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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Sep 02. 2020

이곳을 떠나면 새로운 삶이 시작될까.

-영화,카모메 식당(2007)-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2007)을 보았다. 얼핏 스토리 라인만 보면  과히도 일상적이고 평범하다 못해 무료한 영화 내용 같으나, 소란 스럽지 않고 소복소복 자작자작 하게 상처 받은 삶을 치유해 가며 위트있게 살아내는 세 여인의 정겨운 캐릭터가 지겨울 틈 없이 끝날때까지 내 눈을 고정 시켰다.



    다른세계 삶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이 누구에게나 있지만,감정을 달고 있는 사람이 사는곳은 사실 어디에서나 크게 다를것 없다. 결국 기대고 사랑하고 부대끼며 같이 머리 맞대고 살아내야 하는 지구 공동체에서 어쨌거나 결국, 삶을 살아가며 가장 소중한 재료는 (조금 오그라들지만) 사랑이다. 내가 두발로 버티고 서 있는 이곳에서 멀리멀리 떠나 새로운 곳에 정착하면 삶이 하루 아침에 바뀌고 긍적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환경이 중요하며 영향을 주는것은 맞다. 그렇지만 인간 본연의 감성과 길들여진 습관이며 성향 그리고 결국은 찾고 얻고자하는 이상향은 크게 변화되지 않는다. 그렇다 한들, 상상으로만 그리던 일을 행동으로 실천 했을때는 분명  새로 시작될 무언가가 주어질 것이라는 벅찬 기대감은 갖을수 있지 않는가. 적어도 준비하고 떠나오며 맞닥드린 두근 거리던 설레임과 불안한 두려움으로 범벅된 그 상기된 감정은 돈으로도 살수가 없음이다. 선택의 결과야 어떻든 지금 당장 사그라든 그 무모한 열정의 불씨도 되살아 날수도 있음이고 말이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남녀간의 사랑만을 이야기 하는것도 아니며 또 무조건적 가족간의 사랑만도 아니고, 내 자신의 삶 또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영화속 이야기를 하자면, 마음에 들었던것은 영화 음악이 시도때도 없이 삽입되 감정을 뒤흔들어 가짜 감동이나 눈물을 쥐어 짜게 만들지 않는다. (음악은 매우 중요하지만 때로는 날것의 소리가 음악이 될때도 있다.) 자연과 생활에서 나는 생짜 소리, 이를테면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간지럽히며 휘저어 흔들리는 소리, 커피 물이 끓는 전기포트에서 쉭쉭 대는 소리 또 음식 재료를 도마에 다다닥 칼질하거나 달걀을 탁탁 쳐 깨내는 소리들 말이다. 때로는 잠시의 침묵이 주는 정적의 고요속 감정선이 잔잔히 흐르고 말이다. ⠀⠀⠀⠀⠀⠀⠀⠀⠀⠀⠀⠀⠀⠀⠀⠀ ⠀⠀⠀⠀⠀⠀⠀    


    이 영화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수 없는 삶을 얘기하고 있다. 중간중간 몇몇 대사들도 꽤나 철학적이고 인상적이다. “ 하고싶은 일을 하고 사시니 좋으시겠어요?” “ 하고 싶었던 일을 해서 좋은게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안 하는 것 뿐이에요." 뭐 이런 대사들. 제각기 여기까지 오기까지의 과정은 달랐어도 내 삶과 일상을 무던히 살아내며 여인들의 소복히 쌓인 인생 여정이 꽤 정겨웠다. ⠀⠀⠀⠀⠀⠀⠀⠀⠀⠀⠀⠀⠀⠀⠀⠀ ⠀⠀⠀⠀⠀⠀⠀⠀⠀⠀⠀





#2019년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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