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장을 죽인 어린왕자는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리고 기울어진 건물들의 깊은 그림자 아래에서 전에 만났던 사람들을 발견했다. 그들은 여전히 둥그렇게 머리를 맞대고 모여 앉아 어떻게 자살할 것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빨간 원피스의 소녀도 엄마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아직도 자살 방법을 정하지 못했어?”
어린왕자가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 아직이란다. 어떤 사람은 목을 매는 게 좋겠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뛰어내리는 게 좋겠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독극물을 마시자고 하니 영 결론이 나지를 않아.”
사람들은 몹시 피로한 얼굴로 투덜거렸다.
“실은 죽고 싶지 않은 거 아냐?”
어린왕자가 물었다.
“천만해. 우린 당장이라도 죽고 싶은 마음뿐이야. 단 1분 1초라도 빨리 말이야. 다만 확실하고 간편한 방법을 찾으려는 거지.”
“내가 가장 확실하고 간편하게 자살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줄까?”
“정말이야? 어서 말해 봐. 대체 그게 뭔데?”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어린왕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어린왕자는 순식간에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비명을 지르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허둥지둥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소용없었다. 어린왕자는 마지막으로 빨간 원피스의 소녀도 죽였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