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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개키버들 사랑 이야기

무늬 개키버들의 삶(부탄의 멋진 그림)

by 바람마냥

마당가엔 한 구루의 무늬개키버들이 있다. 이사를 와서 무슨 나무인지 궁금했는데, 이곳저곳에 이름을 알아보았더니 '무늬개키버들'이라는 익숙지 않은 이름을 가진 나무이다. 누가 이런 이름을 붙여 주었을까? 항상 식물의 이름을 알아내고선 감탄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무늬 개키버들도 이름이 예쁘지만 참, 어렵다.


한자로 백로금(白露錦)라고도 한다는 무늬개키버들의 원명은 화이트핑크셀릭스(white pink salix)이며, 오색 버드나무, 개고리 버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무늬개키버들은 새순이 올라올 때는 녹색을 띠지만, 가지가 커지면서 잎에 엷은 황색깔의 얼룩이 생긴다. 서서히 여름이 되면 전체가 하얀빛으로 물들었다가 후에 희미한 핑크색으로 바뀌어가는 모습이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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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늬개키버들'은 오색 버드나무, 개고리 버들 등으로 불리어진다고 하는 사실을 알기도 어렵지만, 어떤 뜻을 가지고 이렇게 길고도 예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무늬개키버들에서 '버들'이라는 말은 가지가 부드러워서 '부들 나무'라고 부르던 것이 버들 또는 버드나무로 변했다고도 하니 이해가 된다. 개키버들에서 '키'가 문제였는데, 여기서 '키'는 버드나무 껍질이 곡식 등에서 불순물을 걸러내는 도구로 쓰이는 '키'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하여 '키버들' , 상자 같은 ‘고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하여 '고리버들'이라고 붙여졌다고 하니 이해가 된다. 그리고 '개키버들'에서 '개'의 의미는 '키버들' 보다는 '키'를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하여 붙인 것으로, 접두어 '개'는 변변치 못함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만도 버드나무가 약 30종이 서식한다고 하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버드나무에는 수양제가 심은 나무라고 하는 ‘수양(隋煬) 버들’이 있고, '능수'라는 기생과 연관이 되어있다는 '능수버들'이 있으니 참, 나름대로의 이름이 흥미롭기도 하고 아름답지만 어렵기도 하다.


이렇게 무늬개키버들에 대단한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늬개키버들이 마당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마당을 한없이 예쁘게 비추어주기도 하지만, 집에 오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어 언제나 무슨 나무냐고 물어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늬개키버들 잎의 색깔이 예쁘기도 하지만, 가지가 늘어져 하늘거리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바람에도 하늘거리는 줄기에 따라 흔들리는 잎새의 모양이 연한 분홍과 흰색이 어우러져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름답고, 흔들리는 모습이 어느 소박한 시골 여인의 치맛자락이 작은 바람에 살랑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햇살이 내려쬐면 반짝이는 햇살 따라 잎이 살랑대고, 바람이 없는 날엔 언제 그랬냐는 둥 시치미를 뚝 떼고 요염하게 서 있다.


그런데 가끔 비가 내리면 문제가 발생한다. 자그마한 나무에 가지가 얼마나 많은지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줄기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길이까지 자라 땅에 닿을 정도까지 되었다. 많고도 긴 줄기에 잎새가 있으니 잎새는 얼마나 많겠는가? 비가 오는 날이면 그 많은 잎새에 물기가 머물러 있어 줄기는 물론이고 가지까지도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정도가 된다. 그러니 무늬개키버들은 그 많은 가지가 축 늘어져 땅에 닿을 듯이 힘겨운 몸을 지탱하며 안타깝게 서 있어야 했다.

IMG_E7252[1].JPG 빗물에 힘겨운 무늬개키버들

비가 오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은 언제나 무늬개키버들이다. 잔디밭과 채소밭 그리고 여기저기 손보아야 할 곳이 많지만, 우선은 무늬개키버들의 구부정한 몸을 가볍게 구해 줘야 한다. 밤새껏 비가 내리면 밤새도록 목을 늘어뜨리고 헐떡거리는 모습이 안타까워 눈을 뜨자마자 달려가 구조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무늬개키버들 가지를 흔들어 그 많은 물기를 털어 내 주기만 하면 된다. 나무에 머문 물방울을 털어 주면 무늬개키버들은 한 숨을 '푹'하고 쉬며 땅을 향해 늘어진 목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기어이 살아났다는 뜻 이리라.


비가 오면 무늬개키버드나무를 구해주는 일은 언제나 하는 일이지만, 며칠 전에는 맑은 날을 이용하여 무늬개키버들을 손질해 주었다. 가지가 너무 많아 비가 오면 힘겨워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삐쭉삐쭉 솟아난 가지가 어울리지도 않는 듯해서이다. 미안하지만 정신없이 삐져나온 가지와 질서 없이 난 가지를 정리하고 나니 무늬개키버들은 미장원엘 다녀온 듯 가지런하게 되었고, 마치 시골 아낙이 치마를 가지런히 여민 모양새가 되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장마철이지만 비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니, 무늬개키버들은 어느새 의젓하게 모양을 갖추고 요염하게 서 있다. 잎이 나고부터 마당 한 구석에 우두커니 서서 밝은 빛을 전해주던 무늬개키버들이 조금은 가벼워진 모습으로 서 있음이 마음까지 조금 가벼워진 듯하다. 짓궂게 내리는 장맛비에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우렁차고 씩씩해 좋지만, 어서 긴 장맛비가 멈추고 밝은 햇살이 비추어 고단한 무늬개키버들도 가벼운 마음으로 마당 한 구석을 빛 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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