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튼, 투자합시다 #매도 편
하, 500에 기회를 날려 말아.... 진짜 해말아...
남편과 둘이 눈이 마주쳤다.
눈빛 교환 완료.
암튼)
하...... 사장님 저 이 금액 처음말하는 거예요
이거 어그러지면 저 절대 이 가격에 안 해요.
이거 안 한다 하면 저도 안 팔게요.
앞으로 집안 보는 조건으로 가계약 바로 쏘는 조건으로 이 가격 진행 해봐 주세요.
진짜 마지노선의 협상이었다.
사장님은 예비매수자에게 강력하게 협상해서 연락준 다고 했다.
저녁 8시,
전화도 기다릴 겸 우리 부부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밤산책을 나섰다.
암튼 남편 )
어쩐지 이러고 말 것 같아.
안 물것 같아 매수자.
암튼 )
난 물것 같은데?
기다려봐.
근데 이 계약은 우리가 2500만 원이나 깎아서 성사시킨 거 니 거 복비는 절대 다 못내. VAT 포함하여 가격 내가 제시할 거야.
암튼 남편)
그래 연락 오면......
(김칫국 먼저 마시지 말란 소리겠지ㅋ)
전화가 울린다.
‘크라운 사장님.’
크라운 부사님)
선생님~ 이분 계약 하신대요
그런데.......
암튼)
뭐죠 사장님..................................ㅠㅠㅠ
크라운 부사님)
마지막 컨펌이니 남편 퇴근하시면 오늘 밤에 이야기해 보고 내일 10시 전까지 답주신데요.
이야기되면 내일 바로 가계약 쏜다 하시네요~.
암튼 : 아.... 남편 분하고요.... ㅎㅎ
내일오전이요?
네, 뭐 논의해보셔야죠. 그럼 깔끔하게 내일 오전 10시입니다.
(나도 항상 생각할 시간을 가질 때 남편핑계를 대곤 하지, 부동산은 당일에 결정하지 않는다는 결심을 지키기 위해)
크라운 부사님 :
아이, 이분은 무조건 하실 분이에요! 걱정 마요
그렇게 이튿날이 되었다.
10시 30분쯤 크라운 부사님의 전화.
크라운 부사님)
암튼 싸모님~~~~~~ 어제 남편 분하고 이야길 해봤는데 가격도 너무 좋고 다 좋은데
"집 봤어?"
라고 하셨나 봐요..
어휴...... 결국 돈이 남편돈이다 보니...
남편분이 그래도 집은 보고 사야 하지 않겠냐며...
이게 하자를 본다는 게 아니고 그 집의 분위기? 우중충/어둡고 그런 기운 이런 걸 보라고 하셨나 봐요.
그래서 오늘이 현충일 전날이잖아요?
현충일에 오전 9시 전에 세입자가 된다고 했으니
이 매수자분이 새벽같이 타 지역에서 차 끌고 집만 보고 결정하신다네요
근데 세입자가 연락이 안돼요..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해봤는데...
그래서 암튼 싸모님한테도 연락 좀 해달라고 부탁 좀 하려고 전화했지요~
암튼 )
네?
아. 뭐 한두 푼도 아닌데 집보고 사야 하는 것 아니냐는 그 말은 맞죠.
근데 세입자분이 직장이시라서 연락이 안 되는 것 아닐까요
아직 오전이고....
(나는 점점 호구 잡히기 시작했다.)
아 근데 집을 못 보시면 계약을 안 하실 건가......
사장님, 오후 2시쯤 이전까지 세입자가 답 없으면, 저도 전화해 보던가 할게요
일단은 점심시간 때 한번 더 사장님이 연락을 좀 해 봐주세요
(나한테 자꾸 세입자 연락해 달라고 하지 말고 본인이 일하시란 말이에요~)
그리고 이사실을 남편에게 전했다.
남편이 엄청나게 어이없어했다.
남편 이야길 듣고 보니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내가 질질 이끌려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우리 부부는 슬슬 기분이 나빠지고 있었다..
우리가 굳이 왜?
아 이 멍청이....... 나 뭐임?
자선사업가임?
예수부처도 아니고 내 손해를 봐가면서까지 왜 남을 다 이해하려고 하지...
생각해 보니 열받았다.
그래, 부동산 거래할 때 매도자가 서럽긴 하다.
왜냐? 부동산 입장에서도 매도자는 매도하면 다신 연락할 일이 없다. 그 동네에 여러 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가 아닌 이상은 말이다.
매수자는 중개사 입장에서는 new face이고 앞으로도 전세 맞추거나, 매도할 때까지 내 잠정고객님이 되는 사람이다.
그래서 중개사 사장님들도 매도자보다는 매수자에게 좀 더 유리한 쪽으로 이끌어가려는 것이 있다.
하락장 맞은 매도자는 여러모로 서러운 부분이 있으나, 당연한 거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 감정에 휘말리면 다 망하는 거다.
그러나, 우리가 요구해야 하는 정당한 것.
매수자 쪽에서 은근히 안 지키는 것들에 대해 정리를 했다.
그리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암튼)
크라운 부사님,
저 생각해 봤는데요. 집 안보는 조건으로 가계약금 쏘기로 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현충일 오전 9시 이전에 오는 것도, 오후 8시 이후에 오는 것도 타 지역이라고 힘들다고 하시고, 사실 가계약금도 적금 다 깨고 하는 거다 뭐다 본인 상황만 말씀하시면서 가계약금도 100만 원 정도밖에 못한다고 말씀하시잖아요.
매수자는 본인이 원하는 것을 다 요구하고 있어요.
전 웬만하면 들어주고 있고요.
근데 여태 그쪽에서 저에게 했던 약속들은 지켜주신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솔직히 전 세입자는 두어 번이나 만나 뵌 분이고,
매수자는 전 본 적도 없는 사람인데 뭘 믿고 저희 집 가계약금도 안 쏘고 집을 보여드리며,
집을 보겠다는 건 뭐 우중충하거나 집 분위기가 별로면 안 사시겠다는 거잖아요?
저도 리스크를 떠안으면서 엄청나게 깎아드린 건데 그쪽은 왜 리스크를 안 떠안으시는 거죠?
성의라도 보이셔야 하는 것 아닐까요?
왜 말씀 주신걸 하나도 안 지키시는지 오늘도 가계약하기로 했는데 안 하고 내일 집을 본다고 하질 않나....
가계약금을 넣으시고 집 보시는 걸로 하시죠
크라운 부사님)
아이 그건 그런데요.
이분도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꼭 할 사람이고 그건 내가 보장할게요.
남편 컨펌을 받아야 하니
새벽운전이라도 해서 온다고 하니까 아아아 아.~~
다시 이야기하기가 쪼옴...
암튼)
(나... 화났다.)
아 그건 그쪽 사정이고 저도 제사정이 있는데
굳이 매도계약에 상관없다 생각해서 말씀 안 드리는 겁니다.
적금을 깨시건 새벽운전을 하는 것은 이 계약에서 중요한 내용은 아니에요.
그리고 사장님이 어려울 게 없죠.
이건 먼저 그쪽에서 제게 제안하신 것들을 그냥 순리대로 말씀만 다시 해주시라는 거죠.
저희 급한 집이 아니라서
뭐 어렵다 하시면 게약 안 하면 됩니다.
오늘 안에 가계약금 쏘고 그다음 집을 보시던 안 보시던 하시는 게 나으실 것 같네요.
그렇게 최종 정리해 주세요.
더 이상 내어주며 팔지 않기로 결심했다.
너무 감정적인가 싶다가도 말하면서 정리하니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