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o Jul 01. 2020

담장 넘어 그 감나무 집

직접 모종을 사 너른 앞마당 어귀진곳에 딱 한그루 심어 담장 넘어 멀리서도 이정표가 되주는 감나무가 있다. 해마다 귀한 손님들께 마른 명주로 새색시 붉은 볼을 동동구리무 쓰다듬듯 윤이나게 닦아 너무 무르지 않고 섬섬히 익은 홍시 선물을 하신다고 한다.(참고로 ‘동동구리무’ 는 일제시대의 잔재이긴하나 그시대 여인들이 쓰던 화장품,크림을 지칭한다고 한다  작은 북을 치면서 지게에 지고 마을 이곳저곳 다니며 판매하던 장사치의 동동 북소리와 크림의 일본발음식 구리무 라고 한다. 아직도 지역의 사투리나 고령의 노인들은 일본식 발음과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니,어찌보면 나라를 잃고 말과 글까지 바뀌어갔던 아픈역사의 단면이기도 또 멀리갔다..삼천포;) 아무튼 말씀이 어찌나 정겹게 들리던지요. 쨍한 색감의 예쁜감을 한소쿠리 내놓으시며,보자기 사이로 살포시 이름 모를 말린 열매꽃 나무가지와 함께 내어 주셨다. 여든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한국정서에 서린 어떤 순정 비슷한것과 막연한 과거 그시절 고운 소녀의 모습을 보았다. 활짝 피기 시작한 꽃은 가장 아름답고 탐나고 향기를 내지만 찰라처럼 스스로 아름다운지 느낄새도 없이 지고마는게 꽃이니 분내 사라지고 본연의 그윽한 향기로, 바르게 물들이고 아름답게 저물고 곱게 늙는다는게 얼마나 더 어렵고 중요한건지 할머니를 보고 느꼈다. 잘나고 못나고는 다른말, 얼굴은 그사람의 살아온 역사이고 내면이며 눈빛은 자아 이기도한 이유이다. 경기도 밖을 운전해 본적이 없는데 마음먹고 지금이 아니면 안될거 같아 감행했던 시골 찾아가보기. 인자하고 어진 어른을 뵙고 올라오는 길이 포근해진 마음 탓인지 긴장 되지도 않고,돌아오는길 때마춰 눈이 나려 캐롤이나 로맨틱한 겨울 노래가 나올까했더니 예상을 깨고 라디오에서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라디오에서 흘러 나왔다. 문득 돌아가신 내 할머니가 보고 싶어져 눈시울이 뜨겁게 붉어졌다.




이전 06화 쇼팽을 ‘잘’ 아시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