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고 고마운 아름다운 계절이다.

(봄에 만난 꽃들의 잔치, 하얀 야광나무 꽃)

by 바람마냥

얼마 전까지 뜰앞 도랑 건너엔 하얀 꽃으로 치장한 벚나무가 동네를 밝혀 주고 있었다. 봄이 점점 익어갈 무렵, 하얗게 피었던 벚꽃은 산등성이부터 내려온 푸름에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푸름을 가득 먹은 봄이 내려와 자리를 잡은 것이다. 밤이 되었다. 어둠 속에 푸름만이 허전했는지 하얀 달빛이 찾아왔다. 푸름에 달빛이 내려 반짝임은 하양에 뒤질 수 없었다. 이에 질세라 노란 애기똥풀이 봄을 만나 노란 꽃으로 화답을 한다. 누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예쁜 이름을 지었을까? 집 둘레를 에워싸고 있는 애기똥풀을 보며 생각해보는 앙증맞은 이름이다. 하얀 조팝나무가 하양을 드러낸다. 농사철이 왔음을 알려주는 꽃이기도 하다.


이렇게 여름으로 넘어가나 싶었는데 봄은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잔디밭 가에 있는 꽃잔디를 피게 했다. 지면을 덮으면서 자라 잔디처럼 보이지만, 꽃이 핀다고 하여 꽃잔디라고 부르는 꽃이다. 꽃이 패랭이 꽃을 닮았다고 해서 지면패랭이꽃이라 부르기도 한다. 언제나 잘 버틴다고 겨우내 무관심했던 꽃잔디이다. 진분홍의 꽃잔디 꽃이 대지를 덮었고, 짙은 주황빛 영산홍이 그늘을 준다. 언제나 시골집을 빛내주는 주인공들이다. 곳곳엔 하얀 철쭉도 그냥 있을 리 없다. 영산홍보다는 키를 불린 철쭉이 하얀 꽃으로 조화를 부린다. 한 무더기의 꽃들이 잔치를 하는 사이 '손녀의 꽃밭'에도 꽃들로 가득해졌다.


껑충한 튤립이 노랑과 붉은빛으로 요술을 부렸다. 긴 꽃대 끝에 노랑과 붉은빛으로 조화를 부린 꽃은 꽃밭을 굽어보며 호령한다. 노란 수선화가 봄을 노래한다. 어느 작가는 '수선화 없는 생활이란 생각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밝은 노란빛은 화사하게 빛이 나고, 마음까지도 밝게 만들어 준다. 척박한 돌 틈에서도 잘 자라며 잎이 단풍잎을 닮았다는 돌단풍도 하얀 꽃을 피웠다. 돌 틈을 비집고 삐죽이 몸을 내민 돌단풍이 곳곳에서 하얀 꽃을 피운 것이다. 돌보지 않아도 불평 없이 꽃을 피워 고맙기 전에 늘 미안해하는 돌단풍이다.

IMG_8108[1].JPG 손녀의 화단에 있는 수선화, 튤립과 앵초 꽃 그리고 제비꽃, 패랭이꽃

다복한 패랭이 꽃은 분홍빛으로 모자를 썼다. 화단을 화사하게 빛내주는 꽃이다. 꽃이 서민들이 쓰던 패랭이를 닮았다 하여 패랭이꽃, 대나무와 같이 마디가 있다 하여 석죽화라고도 하는 꽃이다. 지난해에 심었던 꽃이 보란 듯이 꽃을 피운 것이다. 보랏빛 제비꽃도 올망졸망 꽃이 피었다. 아내가 정성껏 심어 놓은 꽃이다. 아름다운 보랏빛 제비꽃, 제비가 돌아오는 봄에 핀다고 하여 '제비꽃'이라고만 했으면 좋았을 예쁜 꽃이다. 오랑캐가 침략했을 때 피었다고 하여 '오랑캐 꽃'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보랏빛 환한 꽃은 서운하기도 하다.


손녀의 화단에는 금낭화도 꽃을 피웠다. 이웃집에서 자라던 금낭화를 분양받아 기른 것이다. 이웃집에 자라던 금낭화가 어느 날 보니 잔디밭 가장자리에도 자리를 잡았었다. 꽃이 예뻐 화단으로 옮겨 놓은 것이 꽃을 피워 여간 복스러운 것이 아니다. 아이들 복주머니 모양의 진분홍색 꽃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다. 꽃 모양이 오래전 며느리들이 차고 다니는 주머니를 닮았다 하여 '며느리주머니'라고도 부르는 꽃이다. 여기에 앵초 꽃이 연한 분홍으로 분위기를 맞춘다. 옅은 분홍꽃이 금낭화와 잘도 어울린다. 그런데 왜 앵초일까 궁금하다. 앵(櫻)은 앵두나무 '앵'자이지만 앵두와는 상관이 없고, 앵초는 벚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벚나무를 일본에서 한문으로 앵(櫻)으로 표시하는데, 이 꽃이 벚꽃을 닮았다 하여 그들이 부른 이름 ‘앵초'를 그대로 쓴다고 하니 씁쓸함을 주는 꽃 이름이다. 뒤뜰에도 꽃이 피었다.

