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1; 이드, 에고, 슈퍼에고를 넘나들며 선의를 방해하는 인간본성을 이 텍스트는 마녀로 부른다.
마녀2; 인간의 온갖 고통을 한데 모아 뒤범벅으로 섞어 펄펄 끓여내어 인간의 욕망을 충동질 하는 요사한 존재들.
마녀3; 언제고 숭한 일을 꾸리는 자에게 특별히 기회를 준다.
순간의 자극적 충동은 도화선이며 그를 위한 준비는 서서히 진행되어 왔다. 칼을 쥔 무사는 자신의 주인을 따르는 것, 그러나 절대왕정의 불안함은 언제든 주인을 뛰어넘으려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 신분, 관습을 뛰어넘는 위계의 전복, 이것이 칼의 습성이다. 굳이 칼을 품게 되는 자는 무엇을 위해 피를 보았나. 마녀의 농간으로 한낱 스쳐지나도 되는 운명을 그리 얼룩지게 물들여 놓은 것인가.
승승장구라는 신화는 힘을 쥔 장군의 손목을 당당하게 만든다. 능력일까, 운일까. 무수히 많은 이들이 치열한 현장에서 탑을 쌓건만 승리의 탑끝에 오르는자는 몇 안 되니 인류의 역사는 행운의 여신을 만들어 놓은 모양이다. 세익스피어도 등장하는 장군들에게 엄청난 괴력을 주고 오셀로나 멕베스처럼 용맹한 사내로 등장시킨다. 그러나 그들의 인간이라는 한계를 알려주듯 미련한 공간까지 마련해주니 그렇게 해서 영원한 완전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작가의 지론인듯 하다.
멕베스 역시 너무나 용맹한 이였고 적을 가차없이 베어버리는 이다. 그러나 그는 승리의 뒷전에서 마녀들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되고 자신의 앞날을 서서히 죽음으로 이끌어간다. 승승장구는 죽음? 이라는 운명 앞에 진정한 승리를 찾는 그대에게 오늘의 메시지는 전달된다.
자신의 손끝에서 운명이 정해진다고 느끼며 칼을 휘두를 때 이미 때는 늦었다. 진실과 마주하는 순간 사악함은 서서히 흡수되어 뿌리내려 있고 자신은 괴물이 되어 버려있을 때 뭉크의 절규처럼, 비명지르며 인간이아닌 자신을 바라본다면 이 한생은 날려버린 것. 멕베스는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자신의 본성을 마녀의 속삭임과 더불어 확증편향으로 몰아가니 이것이 비극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마녀가 말해준 것이 진리라고 여기는 순간 신념은 비뚤어지고 이런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니 용맹은 길을 잃는다. 점차 비뚤어진 신념은 마력처럼 부풀고 그것이 보여주는 길로 걸음을 옮기니 이미 수레바퀴는 저만치 따로 굴러간다. 결국 살인마저도 합리화하는 그는 영원한 죄의식의 히스테리에 빠져 불안을 달고 사는 인간이 되어 버린다. 그의 최종 이름은 불운한 인간. 악인 멕베스로 정해진다.
죄를 보고도 그것을 반기는 천성을 운명으로 타고난 이들이 있을까. 그들은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치열한 눈물을 흘린다지만 자기 운명 속으로 침잠하는 악함은 점점 자신을 늪으로 빠져들게 한다. 단테의 지옥처럼.
왜그럴까. 인간은. 욕망하고 질투하고 빼앗는 것이 아니면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해서 프로이드이 심리학이 말하는 자아상태가 탄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그문트의 자아상태 첫번째 '이드'의 열망을 억누르지 못하는 빈약한 심성은 거미줄처럼 둘러싸인 유혹의 손길을 거절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한다.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이 그 욕망을 움켜지고 힘을 주어 자기 인성으로 훅 당겨 버린다. 멕베스와 같은 준비된 자의 욕망은 활활 타오르고 악은 그를 그 불속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모든 이의 본성이 욕망에 풍덩 빠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떤 이는 죄의 근원을 두려워하고 마음의 정결함을 추구하여 끝까지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세상의 패턴이 그러한 속임의 그물로 짜여 있다하여도 죄의 손길에 길들여지지 않는 고귀한 이도 있다. 본성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슈퍼에고를 지키고 마녀에 빠져들지 않는 자를 존경하고 스승이라 따르는 이유일 것이다.
