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투자합시다. #매도 편
내가 내놓은 매도물건의 호가는 7억 5000만 원이었다.
과거 8억이 넘는 가격까지 실거래가 되었던 매물이라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 착각했다.
현실은 최저 호가보다 1000만 원 정도 높은 가격이었으며, 경쟁자 매물들이 무려 4곳이나 있다.
지금 시장에서는 매수인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은 가격이었다.
매물을 내놓은 2주 후,
‘아뿔싸, 이거 뭐야?’
갑자기 내 물건보다 4000만 원이나 저렴한 7억 1000만 원짜리 호가가 떴다.
그리고 7억 4000만 원의 매물이 7억 3000만 원으로 내렸다.
아마 최저 가격을 빼앗긴 것을 보고, 호가를 내린 것으로 판단되었다.
여기서부터 심리전은 시작되었다.
이 불구덩이에 들어가서 함께 난장판이 될 것인지,
나는 느긋하게 기다릴 것인지.
나는 5년 내 매도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임신 중이다. 올여름 출산을 해야 하는데, 꼭 4월에 팔지 않아도 되었다.
그러나 내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싸게 팔아서 좋은 물건을 싸게 사는 하락장의 미학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남편은 말했다
“암튼 아, 너무 조급해 보여.
4년 정도 전세 더 돌려서 상생임대 조건 채우면 되잖아. 내년/ 내후년에 꼭 상승할 것 같다는 확신이라도 있는 거야? “
나는 말했다.
“4년 뒤 시장은 상승일지 하락일지 모르지만,
난 지금 시장을 봤을 때 굉장히 갈아타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해서 그래.
조급하다고 보일 수 있는데,
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도 아니고,
현재 시장이 움직이기 좋은 시장인 것은 확실하잖아.
그래서 움직이고 싶은 것뿐이야.
확실한 지금을 보고 움직이는 거고,
어차피 매수하면 부동산은 최소 7~10년은 가져갈 건데, 갈아타자마자 떨어지고 그런 것은 상관없는 것 아니야? “
우리가 본 물건에 대하는 태도의 차이를 좁혀가고 있는 사이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호가 4위 매물이 되어버렸다.
나보다도 조급한 집주인들이 호가를 조금씩 다 움직였다.
7억 1000만 원
7억 3000만 원
7억 4500만 원
우리 집 7억 5000만 원
의미 없는 최저호가 경쟁이 시작되었다.
나의 마음도 흔들렸다.
아, 안 되겠다.
핸드폰을 열었다.
과거 열심히 공부했던 부동산 카페의 선배들의 매도 후기글을 다시 읽었다.
나의 조건을 다시 적어 내려가봤다.
1. 실거주는 끝났으니, 당장 급하진 않다 (시간은 내편)
2. 나의 최저 매도 금액은 7억이었기에 7억 1000에 매도되어도 괜찮다.
3. 부동산 조사를 다시 해보자.
그렇게 부동산 38곳에 다시 문자를 돌리고,
조금 친근한 사장님 3곳에는 전화를 돌렸다.
”네, 암튼 사모님~ “
“네, 안녕하세요 사장님~.
요즘 집 보러 온다는 연락이 통 없는데 분위기 어떤가요? “
“아휴, 요새 정말 파리 날려요.
이 동네보다, 한 정거장 떨어진 곳의 20평대랑 가격이 비슷하다 보니까.... 아무리 그쪽이 상대적으로 하급 지라고 해도 평수에서 약간 갈려서 그쪽이 실거래가 좀 찍히는 것 같아요~.
여기는 아직 기다려야 할 것 같아”
“네, 감사합니다”
최저 호가 경쟁에 뛰어들지 않겠다고 했던나는
그리고 일주일 뒤,
2000만 원을 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