키워드는 내향적 신중, 숨겨진 정열이야. 신중함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유연한 정신을 가졌다고 해.

너무 소극적일 땐 대담함을 너무 적극적일 땐, 겸허함으로 균형을 잡아가지.



싸리나무는 뜨겁고 오랜 시간을 나름의 생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거야.


세상을 위해 쓰일 때가 되면


싸리빗자루로 생의 목적을 다.

회초리가 되어, 소신을 다해.

약재가 되어, 통찰을 발휘해.

새순나물로 재탄생을 해..


싸리나무처럼

꺾일 줄 알면 잘 쓰일 수 있어.


깨지는 게 싫어서 일을 그만두고

접는 게 싫어서 일을 펼치지 않고

돌아가기 싫어서 일을 지키지 않는


발아 안 된 싸리나무 같은 청춘은

발아를 위한 묵묵함을 배우는 때.


6월이면 싸리나무가 개화하기 시작해.

엄마는 그 6월을 기다리고 기대해.



주 1>. 고독의 권유, 장석주


#밑씨 #잎맥 #새순 #열매 #뿌리 #6월 #통찰 #내향 #산불


[빛작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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