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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ring Oct 27. 2024

(2-5)_[건축 Architecture]_강릉커피거리

feat. View Healing

기차로 ‘강릉역’까지 도착하면 여러 노선의 버스를 이용할 수가 있는데 종착역이 ‘안목 커피거리’인 버스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행선지에 비해서 커피 거리로 가는 버스는 아주 많이 기다리지는 않기 때문에 편리한 편이다. 어딘가 유명 관광지를 가게 되면, ‘하슬라 아트월드(HASLLA ART WORLD)’나 ‘아르떼 뮤지엄(ARTE MUSEUM)’처럼 멋진 예술 작품들과 첨단 기술들로 인한 화려한 매력과 도시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는 것도 필수 코스처럼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평온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전혀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도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곳들 중 하나가 바로 여기 ‘안목(강릉) 커피거리’가 아닐까 싶다.





하루는 오랜만에 일찍 눈이 떠져서 갑자기 기차를 타고 급하게 강릉으로 넘어왔다. 정동진 근처의 주요 관광지는 거의 둘러본 것 같아서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김에 조금 더 멀리 이동하고 싶었나 보다. 강릉역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이동한 ‘강릉(안목) 커피 거리.’ 여기가 왜 강원도에서 유명한 관광지인지 알 것 같았다. 가지각색의 매력을 지니고 있는 다양한 외형의 커피숍들이 각자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고, 대부분 커다란 바다를 마주 보는 방향으로 한데 어우러져 있어서 그 거리에 서있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각각의 커피숍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뿜어내고 있어서 어디를 들어갈지 고민을 한참 하다가 드디어 한 곳을 정하고 들어가 보았다. 와우, 그곳은 내가 정말 잘 선택한 것 같았다. 


오션뷰(ocean view) 카페라서 활짝 열린 창문을 통해 내 자리 바로 앞에서 아주 시원하게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카페 창문 밖으로 거대한 동해 바다가 좍 펼쳐지는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니깐, 바닷바람이 가슴속으로 스멀스멀 쓱 스며들면서 상쾌한 허브향 같은? 박하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 순간에 충만하게 피어오르는 온전한 행복감과 평온함이 내 온몸을 휘감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 상태 그대로 온종일 24시간이라도 멍 때릴 수 있을 것만 같은 완전 초자연적인 자신감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초자연적인 자신감이라니... 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초자연적인 예술의 조합이로구나... 진짜로 초자연적인 기분이로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시간과 돈이 많지는 않은 만큼 무작정 멍 때릴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잠시 작은 노트와 태블릿을 꺼내 들어 투두리스트(to-do list)만 살짝 적어 놓은 후에 마음 편히 다시 조금만 더 멍을 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작은 수첩에 펜을 조금 끄적이고 있었는데 어디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의 한 조각이 마치 자기랑 놀아달라고 간지럽히듯 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청량한 바다 바람결의 그 작은 손짓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리다가 카페 창밖의 바닷가 전경을 잠시 흘깃 훔쳐보던 그 순간. 갑자기 무언가 내 마음을 푸근하고 넉넉해지게 해주는 꽤나 아름다운 장면들이 내 눈에 하나씩 하나씩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내 눈앞의 몇몇의 장면들이…

각각 비눗방울 하나하나에 담겨있듯이… 모여 모여서... 내 눈앞으로 살포시…

그렇게 비눗방울 모둠 형식으로 다가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그냥. 아주 평범한 일상들의 모습이었다.

그저. 바닷가 앞에서. 놀러 온 일행들끼리 평온하고 즐겁게. 

자신들만의 행복과 일상을 보내는 모습들이었다.     


그런데 마치하나의 비눗방울 안에하나의 사랑이

하나씩각각아주 다양한 모습으로이쁘게 담겨 있는 순간들 같았다.

마치하나의 비눗방울 액자 안에하나의 사랑 테마의 사진을 집어넣은 듯한 풍경이었다...     


그 각각의 모든 비눗방울들이 다 모여서…

맑은 동해 바다의 앞에서 하나의 풍경을 이루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는. 그저. 그 바다를 공용으로 다 같이. 

그 행복한 순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지만…     

즉.. 그렇게 하나의 풍경화처럼 보이는… 그냥 그저. 

그 흔한 바닷가 앞의 사람들 풍경과 다름이 없었을 뿐이지만.     



하지만. 갑자기 그 순간에. 각각의 일행들이. 

각각의 개별 비눗방울 안의 한 장면처럼 보이면서… 줌인으로 샤방샤방하게 다가왔다.

마치하나의 비눗방울 액자 안에하나의 사랑 테마의 사진을 집어넣은 듯한 풍경이었다.

    


그게 순간적으로… 왜 그렇게 이뻐 보였는지 모르겠다…

이쁘다는 표현보다는…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해 보였다..     

3층 카페 야외석이나 다름없는. 창문이 활짝 열려있던 오션뷰 자리에서. 

나는 실제로 그 각각의 장면들을… 내 핸드폰으로. 줌인하여.. 확대하여.. 

각각의 아름다운 장면들의 순간을 한번 담아보았다…그 순간. 뭔가에 홀린 듯이 말이다.     


어우. 근데 웬일. 실제로 그렇게 줌인하여 확대 촬영을 해보니까…

자세한 실루엣까지는 안 보여도… 각자의 장면이 모두… 거의 다 하나의 영화 장면 같았다.

