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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pr 11. 2024

좀 더 순진하게 (48)




     나는 집 근처 가게에서 닭갈비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하루 종일 땀에 젖어 있던 몸부터 물로 씻어내고는 현기가 근처까지 왔다는 문자를 확인하고 닭갈비를 프라이팬에 볶기 시작했다. 닭갈비가 채 반도 익기 전에 문이 열리더니 현기가 성큼 집 안으로 들어왔다.

     “왔어?”

     그는 흰색 반팔 와이셔츠 차림에 파란색과 분홍색 세로줄 무늬가 그려진 넥타이를 매고 손에는 양복 상의와 새까만 가방을 들고 있었다. 어지간히 더운지 이마와 코에는 굵은 땀방울이 송송 맺혀 있었다. 현기는 양복 상의와 가방을 식탁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는 바지에서 빼낸 와이셔츠를 열어젖히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순간 나는 슬쩍 어깨를 움츠렸다.

     “바로 밥 먹을래? 거의 다 됐는데.”

     “아니, 샤워부터 하고 싶은데. 밖이 완전히 찜통이야. 이 안도 덥기는 마찬가지네. 웬만하면 에어컨 좀 사지 그래?”

     “또 그 얘기야? 샤워나 하고 와.”

     “안 씻었으면 같이 씻을래?”   

     그는 넥타이를 풀어 의자 위에 던지며 말했다. 나는 그가 수연이에게도 저렇게 얘기하는지 궁금했다.

     “아냐, 나는 오자마자 샤워했어. 하고 나와.”

     “그래, 그럼.”

     닭갈비가 볶아지고 상을 다 차리도록 현기는 욕실에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연신 닭갈비를 집어 먹으며 지금 상황을 정리해보려고 애썼다. 아직 어쩌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나는 그저 ‘네 뱃속에 아이가 있다’라고 인쇄되어 있는 신원 미상의 편지를 막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편지의 내용이 사실인지 따위에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었다. 그저 불현 듯 눈을 부라리며 철저하게 제3자, 관객, 전지적 시점이 되어 이 모든 양상의 흐름과 향방을 파악하기 위해 – 헛되이 - 애쓰고 있었다. 대체 복선과 암시는 어디에 있는가.

     이윽고 속옷 차림의 현기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욕실에서 나왔다. 우리는 식탁에 마주 앉아 저녁을 먹었다. 식사는 별다른 대화 없이 조용히 이루어졌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그는 곧바로 나를 침대로 끌고 가려 했다. 하지만 나는 내키지가 않았다. 적당히 상대해주겠다는 생각에 오늘 만나긴 했지만 막상 하려고 하니 거부감이 들었다. 셋이서 섹스를 하거나 누군가를 억지로 범하는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았다. 현기에게도 완전히 떳떳한 건 아니었다. 자신이 밀고 들어오려고 하는 내 몸속에 자신의 아이가 있다는 걸 알면 기겁을 해서 내게 손끝 하나 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를 괴물 보듯 할 것이다. 여자가 괴물이라는 걸 알아차릴 것이다. 결국 나는 침대 위에서 슬며시 뒤로 물러났다.

     “미안한데, 저기, 내가 오늘 몸이 좀 안 좋은데.”

     “왜? 그날도 아니잖아?”

     나는 하마터면 크게 웃을 뻔했다.

     “그냥, 여자들은 그럴 때 있어. 날씨도 덥고 하니까, 위생적으로도 좀 그렇고.”

     “뭐야. 그럼 오지 말라고 하던가.”

     “아까까지는 괜찮았는데, 역시 좀 그렇네.”

     현기는 찡그린 표정으로 목덜미를 긁더니 입을 열었다.

     “정 하기 싫으면 말이야, 혹시, 그거는 어때?”

     “그거?”

     “오럴 말이야.”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싫어?”

     “아니, 그게 아니라.”

     “해본 적 없어?”

     “있긴 한데.”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대답했다.

     “근데, 싫었어?”

     “아니. 그냥 그랬어.”

     나는 그저 애매하게 얼버무렸다.

     “그럼 한번 해봐.”

     “그런데, 글쎄, 잘하지는 못하는데.”

     “괜찮으니까.”

     현기는 들뜬 안색으로 침대에 벌렁 누웠다. 나는 현기의 하체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희진이에게 해준 경험은 많았지만 과연 남자의 것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입 안에 넣고 굴리면 되는 걸까, 아니면 쭉쭉 빨기라도 해야 하는 건가. 포르노 동영상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상기하려고 애쓰면서 나는 혀로 입안을 훑었다.

     “이빨은 세우지 마.”

