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사진전
고양이에게 상자란 어떤 의미일까? 무엇이 들었는지 알 수 없지만 괜히 기대하게 만드는 두툼한 봉투, 뭐 그런 느낌일까. 아니다. 조금 다른 것 같다. 이 녀석들에게 중요한 건 내용물이 아니라 상자 자체이니까 말이다. 저들 편하라고 주문한 쿠션이 도착해도, 쿠션보다 상자에 환장하는 게 바로 고양이다. 말하자면 고양이에게 상자란 물건이 아니라 공간으로서 기능하는 셈이다.
‘조금만 더 넓었으면 좋겠어.’ 23평에서 27평, 27평에서 33평... 그리고 마침내 60평. 그러나 꿈을 이룬 우리는 또 다시 이렇게 말한다. ‘더도 말고 딱 요만큼만 더 넓었으면 좋겠어.’
이상하다. 평수는 더 넓어지는데 만족감은 없다. 기껏 넓어진 공간에 하찮은 욕심들만 켜켜이 쌓인다. 더 좋은 가구, 더 좋은 전자기기. 이름 모를 와인들이 가득한 근사한 와인장도 하나 있어야 하고, 읽지도 않는 책이 잔뜩 쌓인 나만의 서재도 있으면 좋고. 실은 우리가 진실로 욕망하는 건 단순히 넓은 공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 넓은 공간 아래에는 세 자릿수의 제곱미터가 말해 주는 나의 알량한 자존심 같은 것이 자리잡고 있을 테다. 넓은 집이 우리의 격과 부를 대변해 준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녀석들은 그런 것이 없다. 상자가 작으면 작은 대로, 털이 잔뜩 눌린 채 비집고 들어가 갸르릉 소리를 낼 뿐이다. 크면 큰 대로 상자 속에서 뒹굴거리며 오롯이 여유를 만끽한다. 그 공간을 있는 그대로 즐길 뿐이다.
상자 속에 들어가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하는 녀석들을 보며 깨달았다. 넓어져야 하는 건 집이 아니라 내 마음의 그릇이고 내 정신의 세계였다. 비울수록 찬다던데, 넓어진 공간에 채워야 할 건 욕망이 아니라 여유이다.
‘아이씨... 그런데 우리 집, 더도 말고 딱 요만큼만 더 넓었으면 좋겠다... 많이는 말고... 소박하게 방 6개에 욕실 2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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