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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브로 Dec 01. 2021

고양이 화장실 - 집 아니라고! 화장실이라고!

고양이 화장실 고르기

 4냥꾼 캣브로, 마흔여섯 번째 이야기




더러운 얘기일수록 재미있더라고


구로의 똥스키 테러 이후, 고양이 똥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게 되는 것 같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똥 특집으로 가 보자. 원래 더러운 얘기가 재미있다. 그러고 보니 화장실을 치우고 나면, 병균이라도 묻은 것처럼 손을 박박 씻곤 했던 초보 집사 시절이 생각난다. 그때는 보건소에 붙어 있는 손 씻기 포스터에 나오는 것처럼 아주 공을 들였더랬다. 창피한 고백을 하나 해야겠다. 이제는 그냥 물로만 헹구거나 바지에 쓱 한 번 문지르고 그냥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다... 나만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부디 다른 집사들께서는 꼭 손을 청결하게 씻으시길...


매일 털과의 전쟁을 해야 하는 냥집사가 개집사에 비해 편한 점 중 하나가 이거다. 대.변.처.리. 이 녀석들의 일 처리는 신속하고 정확하다. 똥오줌 못 가리고 경거망동하는 나보다 낫다. 어설프지만 손바닥만 한 꼬물이도 모래에서 변을 보고 나면 작은 발로 야무지게 파묻는다. 사랑스러운 본능이다. 눈을 질끈 감고 힘을 주며 일을 보는 모습도 일품이다.


"미안해 츠동아. 창피하겠지만 형아가 사진 좀 써야겠어..."


그러나 냄새는 아니다. 전혀 귀엽지도 사랑스럽지도 않다. 성묘 네 마리가 하루 종일 싸 대는 똥은 블랙 코미디 소재조차 될 수 없다. 장르로 따지자면 범죄물에 가깝다.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역시 단백질을 먹는 육식동물이란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익숙해지기는 한다. 아주 구수한 게 청소만 하고 나면 담배 한 대 생각이 간절해진다. 다만 푹푹 찌는 여름날 숙취까지 있는 상태로 화장실을 비우는 건 여전히 곤욕이다. 내 속을 비우게 될 수도 있다.


고양이 집 아니라고! 화장실이라고!


생각해 보면 우리 집도 참 다양한 화장실을 사용했다. 집에 놀러오면 화장실을 보고 꼭 고양이 집이라고 하는 녀석들이 있다. 집이 아니고 화장실이라고 설명하기를 몇 차례, 나는 결국 포기했다. 이제는 고양이 집이 되게 크고 좋다고 말하면 이렇게 얘기한다. “응, 맞아.” 하긴 캣타워도, 그리고 바닥에 놓고 쓰는 스크래처도 고양이 집이라고 부르는 녀석들인데, 화장실이 집이 아닐 이유는 없지. 그럴 수 있어.


오래전 사용하던 캣타워 일체형 화장실. 집처럼 생기긴 했다... 오해할 만해. 친구들아. 너네 잘못 아니야...


자는 곳만큼이나 신경 써야 하는 공간이 바로 싸는 곳이다. 잠은 아무데서나 자도, 더러운 화장실은 못 쓰는 사람이 있다. 음식점의 전체적인 인상이 의외로 화장실의 청결도로 결정되기도 한다. 화장실은 그저 용변을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비움의 미학이 완성되는 곳이다. 이렇게 중요한 화장실, 아무렇게나 관리해서야 되겠는가? 역시 난 두괄식으로 말하는 데 미숙하다. 잡설은 여기까지. 그래서 준비했다. 고양이 화장실에 대해 알아보자.


화장실은 크게 지붕이 뚫려 있는 개방형(평판형)과 지붕이 달린 밀폐형(후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개방형은 냥이의 취향을, 밀폐형은 집사의 편의를 많이 고려한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하게 해 보고 냥이의 취향을 따르는 것이다. 심지어 세상이 좋아져 자동 청소 화장실도 나왔다. 각 화장실 형태별 장단점은 무엇일까?


