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탐험

소개팅 에피소드 _그 서막은 곧 끝이었다

우리나라 검사 중 외모포함 탑 베스트 2에 든 검사가 있다는 의구스러운 제안에 소개팅을 한적이 있다. 주변의 칭찬 릴레이를 여러 차례 들었지만 기대를 아예 하지 않았다. 검사 판사라.. 대머리나 상급 아재 스타일만 아니면 다행이겠지 했다. 외모보다 영화에 나오는 의리 정의감 넘치는 상남자 스타일에 분위기도 쪼꼼 있다면 얼굴은 1도 안보겠다 뭐 이런 마음으로 나갔다. (원래 기대가 크면 백프로 실망하게 되있는게 사람 심리, 기대 자체를 너무 안 했더니...) 소개팅 당일, 웬걸! 큰 키에 샤프하고 분위기까지 전체적으로다 너무 훈훈한 것이었다. 나는 사람을 볼때 목소리도 굉장히 영향을 받는 편인데 중저음에 꽤 괜찮았다.

사실 이성 간에 미묘한 교류는 5-8초 사이면 결정된다고 한다. 나 역시 몇초면 끝난다. 그래서 첫인상 느낌이 매우 중요하다. 그 사람이 알고 보면 또 알아갈수록 괜찮은 사람이고 성품도 훌륭하고 진국일지라도 첫 느낌에 삑~~ 소리가 나버리면 그 알아갈 기회를 만들지조차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여하튼, 첫 느낌이 뭔지 모를 호기심 호감 심장이 두근두근.. 하기까지 했다. 그 훈훈한 검사의 질문공세가 시작됐다. ⠀⠀⠀⠀⠀⠀⠀⠀⠀⠀⠀⠀⠀⠀

Q 오는데 차 안 막혔어요?
A 네.. 조금요 (미소 미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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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주말에 보통 뭐해요?
A 쉬기도 하고 친구도 만나고 대중없죠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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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영화 좋아해요?
A 엄청~~ 좋아하죠 호호호 킄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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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행은요 자주 가요? 좋아해요?
A 당연하죠!!
( 사실 상대가 마음에 들어서 꼬박 답을 미소를 머금고 했지만, 상대가 정말 아닌 사람이었다면.. 아니 영화 여행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ㅡㅡ;라고 택택거렸을지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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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음 주에는 뭐해요?
A 아직 계획 없는데요 (눈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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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럼 다음 주에 또 봅시다!
A 연락할게요
( 맘에 들려니 모든 상황이 거침없고 시원시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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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뉴욕에 또 언제 가요?
A 아직 모르겠오요~
( 다음주 비행기였지만 옮길 생각이 번뜩 들었다 캔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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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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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 새 없이 말 끊길 틈 없이 쏟아내는 질문이 마치 형사에게 취조 당하는것만 같았다.

나는 무표정에 얼음공주 같다는 소리도 듣지만, 그만큼 웃음도 많은 편이다. 상대가 싫지 않고 분위기가 좋으면 그 누가 되더라도 얼굴에 웃음이 당연히 퍼진다. 이렇게 직업병! 역력한 검사의 취조가 꽤 싫지 않았고 재밌으면서 그게 색달라 매력으로 느껴져.. 우아녀로 통하기도 하던 나는 마음을 숨길수 없었고 피식피식 새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문제는 여기서.... 그 훈남 검사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나에게 ⠀⠀⠀⠀⠀⠀⠀⠀⠀⠀⠀⠀⠀⠀
“대체 웃는 포인트가 뭐예요?” ⠀⠀⠀⠀⠀⠀⠀⠀⠀⠀⠀⠀⠀⠀ ⠀⠀⠀⠀⠀⠀⠀⠀⠀⠀⠀⠀⠀⠀
나 겨우 참던 웃음이... 풉... 빵 터졌다. 뿜었다 ㅋㅋㅋㅋㅋㅋ내가 왜 웃는지 이유를 모르고 포인트가 뭐냐니 더 더 귀여웠다. 웃음코드가 불안불안 안맞는거 같지만 그때까진 재밌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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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그런데,,,,,,
마지막 한방의 피날레 라고나 할까. ⠀⠀⠀⠀⠀⠀⠀⠀⠀⠀⠀⠀⠀⠀ ⠀⠀⠀⠀⠀⠀⠀⠀⠀⠀⠀⠀⠀⠀⠀⠀
검사 왈
“웃음이 헤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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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머리를 한대 맞은듯
속으로 응...???? 뭐??? 이~런  abc xxx 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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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헤프단 소리도 들어보고...
갑자기 정신이 확 깼다. 그렇게 잠시 잠깐 찾아온 설레임은 무선랜보다 빠른 광속으로 안드로메다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end and a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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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그 안드로메다로 사라진 검사를 우연히 3년 만에 카페에서 마주쳤다. 옆에 여자 친구? 아내?로 보이는 사람과 있어 눈인사만 주고받고, 나는 한국에서 잘 안 마시는 쓰디쓴ㅋ에스프레소를 테이크아웃 했다.

뒤통수에도 눈이 있나.. 시선이 느껴져 따가웠다. 날도 을씨년스러운 날 기분 멜랑꼴리 흠ㅡㅡ; 내 인생 손가락 셀만큼 딱 3번의 소개팅 중, 그래도 기억에 남고 지금 생각해도 좀 웃김 킄킄  잘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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