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세환 Feb 03. 2022

[서평] 모든 순간의 물리학_카를로 로벨리

물리적 인간과 인간의 물리학


인공지능은 결국 인간의 지능을 따라잡을 것인가? 혹은 인간의 지능과 감성 같은 것들은 물리적 세계를 초월하는 어떤 것인가? 이런 종류의 궁금함이 더욱 커져가는 시대이다. 인공지능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물리학 또한 세상과 세상의 존재 모두를 설명하고자 하고 있다. 그런 시대이기 때문에 우리가 위 질문들에 대해서 보다 정확한 답을 하는 게 가능해졌을까?


지금 이 시점에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혹은 예컨대 물리학자가 하는 답과 철학자가 하는 답이 다를 것 같다. 생각하기에 정답은 없다. 문제는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에 있는 듯하다.


이탈리아 태생의 사려 깊은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가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끝맺음하면서 인간은 무엇이며, 인간에게 물리학이란 무엇인지를 물었다.


지난 100년 동안 물리학은 세상의 근원과 세상 그 자체를 드러내기 위해 눈부시고 매력적이고 환상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나는 내가 모르는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호기심에 쉽게 설명하는 것에 능숙한 친절한 물리학자들의 책을 통해 물리학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같은 질문에 맞닥뜨렸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 설명하고,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 충돌하는 세계에서, 혹은 그 이상의 우리가 아직 밝혀내지 못한 원리가 규정하고 있는 이 세계에서 나는 무엇인가? 그 세상의 일부인가? 물리적 세상의 일부인 물리적 실체인가? 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유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인간인가?


카를로 로벨리 저서 '모든 순간의 물리학'의 마지막 장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에서 이런 질문과 관련한 그의 생각이 담긴 멋진 구절들을 소개한다. 


"지극히 인간적이라고 해서 우리가 자연과 구분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또한 우리가 자연이기 때문이지요. 자연은 여기, 우리 지구에서 자신의 일부들과 상관관계를 맺어 서로 영향을 끼치고 정보를 교류하면서 끝없이 조합하는 방식으로 존재합니다. 이외에 어떻게, 얼마나 많은 독특한 복합성을 지녔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자연은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형태로 무한한 우주 공간에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저 위, 우주에 정말 드넓은 공간이 존재하는데, 변두리 구석에 위치한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이런 은하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지구에서의 삶은 그저 우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것 중에서 한 가지를 맛보는 일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의 영혼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그리 다를 바 없는 것입니다."


"자연은 우리의 집이며, 자연 속에 있으면 집에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탐험한 이 화려하고 놀라운 세상, 공간이 하나하나 떨어져 있고, 시간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사물이 어떤 공간에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이 세상은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타고난 우리의 호기심이 보여주는 모든 것이 우리의 집, 우리의 자연입니다.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난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별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


"우리의 윤리적 가치와 열정, 사랑이 자연의 일부이거나 동물의 세계와 공유되고 있기 때문에, 혹은 수백만 년간의 인류의 진화에서 제한이 있다고 해서 진실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실질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실합니다. 윤리와 열정, 사랑은 복합적인 현실이고 우리는 이러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물과 웃음, 감사와 이타주의, 믿음과 배신, 우리를 번뇌하게 하는 과거와 평온함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우리의 현실은 우리가 함께 구축한 공통의 지식이 교차하는 풍요로운 연결망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우리가 설명하고 있는 자연 그 자체의 일부입니다."


오로지 호기심만으로 뛰어들어 머리를 쥐어짜면서 물리학 겉핥기에 도전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을 읽게 됐는데 책을 덮는 마음이 좋다. 뭘 많이 알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충만한 느낌이다.


"우리는 항상 사랑을 하는 정직한 존재입니다. 또한 우리는 천성적으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계속 배웁니다.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계속 성장합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우리는 알고자 하는 욕망을 불태웁니다. 지식은 아주 작은 공간의 심오한 구조 속에, 시간의 특성 속에, 블랙홀의 운명 속에, 그리고 우리 생각의 기능 속에 있습니다.


여기, 우리가 알고 있는 한계의 끝부분, 즉 우리가 모르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세상의 신비와 아름다움이 반짝이는 빛을 뿜어 우리를 숨죽이게 합니다."

이전 04화 빅뱅이론, 끈이론, 힉스.. 단 하나의 방정식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