인간적으로 쿠션하고 스크래처를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 개방형(평판형) 화장실 ]

장점: 통풍이 잘 되고 변 냄새도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화장실을 좀 더 쾌적하게 유지할 수 있다. 용변을 보면서도 주변 동태를 살필 수 있기 때문에 고양이가 안정을 느끼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안정감에 관해서는 고양이의 취향과 실내 환경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냥이가 경계심이 심한 데다가 화장실이 굉장히 개방된 곳에 위치하고 있다면, 오히려 밀폐형 화장실을 마련해 주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단점: 통풍이 잘 되기에 집사의 입장에서는 고스란히 냥이들의 변 냄새를 바로 들이마셔야 되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어차피 화장실이 베란다나 생활 공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 있다면 개방형을 쓰는 것이 좋다. 다만 개방형 화장실 특유의 사막화 현상은 감수해야 한다. 사막화가 심하다면, 사막화 방지 매트 등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Tip! 고양이의 몸에 비해 너무 작은 화장실을 고르지 않도록 하자. 특히 개방형의 경우, 화장실 밖으로 튀는 모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넉넉한 크기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급해도 집사는 사용 금지이다. 루비가 원목 화장실 옥상에 놓아둔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 밀폐형(후드형) 화장실 ]

장점: 냄새와 사막화 현상이 덜하다. 입구가 지붕에 있는 형태도 있고, 전면에 있는 형태도 있다. 보통은 후드 탈부착이 그렇게 어렵지 않아 청소할 때는 후드를 분리하면 된다. 지붕 입구형은 전면 입구형보다 사막화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지만, 뚱냥이나 노묘 등 개묘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단점: 고양이 입장에서는 제대로 빠지지 않은 변 냄새를 그대로 맡아야 하기 때문에 집사에게 불만을 표출할지도 모른다. 통풍이 어렵기 때문에 대소변을 흡수한 모래가 잘 마르지 않을 수 있는 점도 있다. 따라서 밀폐형을 사용하는 경우, 청소를 자주 하거나 모래를 잘 갈아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Tip! 제품에 따라서 밀폐형이지만 후드만 분리하여 개방형으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고양이 화장실을 처음 구입하는 초보 집사라면, 밀폐형/개방형으로 모두 이용 가능한 형태의 화장실을 구입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밀폐형이라 하더라도 되도록 입구에 문이 달린 화장실은 피하는 것이 좋다. 냥이의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통풍이 전혀 되지 않는다.


현재 사용 중인 원목 화장실. 이것은 개방형인가? 밀폐형인가?

     

[ 자동 화장실 ]

장점: 편하고 편하다. 사실 자동 화장실은 써 본 적은 없지만 다양한 제품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청소에 들이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자동 급수기만큼이나 형태가 워낙 다양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보통은 냥이가 배변한 후 나오는 맛동산(고양이의 대소변이 모래와 함께 굳어져 뭉쳐진 것)들을 별도의 배변통에 모아 주는 시스템이다. 집사는 통에 모인 배변을 그대로 버리기만 하면 된다. 고급 제품의 경우 자동 모래 보충도 가능하고, 심지어 앱과 연동하면 고양이의 몸무게 정보나 하루 배변 횟수 등을 알려 주기도 한다. 고양이는 됐고, 기능이 너무 좋아 내가 좀 쓰고 싶다.


단점: 비싸고 비싸다. 고급형은 100만 원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원목 화장실도 싼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이쪽이 많이 비싸다. 단점 역시 제품이 워낙 다양하기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고, 집사나 냥이의 취향을 탈 것 같다. 다만 사람이 손으로 직접 치우는 것만큼 청소가 완벽하게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만은 비슷하다. 어차피 다묘 가정인 우리 집의 경우, 사용하게 될 일이 많이 없을 듯하다.


Tip! 고양이가 생산한 맛동산들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준다. 자동 화장실을 사용하더라도 고양이의 변 상태는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양이 화장실 편도 한 편으로 끝내기 어렵겠다. 그릇보다 그 안에 담긴 것이 중요하다던데, 어쩌면 화장실도 마찬가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다음 편의 주제는 화장실 모래이다.


"구로야, 그거 화장실 아니다. 알겠지?"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똥스키 테러범 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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