IMG_8130[1].JPG 뜰앞에 있는 꽃잔디, 영산홍, 구절초 그리고 금계국, 꽃범의 꼬리

황매화도 바람 그네를 탄다. 아직은 많은 꽃이 피지 않았지만 무시해선 안 될 꽃이다. 지난해 몇 포기 심어 놓았더니, 겨울을 잘 버티어 냈다. 잎과 함께 피는 꽃이 매화를 닮고 색깔이 노랗다고 하여 ‘황매화(黃梅花)’라 하는 꽃이다. 연초록 잎은 꽃을 한 층 더 빛내준다. 연초록 잎 위에 핀 꽃은 우아하고도 화사하다. 연초록 잎에 살살 그어진 주름은 가련해 보이면서도 힘이 넘쳐 보인다. 어서 봄이 익어가면 많은 꽃을 피우리라. 곳곳에 달맞이 꽃이 자리했다.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 눈치도 없이 자리를 잡는다. 잔디밭에도 자리를 잡았고, 여기저리 가릴 것 없이 뿌리를 내렸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다. 달빛이 내리는 날, 환하게 꽃을 피워 더 빛나리라. 아직도 자디잔 꽃들이 키를 불리고 있다. 구절초와 금계국 그리고 꽃범의 꼬리도 자리를 잡았다.


손톱만 하던 금계국이 한 뼘은 자랐다. 번식력이 얼마나 좋은지 추운 겨울은 끄떡없다. 곳곳에 자디잔 싹이 좁쌀처럼 가득하니 이번 여름을 기대해 본다. 노란 금계국은 동네에도 유명한 우리 집 꽃이다. 여기에 지난해 심어던 구절초가 가득하다. 거의 백여 포기 정도를 심어 놓았다. 가을이면 하얀 꽃으로 노란 달맞이와 맞장구를 칠 꽃이다. 단오에 다섯 마디가 되고, 중양절에는 아홉 마디가 되며,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재취한 것이 약효가 가장 좋다 하여 구절초라 하는 꽃이다. 하얀 꽃이 고고하게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도도하기도 하다. 여기에 밤에만 꽃이 핀다는 달맞이꽃이 수도 없이 자리를 잡았다. 월견초라고도 하는 꽃이다. 하얀 구절초와 껑충한 달맞이 꽃이 하얀 달밤을 수놓을 것이다.

IMG_8138[1].JPG 뒤뜰에 핀 황매화와 영산홍 그리고 돌나무

빨간 명자나무가 제 봄을 맞았다. 왜 명자나무라 했는지 모르겠으나 고결하고도 순결한 느낌을 주어 '아가씨 나무'라고도 한다는 명자나무는 '산당화'라고도 부르는 꽃이다. 매혹적이고도 너무 아름다워 아녀자들이 바람이 날까 미리 걱정 한 선비들이 집안에는 심기를 꺼려했다는 꽃이다. 진빨강으로 색깔의 심오한 묘미를 전해주고 있다. 여기에 수국이 꽃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한 초록으로 꽃 모양을 갖추고 색깔 칠할 준비를 마쳤다. 비단으로 수를 놓은 둥근 꽃이라는 의미의 수구화(繡毬花)가 수국화, 수국으로 변한 것으로 전해지는 꽃이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언제나 편안한 기분을 주는 수국이다. 오래전 시골집에서 만났던 수국이라 해마다 반가워하는 꽃이다.


보랏빛 라일락은 아직 소식이 없다. 듣기만 해도 기분 좋은 꽃이다. 은근히 번지는 라일락 향기는 떨칠 수 없는 봄날의 맛이다. 벌써 꽃을 피워야 했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이제야 준비 중이다. 뿌리가 자유자재로 뻗어나가 번식력이 좋은 꽃이다.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이 범의 꼬리 같다 하여 '꽃범의 꼬리'가 올해도 씩씩하게 자랐다. 연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데 번식력이 대단하다. 이쪽에서 나왔는가 했는데 저쪽에서도 자리를 잡았다. 아무리 비가 와도 보란 듯이 꽃을 피우는 꽃범의 꼬리이다. 잔디밭 가에 가득히 자리 잡았다. 여름이 오고 비가 와도 전혀 개의치 않는 씩씩한 꽃이라 믿음직스럽다. 꺽다리 참나리를 빼놓으면 서운해한다. 두어 포기 심었던 나리는 슬며시 씨를 뿌려 수십 포기 가족을 이루었다. 주황빛에 검은 점으로 수를 놓고 대지를 바라보며 계절을 노래하리라. 껑충한 키를 자랑하며 작은 바람에도 일렁이는 꽃이다.

IMG_8129[1].JPG 계절에 감사해야 하는 아름다운 봄이다.

하얀 달빛이 내려왔다. 벚꽃이 지고 나서 허전하던 자리에 하얀 야광나무가 꽃을 피웠다. 존재도 몰랐던 야광나무이다. 벚나무보다 늦게 꽃을 피우니 다행이다. 벚꽃에 이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꽃이기 때문이다. 밤에도 빛이 난다는 하얀 꽃이 황홀한 밤을 만들어 준다. 벚꽃에 가려 존재감도 없던 야광나무가 푸름에 광을 내고 있다. 꽃이 핀 모양이 병과 같다 하는 병꽃나무도 하양에 분홍이 섞인 꽃을 피웠다. 곳곳에 자리한 병꽃나무는 가끔은 울타리로, 가끔은 언덕에 앉아 꽃을 자랑하고 있다. 봄을 알리러 찾아온 꽃들이 모여 시골집은 잔치가 한창이다. 밤이면 하얀 달이 찾아오고, 갖가지 꽃들이 수군거린다. 멀리서 소쩍새는 구성지게 울고 있다. 그리운 님을 아직도 만나지 못했는가 보다. 곳곳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있는 꽃들이 올봄에도 시골집을 떠들썩하게 만들어 준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