멕베스는 이드 상태를 말해주는 적절한 사례이다. 그는 자기 안에 본성을 바탕으로 외적 부추김과 강렬한 피의 권력을 거머쥔다. 그런데 위세당당할 줄 알았던 권력쟁취 후 순간순간 되뇌이는 죄의식은 양심의 가책을 느기는 듯 보이지만 이내 자기 신념대로 꿀꺾 삼키고 만다. 닥치는 대로 보이는 모든 것을 끌어당기는 욕망은 만화 캐릭터 가오나시처럼 인정사정 볼 것 없는 탐욕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니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은 이드의 본성을 억누르지 못하면 파멸로 이어진다. 그는 이드가 강렬해서 에고의 자각으로서 멈추어야할 지점을 지나쳐 버린다.
멕베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는 충직하고 용감한 무사였다. 던컨 왕을 위해 역모자들을 잔혹하지만 거침없이 살해하여 공을 세우고 던컨의 총애를 받는다. 그러나 그의 한쪽 마음에서는 마녀가 등장한다. 자신의 힘으로 취할 수 있는 권력이 막강해지자 던컨의 왕좌를 넘겨보며 이제 고지가 멀지 않았음을 가늠한다. 얼마나 소름끼치는 욕망덩어리인가.
멕베스는 자신이 휘두른 칼에 오로지 자신의 승리를 위한 정당성만을 부여하다 못해 선을 넘어 버린다. 도덕은 쉽게 밟혀버렸다. 코더성 영주를 살해한 공으로 코더성의 영주가 되었으며 그곳에서 다시 현재의 왕 던컨을 잔혹하게 살해한다. 멕베스에서 코더성은 활극의 중심이며 인간 욕망의 흡혈의 장소이다.
밤사이 안녕하지 못한 진실을 발견한 귀족들은 왕이 살해된 아침, 성주인 그의 행위에서 풍기는 의심을 숨기며 또는 그의 칼의 두려움에 완벽한 가면을 쓰며 그를 왕으로 추대한다. 칼의 승리이다. 그러나 인간으로 태어난 자의 조바심과 죄의식은 멕베스를 영원한 승자로 군림시키지 않는다. 그는 본성이 불러낸 음습한 마녀의 기로부터 용기를 얻은 자였고 그 음습함의 저주로 끝을 맞이한다. 결국 듣지 말아야 했을 왕좌의 주인이라는 암시를 확신하고 그때부터 그것이 에고의 비뚤어진 정체성이 되어 버린다.
인간의 삶이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이드에 묻혀 슈퍼에고의 눈을 감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나타내는 멕더프가 드러난다. 맥더프는 코더성 살인의 참상을 첫 번째로 확인하고 모든 이에게 소리친다.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오, 경종을 울려라! 살인이다. 반란이다! 어서 가짜 죽음 같은 잠을 떨쳐 버리고 깨어나시오! 그리하여 진짜 죽음을 직시하시오! 빨리 일어나서 세상의 종말을, 끔찍한 죽음의 광경을 보시오! 어서 무덤에서 일어나 유령처럼 걸어 나오시오!
하고 잠들어 있던 성의 사람들에게 소리친다.
멕더프는 멕베스 살인의 희생자인 왕의 주검을 처음으로 목격하며 사태의 진실을 간파하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멕베스의 피묻은 손의 흔적을 서서히 알아 본다. 횡설수설하는 장군의 문지기 살해 고백은 에고를 깨어내고 있는 멕더프에게 충분히 ‘내가 범인이오.’ 하는 메시지로 이 엽기적인 사건을 받아들이게 한다. 하지만 곧 이것이 쿠데타임을 이해하게 하고 그곳을 떠나 잉글랜드에 가 있는 왕자 맬컴을 찾게 한다.
