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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암튼 Oct 26. 2024

거래가 꿈틀?

암튼, 투자합시다. #매도 편


전세입자를 들이고 2주 뒤, 4월 말일이 다가오고 있다.

나는 여느 날과 같이 출근버스를 탔다.

오랜만에 매도 내놓은 물건의 전체거래를 확인했다.

‘얼?

매도가 한건 성사되었네​​​

최저 매도물건(반전세 낀 물건)이 나간 건가?






‘아,

이 틈을 타서 특수거래가 된 거였네........‘



가족 간 거래는 현재 시세 최대 30% 낮은 가격에 거래가능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부러웠다.

나도 언젠가  우리 아이에게 하락장에 특수거래로 집을 물려줄만한 부모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정확하게 내가 마지노선으로 정해놓은 금액의 7억의 70% 가격으로 거래가 되었다.

내 마지노선이 진짜 바닥 최저가였구나.

​​​​​

7억이라는 숫자는 우리 아파트 KB시세 하위가격보다도 2000만 원이나 저렴한 가격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매수자/수증자들이 원하는 가격이란 말인가...


마음이 상한다.​​

서울아파트 트레킹 하면서 지속적으로 눈을 낮춰야 하나.

​​​​​


​​​

생각만 많은 아침.

사무실에 도착했다.




갑자기 송수석 님이 우리 경자멤버와 함께 있는 채팅방에 집을 매도 내놨다고 하신다.

오, 나에게 동지가 생겼다.

앞으로 하락장에 매도하는 게 얼마나 답답한지 아픔을 나누어야지.




​송수석 님에 대해 잠시 소개해본다.

서울대 출신의 젊은 여성 수석님이다. 일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이라 회사에서 인정도 빠르게 받았다. 예를 들자면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도 않고 계단으로 뛰어다니시며 일하는 분이다.

참고로 엘베는 고작 5층이다.

성격도 좋아 상사/동료들과 사이도 좋다. 연하남과 결혼해서 2년째 신혼을 즐기고 계시는 정말 멋진 여성이다.

​​​​​​

수석님은 처음에 경기도에 신혼집으로 집매수를 할 때,

대출을 받을 때만 해도 , 남편에게 왜 대출을 굳이 받으면서까지 사야 하냐고, 대출을 싫어하셨던 분이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승승장구하는 송수석을 견제하는 정치적 상황들에 노출되다 보니 회사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근로소득 외 부동산 자산 증식에 관심을 가지시게 되었다 한다.  

우연히 우리 경자멤버(경제적 자유를 위해 힘쓰는 모임) 중 한 분과 송수석 님이 부동산 이야길 나누게 되었고, 그걸 계기로 우리 경자 모임에  저녁식사를 한번 한 적이 있다. ​​

​그때, 식사 자리에서 재건축/재개발 강의하나를 추천해 달라하셨다. 그리고 최근 그 강의를 남편과 같이 들으셨다.

그리고 강의가 끝나는 마지막주, 바로 집을 내놓았다는 거다.

역시 공부 잘하고, 사회에 나와서 인정받는 사람들의 실행력은 어마무시하다고 느꼈다.

​​​​

지난주에 집을 내놨고 일주일째 집이 안 나간다고 푸념을 하시기에, 나의 집은 두 달째 나가지 않고 있다고 위로를 해드렸다.




​​

​그리고 주말 사이에 , 일이 벌어졌다.

송수석 님의 집은 2주일도 안되어 매도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주말에 어떤 신혼부부가 방문했고, 과거 실거래가 기준 거의 최고가에서 1000만 원만 네고된 가격에 거래가 성사되었다고 한다.

이 하락장에 말이다.


 

​속으로 생각했다.

‘와  너무 부럽다....

 송수석 님 댁은 33평형이고 역에서 가깝지만 우리 집도 역세권이고 우리 동네보다 하급지인데....‘


막연한 좌절감이 들었다.

2주도 안되어 매도가 되는 사람을 눈앞에서 보았으니 말이다.


송수석 님이 나에게 좋은 기운 나눠주신다며 저에게도 응원을 주셨다. 그리고 송수석 님은 바로 매수할 서울 재개발 물건 임장을 시작하셨다.


고작 주말 이틀 사이에, 내가 다시 위로를 받는 입장으로 전락하였다.

​​

어쩐지 어떤 식으로든 그 좋은 기운을 내가 온전히 받아야만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송수석 님은 그 아파트를 과거 상승장에 최고가에 추격 매수하셨었다.

본인이 매수했던 금액보다 싸게 내놓았었다는 거다.

손해 보면서까지 팔아서 서울 재개발로 뛰어드신 것이었다.



반성했다.


나는 7년이라는 시간을 태우며 최저가로 내놓아도 몇억 수익을 보는 상황이었다.

고작 몇천만 원 콩고물에 집착하면서 이렇게 까지 고심하고 있는가.



사람의 뇌는 [손해/부정적인 감정]을 [행복/이익]보다 4배 정도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나도 역시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나......

이 본능을 이겨야만 부자가 되는 거라는 걸 수많은 책과 강의를 통해 배웠음에도, 여지없이 흔들리는 나를 발견하는 주말을 보냈다.







그리고 4월 마지막주가 시작되었다.​

​부동산에서 전화가 왔다.

바로 그것은

반가운

손. 님.





무려

당장 입주생각 없는

갭투자자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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