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때가 예쁘다. 고양이도. 사람도. 난그래서 아내가 잘 때가 제일 좋은 걸까...?통통한 배를 불룩거리며 쌔근쌔근 자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면 분노와 슬픔은 사라지고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기물을 파손하고 방금 세탁한 이불에 토를 해도 잘 때만큼은 천사가 따로 없다. 뭐, 가끔은 상상하지도 못한 괴상망측한 자세로 자는 때도 있지만 말이다.
나는 냥이들이 잘 때면 종종 하는 행동이 있다. 깨지 않도록 조심히 옆에 누워 살포시 안아 보기도 하고, 선잠이 든 냥이의 규칙적인 호흡을 따라 내 들숨과 날숨을 맞추고 같이 잠에 들기도 한다. 머리를 살짝 들고 팔베개를 해 주거나 춥지 않도록 이불을 덮어 주기도 한다. 모두 더없이 행복한 순간들이다. 영원히 반복되어도 싫증나지 않을 만큼 좋은 이 평온의 순간들, 나만 볼 수 없어 준비했다. 몰래 찍어 두었던 우리 똥냥이들의 자는 모습을 소개한다.
영원한 나의 첫째이자 둘째 동생, 츠동과 마끼. 모두 지금보다 미묘하게 젊은 모습이다. 건방지게 이불을 다 차지하고 비킬 생각을 안 한다.
어렸을 때부터 심약했던 셋째 구로를 마끼는 잘 챙겨 주었다. "누나 졸려. 오메, 깜짝이야! 깜빡이 켜고 들어와!"
작고 귀여웠던 구로가 이렇게 거대해졌다.(실은 뚱뚱해졌다...)
안 그래도 빵빵한 볼따구가 눌려 승천하기 직전이다. 막내인 우리 삼식이 루비는 어떤 자세로도 잘 잔다.
캣브로의 배 위에서 골골이를 하다 잠이 든 루비. 루비는 아무 곳에서나 잘 잔다.
그런 루비도 마끼를 이길 수는 없다. 마끼는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로 잘 자니까.
나리는 루비가 오기 전 우리 집의 막둥이였다. 지금쯤 하늘에서 마끼 언니를 만나 신나게 놀고 있지 않을까.
녀석들은 항상 츠동이의 몸 어딘가에 발이든 머리든 올리고 자는 경우가 많다. 착한 루비가 츠동이의 콤플렉스인(?) 짧은 꼬리를 다리로 가려 주고 있다. "형아, 나 잘했지?!"
찌는 듯한 더위, 여름 냄새를 맡으며 시원한 베란다에서 마끼가 자고 있다. 고양이도 꿈을 꾼다면, 마끼는 지금 푹신한 구름 속을 두둥실 떠 다니는 꿈을 꾸고 있을 것만 같다.
"형아, 자는 척하고 있을 테니까 셀카인 것처럼 찍어 줘 봐. 나는 왼쪽 얼굴이 잘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