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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Dec 20. 2021

고양이 화장실 - 다묘 집사는 매일매일이 감자 풍년

고양이 모래

 4냥꾼 캣브로, 마흔일곱 번째 이야기




모래가 먼저다


모래가 먼저다. 화장실이 아니라. 과장이 아니다. 옷으로 치면 화장실은 겉옷과 같고, 모래는 속옷과도 같다. 옷 좀 못 입어도 괜찮다. 단지 연애를 시작하기 좀 어려울 뿐이다. 그러나 속옷은 다르다. 속옷을 자주 갈아입지 않는다면? 그때는 병도 얻고 사람도 잃게 될지도 모른다. 적절한 화장실을 고르는 일이 고양이나 집사의 취향을 타는 문제에 가깝다면, 고작 똥간에 무심히 부어 버릴 모래를 고르는 일은 고양이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좋은 모래를 선택해야 한다. 싸다고 능사가 아니다. 입에 들어가는 사료도 아닌데 모래는 경제적인 제품 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일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일부 저질 제품은 피부병이나 결막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냥이가 특정 모래에서는 일도 보지 않는 일도 종종 생긴다. 사료야 그렇다 치고 모래까지 가리는 건 너무 한 것 아닌가 싶다. 심지어 모래 자체를 싫어하는 녀석들도 있다고 한다! 보통 까다로운 녀석들이 아니다.


"뭐야, 우리 얘기하는 거 같은데?" "까다롭지 않아~"


너무 당연하게도 놀이터에서 아무 모래나 퍼 와서는 안 된다. 공공자산을 함부로 가져오면 안 되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일반 모래는 고양이 똥을 처리하는 데 그리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이다. 사막이었으면 아무 모래에나 싸질렀음이 분명한 녀석들인데 그래도 놀이터 모래는 안 된다... 아무튼 안 된다. 전용 모래를 쓰자. 하나부터 열까지 돈이 많이 드는 녀석들이다. 그래, 어차피 나갈 돈, 좀 알아보고 쓰자.


모래를 알아보자. 어차피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거 쓰겠지만...


보통 모래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두고 고르게 된다. 1) 잘 굳어지는가?(응고력) 2) 냄새를 잘 흡수하는가?(탈취력) 3) 고양이가 먹거나 피부에 닿아도 안전한가?(무해성) 4) 먼지가 많이 발생하지는 않는가?(먼지 발생 정도) 5) 고양이가 좋아하는가?(고양이의 취향) 아래 설명할 모래 외에도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며, 특성도 판이하다.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종류에 따라 장단점이 다르다고 보는 것이 맞다. 모든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모래는 없다.


오늘도 감자가 풍년이다. 생각보다 적다고? 고작 한 삽 펐을 뿐이다. 소변이 굳은 것은 감자, 대변이 굳은 것은 맛동산이라고 한다.


크게 모래는 특성에 따라 응고형과 흡수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응고형은 소변 또는 대변이 모래와 함께 굳어 하나의 덩어리가 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통째로 삽으로 덜어내 버리면 된다. 흡수형은 입자 자체가 변의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또는 흡수하여 녹아내리거나) 사막화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모래 종류를 자세히 알아보자. 어차피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모래를 쓰게 되겠지만...


[ 응고형: 벤토나이트 – 싸다! 근데 이제 사막화를 곁들인... ]

장점: 흔히 말하는 맛동산 또는 감자가 바로 이 벤토나이트와 고양이 똥이 함께 굳어진 것을 말한다. 응고력이 좋은 만큼 탈취력도 우수해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모래이기도 하다. 실제 모래와 가장 비슷해 고양이들도 선호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변과 함께 굳은 모래만 덜어내면 되기 때문에 경제적이기도 하다.


단점: 사막화의 주범이다. 사막화 때문에 벤토나이트를 사용하지 않는 집사도 있을 정도이다. 먼지가 많이 날리기 때문에 호흡기가 좋지 않은 고양이라면, 다른 모래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게가 꽤 나가기 때문에 대량 주문을 할 때마다 기사님께 미안해지는 것도 단점이다.


우리 집은 벤토나이트 모래를 사용한다. 감자 캐는 게 재미라면 재미다. "형아! 모래 잘 파묻은 것 맞지?!"


