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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Jul 23. 2021

심장에 치명적, 피부에도 치명적! 고양이 솜방망이!

고양이 발과 젤리, 그리고 발톱 관리

4냥꾼 캣브로, 스물아홉 번째 이야기




치명적인 솜방망이


새침한 표정과 큰 눈망울, 윤기가 흐르는 털. 고양이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만 꼽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보들보들한 솜방망이야말로 단연 귀여움의 정수가 아닐까 싶다. 단, 조심해야 한다. 너무 귀여워서 심정지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양말 속에는 치명적인 무기도 많이 감추고 있다. 앞발 5개, 뒷발 4개, 도합 18개의 무기를 아니, 발가락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간혹 발가락 개수가 이보다 많은 다지증을 가진 고양이들도 있는데 건강에는 별 이상이 없다고 하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응? 내 발이 어디로 갔지? 저쪽에 두고 왔나?” 발 없는 말은 천리를 가고, 발 없는 고양이는... 사랑스럽다.


발에 생기는 질환 자체가 드문 편이기는 하지만, 무릎이나 고관절 등 전체적으로 다리 부위가 관절염에 걸리는 경우는 종종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거나 지나치게 비만하여 그런 경우도 있지만, 적절하지 못한 환경 때문에 관절염이 발생하기도 하므로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바닥이 심하게 미끄럽다면 패드나 카펫을 깔고, 너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지 않도록 적당한 높이의 완충용 가구를 배치해 줄 수도 있다.


녀석들은 뛰어난 사냥꾼이다. 고양이는 쿠션처럼 탄력 있는 젤리와 발 속으로 숨길 수 있는 발톱 덕분에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사냥감에 은밀히 접근하여 날카로운 발톱을 꺼내 일격을 날린다. 이는 고양잇과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성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귀여움과 유용성을 모두 갖춘 신체 기관이라니... 보면 볼수록 부러운 녀석들이다. 발을 만지면 싫어하는 녀석들이 많으므로 사냥감이 되고 싶지 않다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수컷은 왼발잡이가. 암컷은 오른발잡이가 많다. 자주 쓰는 발을 위에 두고 있는 마끼와 구로.


말랑말랑한 젤리를 위하여


고양이 발바닥을 왜 젤리라고 하는지는(정확히는 육구를 가리킨다.) 한번 만져 보면 확실히 알게 된다.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지만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그 촉감은 중독되면 끊을 수가 없다. 젤리와 발가락 사이에는 꼭 그런 용도로 만들어진 것처럼 손가락 하나가 딱 들어간다. 손가락을 넣으면 츠동이는 발바닥을 쥐었다 며 꼼지락거리는데, 이때 손가락 끝에 전달되는 느낌이 아주 기가 막힌다. 캡틴 아메리카의 말을 빌리자면, ‘하루 종일도 할 수 있다.’


못생긴 손가락과 귀여운 발바닥의 아름다운 만남


냥이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우리처럼 발에 굳은살이 생긴다. 우다다를 좋아하는 냥이라면 특히 심할 수 있다. 굳은살이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며 굳이 제거할 필요도 없다. 대개 집냥이들은 따뜻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기 때문에 별다른 젤리 관리가 필요한 경우는 사실 많지 않다. 우리 집 똥냥이들도 아직까지 발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다만 간혹 모래가 맞지 않거나 건조하고 추운 날씨로 인해 젤리에 심한 갈라짐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증상이 심하다면 젖은 수건으로 세심하게 닦아 주고 고양이 전용 보습제를 발라주면 된다. 발바닥 그루밍을 자주 하는 냥이들의 특성상, 우리가 쓰는 핸드크림을 사용하는 일은 절대 없도록 해야 한다. 몸에 해가 되는 성분을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루비의 흑당 젤리와 츠동이의 핑크 젤리. 그리고 자비 없는 젤리의 흔적들.


