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치아가 건강한 편이 아니다. 치아도 유전이라고 들었다. 양치를 안 해도 안 썩는 사람은 안 썩는다더라. 동생을 보니 맞는 말이다. 동생은 이가 정말 건강하다. 억울하지는 않다. 눈이 나쁜 동생과 달리 시력만은 꽤 좋은 편이니까. 지금이야 하도 치과에 인이 박여 치료 중에 ‘환자 분 주무시면 안 돼요.’라는 말도 듣는 나지만, 어렸을 적에는 치과 얘기만 들어도 울고불고 난리를 쳤던 기억이 난다. 할머니 말에 따르면, ‘아주 염병을 했다.’
얼마 전 염증으로 발치한 어금니에는 두 번째 임플란트가 아름답게 세워질 예정이다. 임플란트가 처음이 아니란 얘기다. 20대 초반, 철도 씹어 먹을 나이에 임플란트를 하나 식립했다. 치아에 있는 금만 떼어도 회식에서 크게 한턱낼 수 있을 정도이니 말 다 했다. 임플란트 수술을 앞두고 불현듯 「고양이 식구가 생기다」 편에서 고양이의 날카로운 이빨이 무서웠다고 썼던 것이 기억났다. 지금이야 냥이들이 싫어해서 그렇지 뽀뽀도 할 수 있다. 뾰족뾰족 작게 난 냥이들의 이빨, 보면 볼수록 귀엽고 사랑스럽다.
뽀뽀를 부르는 표정
못난 이 덕분에 나갈 생돈만 걱정하는 도중에, 못난이처럼 내가 아프니까 동생들의 치아 상태가 그제야 걱정이 됐다. 내 한 몸만 신경 쓰고, 미안하게도 냥이 치아 상태에는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 아내에게 우리 냥이들의 치아 상태를 물어봤다.
극과 극! 4냥이들의 치아 상태
츠동이와 루비는 정말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있다! 다행이다. 박스를 물어뜯는 습관과 상관이 있을까. 하기는 츠동이가 어디 건강하지 않은 데가 있던가. 이보다 더 건강할 수는 없을 정도니까. 어쩌면 나보다 오래 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루비는 나이가 어려서이기도 하겠지만, 딱 봐도 이가 깨끗하다.
4냥이의 왕답게 ‘왕이빨’을 가지고 있는 츠동이
마끼는 치주염으로 앞니를 뽑았다. 앞니도 빠진 녀석이 간식 투정을 부리며 크게 울 때는 정말 귀엽다. 유치가 빠진 7살짜리가 활짝 웃는 모습을 볼 때처럼 기분이 좋다. 앞니도 없으면서 어쩜 그리 밥은 잘 먹는지. 앞니를 뽑은 이후, 치주염이 가라앉았고 쭉 치아 쪽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지개 다리를 건넌 마끼가 이빨 요정이 된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럽다. "마끼야, 너는 왜 웃긴 사진밖에 없는 거니."
겁쟁이 구로가 참 걱정이다. 어릴 때부터 안 좋았는데 병원을 갈 수가 없다. 병원을 갈 때마다 경기를 일으킬 정도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하나씩 치료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나중에 마취 후 한 번에 전발치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어미 고양이가 칼리시 바이러스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새끼에게 잇몸 염증을 유발하는 질환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구로가 그런 것 같다.
이빨도 안 좋은 게 뭘 먹고 이렇게 찌는 건지...
집고양이 평균 수명 15세 시대! 치아를 관리하자!
아무리 관리를 잘해도 노묘의 경우 치주염 등이 심해져 전발치를 하기도 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지만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있다. 집고양이의 경우 알맹이가 작은 건식 사료나 습식 사료로 바꿔 주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양이 이빨은 먹이를 자르고 찢는 데 적합하도록 발달했다. 어금니에 비해 상대적으로 송곳니도 크다. 이 때문에 고양이의 음식물 섭취 방식은 씹어 먹기보다는 적당히 자른 후 삼키는 것에 가깝다. 호랑이가 사냥감을 뜯어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 쉽다. 초식 동물이 질긴 섬유질을 씹고 잘게 부수기 위한 용도로서 어금니가 발달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태어난 지 3~4개월이 되면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한다. 6~7개월이 되면 이갈이를 마치고 영구치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부터는 치아 관리에 좀 더 신경 쓰는 것이 좋다. (물론 나는 신경 쓰지 못했다... 아내야, 고맙다...) 입냄새가 심해질 수도 있고 염증으로 피가 날 수도 있다. 이갈이 후에는 이런 증상이 호전되나 혹시 나아지지 않는다면 동물병원으로 바로 데려가자. 영구치가 나오면서 간질거려 집사의 손을 무는 버릇도 생길 수 있다. 버릇을 잘못 들이면 평생 고생이다. 집사의 손 대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이갈이 장난감을 사 주자.
"장난감 사 달라고!"
고양이 양치질은 매일 해 주는 것이 좋은데, 쉽지가 않다. 습식 사료를 먹는 냥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한다. 안다. 말은 참 쉽다.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되었다면 모를까 싫어해도 이렇게 싫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건강한 치아가 만복의 근원이라 하지 않는가. 나는 물 잘 마시는 냥이 다음으로 치아 건강한 냥이가 효자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 구로처럼 정말로 양치질을 할 수 없는 고양이라면, 양치질하다 집사의 손등이 스크래처라도 된 양 피가 철철 흐르고 괜히 사이만 나빠지게 생겼다면, 바르는 치약이나 물에 타는 치약을 사용할 수 있다. 치석 제거 껌이나 간식을 줄 수도 있다.
욱신욱신 짜증나는 치통, 겪어본 자들만이 안다. 이거 뭐 손으로 뽑을 수도 없고. 뽑으려면 뽑아지기나 하나. 뽑으면 밥은 어떻게 먹나. 뽑으면 시원한데 없으면 섭섭한 애증의 이빨. 진짜 짜증도 이런 짜증이 없다. 모든 일이 그렇다. 예방이 중요하다. 염증이 올라오진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냥이들의 잇몸 색깔만 확인해 줘도 치료 시기가 너무 늦는 상황은 생기지 않는다. 아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우리 예쁜 냥이들의 소중한 치아를 지켜 주자. (나부터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