     현기가 팔베개를 한 채로 말했다. 나는 그만 웃음이 터졌다. 도대체 남자는 상대방을 얼마나 믿어야만 이빨이 형형한 입 속에 자신의 성기를 맡길 수 있는 걸까. 아니면 그 정도의 위험은 마땅히 감수할 정도로 그들에게는 이것이 중요한 문제인가. 나는 그의 속옷을 끌어 내리고 성기를 꺼냈다. 그의 성기는 벌써 살짝 곧추서 있었다. 오롯이 부풀어 오른 붉은 성기를 코앞에 마주하고 있자니 현기와는 상관없이 그의 성기에게 따로 안부라도 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는 척하며 잠시 뜸을 들였다. 막상 입에 넣으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창피하게 머뭇거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일단 현기의 성기를 두 손으로 붙잡고서 끝 부분에 입술을 대었다. 그러자 현기의 등이 단단하게 휘면서 바짝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조금 자신감을 얻었다. 모양은 틀려도 희진이 때와 그리 크게 다르지 않은 듯했다. 나는 우선 혀끝에 힘을 주고 현기의 성기를 슬슬 핥아보았다. 혀를 위아래로 움직이자 현기의 성기가 더욱 팽팽하게 서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끝을 덥석 입안에 넣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다시 뱉어버렸다. 포르노 동영상을 보면 남자들의 성기가 거의 끝까지 여자들 입속으로 들어가던데, 그녀들은 대체 무슨 수를 썼단 말인가? 나는 얼른 다시 그의 성기를 입안에 넣었다.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미끌미끌하고 두꺼운 것이 입안으로 들어오자 단박에 헛구역질이 치밀었다. 무엇보다 참기 힘든 건 입 양쪽으로 줄줄 흘러내리는 침이었다. 나는 코로 숨을 들이쉬려고 애쓰며 머리를 몇 번 위아래로 움직였다. 현기는 신음 소리를 흘리며 몸을 뒤틀었고 그 순간 현기의 성기가 내 목젖을 찔렀다. 토악질이 솟구쳐 올라 그만 입을 떼려는데 갑자기 현기가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움켜잡더니 그대로 내리누르기 시작했다. 나는 기침을 하고 싶었지만 입이 막혀 있어서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현기는 그대로 손아귀에 힘을 주면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여댔다. 나는 산소 부족으로 몽롱해진 가운데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 건지 승리감을 느껴야 하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입술과 입천장이 얼얼해지고 오랫동안 머리를 수그리고 있었던 탓에 뒷목이 아팠다. 다행히 얼마 안 있어 쥐어짜는 신음 소리와 함께 현기의 허리가 튕겨 올랐다. 그의 성기도 두어 번 크게 위축하며 솟아올랐다. 나는 그가 사정하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거의 동시에 현기는 사정을 했다. 투명하고 하얀 액체가 솟구쳐 나와 그의 배와 허벅지에 흩어지는 것을 보았다. 포르노 동영상에서처럼 멀리까지 뿜어져나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것은 신기하고 별난 장면이었다. 현기는 앓는 소리를 내며 축 늘어졌는데도, 이 끈질긴 생물은 여전히 혼자 꺼덕거리며 앞뒤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입맛부터 다셔보았다. 밍밍하고 찝찌름한 어떤 맛이 혀끝에 달라붙어 있었다. 비리다고 생각하면 비리기도 하고 느끼하다고 생각하면 좀 느끼한 것도 같았지만 딱히 뭐라고 표현할 정도로 분명한 맛은 아니었다. 혹은 우리에게는 이 맛을 표현할 단어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은 건지도 모르겠다. 그때 입안에 무언가 껄끄러운 것이 느껴지는 바람에 나는 화들짝 놀라 황급히 손안에 뱉어버리고는 그게 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이불에 문질러버렸다.

     “생각보다 양이 적네.”

     나는 불쾌해져서 쏘아붙였다.

     “그래? 내가 다른 남자들보다 양이 좀 적은가?”

     현기가 쇳소리를 내며 무심히 물었다.

     “글쎄, 많이 적은 건 아니고 조금.”

     "뭐, 양이 적다고 해서 나쁠 것도 없잖아?”

     나는 괜한 웃음을 흘리며 휴지를 풀어 그의 허벅지와 성기에 묻은 것들을 닦아주었다. 그의 성기는 이미 자신의 배설물 속에서 축 늘어져 있었다. 죽은 척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휴지에 묻은 정액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혹시 올챙이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그저 멀건 액체에 불과했다. 나는 그것들을 쓰레기통에 쑤셔 넣으며 사람은 참으로 편리하게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활발하게 움직이는 그 수많은 정자들이 우리 눈에 보였더라면 섹스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하고 버거운 행위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세계 인구는 반 토막이 나고, 동성애가 성행하고, 아이들은 더 사랑받았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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