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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Oct 2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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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가 밖으로 나왔을 때는 늦은 밤이었다. 어린왕자는 낯선 세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하늘 높이 치솟은 건물들과 희미한 별빛들이 어린왕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불빛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들 대부분이 도시를 빠져나간 뒤여서 도시는 텅 비어있었다. 도시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주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올라가 사방을 살펴보았다. 높고 뾰족뾰족한 건물들과 거미줄 같이 엉켜있는 가느다란 도로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지만 온통 어둠뿐이었다. 어린왕자는 어떤 신호라도 찾아내기 위해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한 주파수에서 산발적이고 희미한 소리가 들려왔다.


     [........서쪽 묘지가.................금지한다.......................식량이........중앙센터에서.................군대가 동의하지 않........모집하는데........... 18세 이상의................쌀포대.......감자.......절대 저항하지 말고 명령에.......................새로운 질서 하에서.............협조하면.......... 발포한다..................설탕, 간장, 우유를........................ 등록하기 위해서....... 3트럭뿐이지만................개고기 14상자..........무 한 바구니와 교환할 수...........발표할 것이다....................전투에서 이기기 위하여......................모두가 위기상황에서 힘을.................... 물러서지 말고...............10kg짜리 고양이 사료 48포대................붕대와 소독약을 조달하는............발포하지 않을 것이며.............닭과 오리가 있는 농장에서...............전염병을 방역하는........단합된 힘으로............소고기 통조림과 야채장아찌.............불에 태우는 행위를.......동쪽 묘지에서는...................행렬이 국경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주파수가 너무 약했기 때문에 말들은 파편이 되어 날아다녔다. 어쨌거나 어딘가에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어린왕자는 안심했다. 그는 어서 빨리 그들을 만나고 싶었다. 어린왕자는 사람과 어떤 직접적인 연관성도 없었지만 - 그에게 인격을 심어준 것도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였다 - 어린왕자의 인격이 마치 핏줄처럼 어린왕자를 사람들에게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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