아주 여러 가지 색상의 사람들이… 그 줌인 비눗방울 하나에하나씩 들어가 있었다     






하트 그네 안에. 오붓하게 둘이 앉아있는. 

엄마와 아들 커플의 비눗방울이 있었고…

     

여학생 커플이나… 남학생 커플이… 

또 다른 그네 안에 앉아있는 비눗방울이 보였고…     


해변가에 깔아놓은 돗자리에 앉아 있었던 커플…

그 돗자리 위에서 늘어지게 누워있는. 꽁냥이 커플의 비눗방울이 보였고…     



커피거리의 대표 장식물인. 커피컵 모형 안에 들어가 있는….

젊은 부부와 어린 아들 둘의 가족을 찍어주고 있는… 사진 기사님의 비눗방울이 보였다…     


바닷가 해변 앞으로 살짝 걸어 들어가서. 놀고 있는 남매 꼬맹이들과 아빠를…

바로 앞. 돗자리에서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엄마의 뒷모습이 보이는.. 비눗방울도 보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는…

엄마로 보이는 여인의 뒷모습과. 그 아들 둘이 축구공을 열심히 주고받는…

그런 화기애애한 사랑으로 가득한... 비눗방울도 보였다…     



잠시 후에는… 모자 커플의 사랑으로 인한 따스한 온기가...

아직 은은하게 남겨져 있을 것만 같은…그 하트 그네 안에.

지긋한 연세의 남성분 혼자 앉아서. 바다를 쳐다보는 그 순간과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그렇게 자신을 온전히 그대로 느끼고 있는…그런 자기애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장면이 담긴 비눗방울도 보였다…     

     





뭐랄까… 어찌 보면… 그냥… 참… 아무것도 아닌 장면들 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주변의 배경화면 바다가 한몫을 해준 것일까…

그래서 내가 순간적으로 심취한 덕분인 걸까…     


나는 그 각각의 비누 방울 모습들에서

정말 다양한 가지각색의 삶과 사랑의 모습이 보여서… 

순간적으로… 내 입 꼬리가 올라가지는 게 순간적으로 느껴졌다…

     

나랑은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던 낯선 사람들이었을 뿐인데…

나는. 그 순간. 갑자기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흐뭇함이 자동적으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

마치. 만물을 창조한 조물주처럼… 나도 모르게… 조물주의 엄마 미소 같은 것이…

자꾸만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마도…그 각각의 행복한 모습들이…

순간적으로 너무나 평온하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그 분위기에 같이 스며들어서… 마치… 나도... 

그 각각의 비눗방울 안에 있던 사람들처럼 느낀지도 모르겠다...

감정 이입이랄까!? 행복 이입이랄까?!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어떤 몰입도 높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보면…

그 주인공 안으로 나도 모르게 동일시된 느낌으로 인해서...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괜히 막 똑같이 기쁘고 설레고, 괜히 막 똑같이 슬프고 괴롭게 되는…그런 감정이입 말이다.

    

마치 어떤 작품의 책을 읽을 때.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나도 모르게 따라가게 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영화든 책이든... 흡수되는 그 기분인 듯...

그런 걸. 이렇게 현실 속의 일상 장면들을 통해서도... 3층 카페테라스에서... 핸드폰 줌인으로.

공중부양하고 있는 신선 놀이처럼... 마치 한 폭의 현실판 풍경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니...!      




그렇게 각각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랑의 비눗방울들로 인해서

나는 덕분에… 마치… 그들의 행복감을 수혈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참… 은근 신기한 기분이었다… 정말 은연중에... 대리 만족? 대리 행복? 같은 것을 느끼다니...!

      

나도 모르게… 아주 은근슬쩍… 그런 행복한 감정이 나에게 젖어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긍정적인 감정은 진짜로 전염성이 높구나…라는 것을. 

너무 현실감 있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ㅠ     


해피 바이러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ㅠ 정말 있구나.

더구나… 바로 측근의 주변한테서 느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나랑은 전혀 무관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일상의 풍경에서도. 

그렇게 찰나의 순간에. 이렇게 찐하게 전염이 될 수 있다는 게

정말 순간적으로. 너무나 신기한 느낌이었다. 


뭔가… 이론으로는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정말. 백만 년 만에 실전에서 확. 실습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게.

그냥 허공에 떠다니는 그런 종교적인 내용만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말인지도 모른다.    

 

진짜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적으로도.

이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받고 영향을 주는 그런 연결고리들을 느끼고 있는데.

우리는 종종 그 중요한 사실을 너무나 잊고 살 때가 많은 것 같다.ㅠㅠ      


즉, 내가 행복하려면. 

타인도 행복해야만 하고. 

우리 전체가 행복해야지만.

나의 진정한 행복도. 궁극적으로는. 가능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런데 완전 반대로 인식할 때가 너무 많은 거 같아서 종종 안타깝다.ㅠ

마치, 타인의 행복이 커지면, 마치 나의 행복이 줄어드는 것처럼...?

즉, 비례가 아니라...반비례 관계처럼? 

피자 파이 나누기 게임처럼 인식하듯이 말이다.


물론, 나만 행복할 수도 있겠지. 

그런 방법과 원리도 많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사실인 부분도 있겠지.

한정된 자원의 세상에서...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경우도 많겠지만.



현재 당장은. 나만의 행복일 수 있을지라도.

부분적으로는. 불완전한 행복일 가능성이 높다.

언제까지나 지켜질 수 있는. 그런 온전한 행복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거다.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는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이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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