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나이가 된 나.
엄마, 나야 예지.
내가 이제 투정을 부릴 수 없는 완연한 성인이 되었네.
엄마가 내가 더 이상 엄마 품 안의 자식으로 남을 수 없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지.
"지금까지 너의 선택과 판단에는 엄마의 생각이 들어갔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잘못된 행동, 실수들과 기억에 나지 않는 상처들은 다 엄마 탓이야. 엄마가 미안했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안 된 부분도 있네.
근데, 앞으로의 선택에 있어서는 네가 해나가는 거야. 네가 선택했고, 네가 고른 행복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슬픔들 속에서 사는 거야.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보통은 20살이 되면 성인이 된다고 하는데 그 나이가 정말 후울쩍 - 누구한테 소개하기도 민망하게 많이 지났는데 나는 아직도 엄마가 필요한 것 같아.
도리어 지금이 더 많이 엄마가 필요한 것 같아.
그래서 다시 엄마의 쪽지들을 꺼내보기로 결심했어.
엄마가 매번 급식 수저통에 넣어주던 작은 쪽지들. 엄마한테는 비밀로 한 채로.
그때 쪽지를 써주던 엄마의 나이가 되었거든 내가.
물론 나는 그때의 엄마와는 사뭇 다른, 결혼도 아이도 먼 미래로 두고 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훗날 내 아이가 학교에 가서 점심을 먹을 나이가 되면 나도 쪽지를 써주려고.
그리고 감사하게도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그때 할머니가 된 엄마와 이 글을 다시 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