집사는 고양이 네일 관리사


발톱은 얘기가 좀 다르다. 관리를 하긴 해야 되는데 힘들기로는 양치질 다음이다. 초보 집사 때는 발톱을 자르다 많이 다치기도 한다. 그러나 제때 잘라 주지 않으면 숭하게 구멍이 뚫려가는 침대와 소파를 목도하게 될 것이니. 냥이들의 애정이 담긴 꾹꾹이가 어느 순간 고문처럼 느껴진다면 발톱을 깎을 때가 된 것이다. 스크래칭을 통해 날카로운 발톱이 자연스레 마모되겠거니 하는 생각은 고양이 발톱처럼 안으로 넣어 두자. 마모는커녕 오히려 더 날카롭게 벼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니까 말이다.


실제로 고양이는 스크래칭을 통해 여러 겹으로 된 발톱 중 바깥쪽의 죽은 발톱을 제거하여 더 ‘날카롭고’ 건강한 발톱을 유지한다. "아니, 왜 스크래처 위에서 자고 있는데?!"


좋으나 싫으나 고양이 발톱은 결국 집사 자신을 위해서라도 잘라야 한다. 냥이의 특성에 따라 아주 더럽게 힘든 경우가 있을 뿐, 발톱 깎는 과정 자체가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일단 고양이 전용 발톱깎이를 이용하되 너무 깊게 자르지만 않도록 주의하면 된다. 특히 연분홍색 부분은 혈관이 지나는 곳이므로, 너무 깊지 않게 뾰족한 부분만 톡 하고 살짝 깎는다는 느낌으로 잘라 주는 것이 좋다. 보통 발톱을 발 속에 숨겨 두고 있을 텐데 이때는 발톱을 살짝 눌러서 나오게 하면 된다.


「고양이 스크래처 - 칭찬과 인정의 욕구편에서 이미 강하게 얘기했던 적이 있지만, 노파심에 강조하려 한다. 스크래칭 방지를 위한 고양이 발톱 제거 수술, 미친 짓이다. 이유는 이미 설명한 있어 이번에는 따로 쓰지 않으려 한다. 그렇다면 혹시 냥이들이 심하게 버둥거릴 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생하는 집사들을 위해 4냥이들을 예시로 작은 팁을 소개한다.


먼저 힘이 세서 제대로 안고 있을 수도 없는 츠동이 같은 경우, 억지로 안아서 깎아 주려 하기보다는 기분 좋게 누워 있을 때 처리하는 편이다. 겁쟁이 구로가 문제인데, 구로에게는 일종의 게릴라 작전을 쓴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있을 때를 포착하여 한 발을 깎고, 다시 시간이 지나 다른 발을 깎으니 수월했다.


구로의 발톱을 깎을 하늘이 주신 기회!


마끼 같은 경우 버둥거리기는 하지만 간식으로 계속 보상해 주니 깎는 건 싫어해도 도망은 가지 않게 되었다. 의외로 루비가 덩치도 조그만한 게 우리를 제일 힘들게 했었는데 훌륭한 캔따개이자 네일 관리사인 아내가 아주 좋은 전략을 찾아냈다. 아내가 발톱을 깎아 주는 동안 나는 옆에서 계속 머리를 만져 주는 것이다. 너무 쉬워 허탈했다.


아주 해괴하지만, 어찌 보면 동화 같은 귀여운 상상을 하나 해 보았다. 우리 냥이들이 귀여운 솜방망이로 나의 배와 머리를 만져 주는 동안, 아내가 나의 발톱을 잘라 주는 상상을. 끔찍하군... 전혀 귀엽지 않고 망측할 뿐이었다. 세파에 찌든 청년에게 더 어울리는 게 있지. 발 닦고 루비의 배 만지면서 잠이나 자야겠다. 그래. 이게 맞아.


"우리 루비 손 참 많이 간다 많이 가~! 잠깐만, 이 사진은 도대체 누가 찍어 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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