[ 응고형: 천연(두부, 옥수수) 모래 – 먹지 마세요. 고양이에게 양보하세요. ]

장점: 먹을 수 있는 식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무해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애초에 몸에 잘 달라붙지 않지만, 몸에 붙은 입자를 그루밍 도중에 섭취하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입자가 크기에 사막화 현상도 드물다. 제품 특성상 화장실에 흘려보낼 수도 있지만 되도록 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점: 원료가 원료인 만큼 벌레가 꼬이거나, 습하고 더운 날씨에는 부패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제품은 방부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천연 식품을 이용해 만든 것이 무색하게도 방부제가 고양이에게 좋을 리 없다. 응고력이 약해 변과 잘 뭉쳐지지 않거나 삽으로 뜨는 도중 잘 부서지는 편이다. 탈취력도 좋다고 할 수 없는데 천연 모래 특유의 냄새가 변 냄새와 합쳐지면 아주 기가 막힌 냄새가 난다. 종종 건방진 녀석들이 집사의 마음도 몰라 주고, 이딴 걸 모래라고 사 왔냐고 여기며 금변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집사와 고양이 모두 취향을 타는 모래이다.


두부처럼 흐물거리는 뚱보 구로. 한때 두부 모래를 사용했던 적도 있다. 개인적으로 감자 캘 때의 손맛은 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 흡수형: 실리카겔(크리스털) 모래 – 이름은 예쁘다. 나는 안 쓰련다. ]

장점: 식품에 들어 있는 제습제 원료, 그 실리카겔 맞다. 입자가 소변을 흡수하기 때문에 대변만 치워 주면 된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막화 현상도 거의 없다. 끝이다. 정말 끝이다.


단점: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소변 냄새는 덜할지 몰라도, 대변 냄새는 그대로다. 대변 냄새가 나는데 소변 냄새 안 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어차피 소변을 어느 정도 흡수하면 냄새가 심해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모래를 갈아줘야 한다.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이다. 냥바냥도 심한 편이고, 무엇보다 섭취할 시 치명적이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 모래이다. 가격도 제일 비싼 모래에 속한다.


똥스키 테러 후 부끄러움에 낯을 들지 못하는 구로. 실리카겔 모래는 장점에 비해 단점이 커서 유일하게 사용해 보지 않은 모래이다.


[ 흡수형: 우드(종이) 펠릿 - 응고형이 싫은 집사를 위한 대안...? ]

장점: 제품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응고형인 두부나 옥수수 모래처럼 친환경적인 원료를 이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대체로 무해하다. 먼지 날림이 적어 호흡기 질환이 있는 고양이가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단 소변을 흡수하면 흐물흐물하게 가루가 되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펠릿형 모래 특성상 하단에 받침대가 있는 전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 대변만 덜어 퍼내면 되므로 응고형에 비해 청소가 편한 것도 장점이다.


단점: 친환경 원료이기 때문에 일부 제품에는 방부제를 사용한다. 탈취 효과가 좋은 편은 아니어서 탈취제를 넣기도 한다. 매번 소변까지 치우지 않아도 되는 점은 편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소변에 절여져 버린 하단 받침대의 펠릿 찌꺼들을 치우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전용 화장실을 따로 구입해야 하는 것도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고양이들이 크게 선호하는 모래는 아니다. 왕까탈쟁이 츠동이는 펠릿형 모래를 깔아 주자 한 발도 모래에 딛지 않으려 한 적도 있다. 화장실 모서리 위에서 용케 네 발로 버티거나, 선반에 발을 올리고 엉덩이만 화장실을 향한 채 일을 보던 적도 있었다.


딱 이 자세였다. 결국 우리에게는 모래조차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미안해, 츠동아. 그렇게 싫으면 말하지 그랬어." "응? 집사야, 다시 말해 봐."


무언가 허전하다. 화장실과 모래는 골랐는데 이제 어쩌란 것일까. 대충 남는 공간에 적당한 화장실 하나 들여놓고 뚝딱 모래만 부으면 이제 끝인 걸까? 집사 생활이 그렇게 편한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화장실 편이 하나 더 남았다는 말이다. 고양이 화장실 관리법과 나름의 꿀팁, 기대해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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