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기물 파손범이었던 츠동이는 성묘가 되자 지능범이 되었다. 어느 순간, 파괴 그 자체보다 캔따개들이 분주하게 자신의 시중을 들며 일하는 모습을 즐기게 된 것 같았다. 우리 집의 No. 1이자 듬직한 상남자, 츠동이는 젠틀한 태도와 핸섬한 외모로 손님들의 인기를 독차지하지만 사실 뒤로는 집사를 가스라이팅하며 본인만의 황금(누렁) 제국을 건설하고 있던 것이다.
잠깐 마끼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침대에 있더라도 토는 바닥에 하는 다른 녀석들과 달리 마끼는 항상 침대에 토한다. 그것도 꼭 이불이나 시트를 새로 갈아 놓으면 말이다. 생각해 보니 츠동이보다 마끼가 더 나쁜 녀석 같다. 츠동이도 웬만해서는 침대에는 토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츠동이는 창틀이나 문틀에 토한다. 침대에 토하는 마끼는 백 번 이해할 수 있다. 그 자리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츠동이는 꼭 닦기 어려운 곳에 게워 낸다. 상식적으로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이상, 토를 하고 싶을 때 하필이면 항상 그 위치에 있었을 리도 없다. 즐기고 있는 게 분명하다. 아주 악질이다. 냉장고 위에 올라 문틈에 토했을 때 확신했다.
스타일러 위에 올라 토하는 일도 가끔 있어서 아예 문 사이를 테이프로 막아 놓았다.
누가 고양이가 개보다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고 했는가. 고양이의 학습 능력도 뒤쳐지지 않는다. 다만 그 능력을 안 좋은 쪽으로만 발휘할 뿐이다! 우리 집에는 친구가 직접 만들어 준 이동 수납장이 있다. 미니멀한 생활을 위한 우리 집의 몇 안 되는 수납장이기도 하고 앤티크한 느낌이 좋아 아내가 요리 사진을 찍을 때면 항상 애용하는 물건이다.
하루는 이 수납장 위에서 쉬던 츠동이가 갑자기 헤어볼과 방금 먹었던 사료를 그 자리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고양이 키우는 집의 평범한 일상이다. 속을 모두 비워 낸 츠동이가 다시 바닥으로 뛰어 내리며 수납장을 냅다 차 버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평범한 일상에 츠동이 한 숟갈을 넣었더니 아주 매콤해졌다.
힘들이지 않고도 잘 굴러가던 바퀴가 이번만은 너무 야속했다. 바퀴가 달려 있어 활용도가 높았던 우리의 애장품을 츠동이가 이렇게 악용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수납장은 팽그르르 돌며 헤어볼과 곤죽이 된 사료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마치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만 같았다. 우리 집 거실에도 봄날이 찾아왔다.
벽지에 묻은 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고 어차피 찢어진 곳도 있어서 아내가 손수 거실 쪽 벽지를 도배했다. 몰딩 페인팅은 나의 솜씨이다.
「탈출왕 마끼」 편에서 이야기하지 못한 것이 있다. 마끼를 발견하면 집으로 다시 몰이를 하기 위해 츠동이를 잠깐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한 적이 있다. 현관을 계속 열어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마끼를 찾지 못하고 빈손으로 돌아온 우리는 갑자기 몰려온 피로와 허탈함에 소파에 쓰러지고 말았다.
아내는 츠동이가 있던 방문을 열어 주기 위해 다시 지친 몸을 움직였다. 끼리릭.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느낌이 이상했다. 계속 소파에 쓰러져 있었기에 방 안의 사정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으나 뭔가 기운이 좋지 않았다. 위화감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냄새가 났다.
문자 그대로 진짜 냄새가 났다. 똥 냄새가, 아주 독한 똥 냄새가 났다. 츠동이 때문에 자취방의 전기밥솥이 박살나고, 모니터가 두 쪽이 나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아내가 갑자기 이성을 잃고 울기 시작했다. 쉽사리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아내를 보고 무슨 큰일인가 싶어 소파를 박차고 방 쪽으로 튀어 나갔다.
"형아, 기대되지 않아?" 다음날 마끼는 집으로 돌아왔다.
두 눈을 의심했다. 침대 위에는 따끈따끈한 똥이 놓여 있었다. 그것도 아주 푸지게 말이다. 만화에서 보던 그 모양 그대로였다. 이보다 더 온전한 형태일 수 없을 정도였다. 날것의 똥은 화장실에서 보던 모래에 예쁘게 포장된 맛동산과 차원이 달랐다. 이유 없는 감금에 분노한 츠동이에게 복수의 칼을 제대로 맞았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워야할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내를 좀 진정시키고 나니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마끼가 갑자기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이 귀여운 녀석들을 어찌 원망할 수 있으리오. 모든 게 내 탓이오. 내 탓이오.
침대는 결국 통째로 버리게 되었다. 시트만 걷어 내 빨면 될 일이 아니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냄새의 근원은 매트리스 깊숙한 곳까지 마수를 뻗치고 있었다. 츠동이는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깐만, 너 나가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니었어...? 그런 게 아니었단 말이야...? 이후 우리 집은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방문을 닫아 놓지 않는다. 그리고 여타 츠동이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도 절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주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다. 고맙다, 츠동아. 아주 대단한 교훈을 주었구나. 고마워 죽겠다 정말.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