셰익스피어 작품에서 많은 주인공들이 바보스러울 만큼 진실을 알아보지 못하고 순진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멕베스에서 만큼 맥더프의 역할은 간계의 범인을 발견한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이후 멕베스의 대관식 장소인 퀸스로 가지 않는 유일한 귀족이 된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가족을 돌보지 않고 잉글랜드로 떠난다. 눈치를 챈 멕베스의 추격은 맥더프의 처자를 살해한다. 이 소식을 들은 맥더프는 더욱 분노한다. 이런 이유로 더욱 반역자 멕베스를 처단해야 한다는 맥더프에게 왕자 맬컴은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자신 역시 왕이 될 덕성이 되지 않는 욕망과 욕심이 가득함에도 왕으로 추대할 수 있는냐는 질문을 하며 자신도 멕베스처럼 권력을 위해 귀족들의 재산을 빼앗고 탐욕스러운 왕이 될 것이니 돌아가지 않겠다 한다. 과연, 주체가 되어야 할 왕자의 권력 정당성을 맥더프는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순간은 아주 중요했다. 이윽고 멕더프는 왕자의 고백에 맥이 빠져 한탄한다. 어찌 그런 훌륭한 선왕과 왕비에게서 어찌 이런 아들이 나왔을까 솔직한 탄식을 한다. 이러한 멕더프의 모습이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왕좌의 정통성으로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켜 사욕을 취하려는 탐욕자가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배반과 쿠데타에 신중해야 했던 왕자 맬컴은 멕더프의 진심을 알아보고 자신이 그를 시험했음을 밝힌다.
쿠데타로 왕좌에 오른 멕베스는 언제고 멜컴과 멕더프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알며 불안에 떨게 된다. 심지어 그의 조력자 아내가 신경쇠약으로 죽었다는 말에도 불구 여전히 마녀들의 예언만을 의지하며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 믿고 맬컴을 기다린다. 그는 마녀들의 농간, 즉 ‘버넌 숲은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여자의 뱃속에서 나온 이는 자신을 절대 해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에 기대어 처절한 고립 속에서도 승리를 자신한다. 버넌 숲이 어찌 저절로 움직이랴. 그러나 화무십일홍, 더우기 칼로 이룬 절대권력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버넌 숲이 움직이고 있다.
잉글랜드에서 돌아온 맬컴 왕자의 군대는 각각의 군인들이 나뭇가지로 몸을 위장하여 버넌 숲에 숨는다. 그들의 무리는 조금씩 움직이고 숲이 걷는 것처럼 보여 멕베스의 성으로 다가왔다. 멕베스의 눈의 마녀의 농간이 보여야 하건만 아직 그에게는 자신은 결코 죽지 않으리라는 신화가 남아 있다.
멕베스의 손에 처자를 잃은 맥더프는 드디어 그와 마주한다. 여자 몸에서 태어난 인간에게 절대로 패하지 않을 거라는 마술에 사로잡히 멕베스는 맥더프의 칼을 마주하고도 당당하다. 그러나 맥더프는 자신은 어머님이 낳은 것이 아니라 배를 가르고 나왔다고 밝힌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멕베스의 신념은 꺾이고 그제서야 신념의 근원이던 마녀들을 탓한다.
끝내 항복하지 않은 멕베스는 맥더프와 격투로 끝이 난다. 맬컴은 맥더프의 도움으로 다시 스코틀랜드의 왕좌를 차지하고 복수극은 끝이 났다.
신념의 근원은 어디일까. 그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러므로 신념이 어떻게 반사되는가는 결국 자기 자신이 내뿜는 빛으로 영향 주는 것이니 멕베스의 주변에 마녀들은 멕베스 자신의 영향력에서 빨려들어온 정신의 기제였다. 온통 나의 기운이 상대를 어떻게 좌우할지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며 상대는 나의 거울일 수 있다. 그러나 에고의 중심이 확고히 자리잡힌 이는 그 빛의 영향력을 물리칠 수가 있다. 만약 멕더프가 멕베스의 행위를 알아챌 에고를 지니지 못했더라면 멕더프 역시 폭정의 희생자로만 사라졌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인‘멕베스’를 통해 거친 세파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내 귀를 엷게 열어두지 말고 내 마음의 중심을 어디에 놓아야 할 지 자각하는 시간을 가져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