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신도시의 크리스마스는 갑자기 오지 않았다.
12월이 되면 도시는 조금씩 신호를 보냈다.
상가 앞 전구가 하나씩 켜지고 아파트 입구에는 매년 작은 트리가 놓였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지만
우리는 평소와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신도시는 들뜨지 않았지만 나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렸다.
조용한 설렘과 크지 않은 기대,
신도시의 크리스마스는 매년 장식과 트리를 더하는 일처럼 평범하였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신도시는 하루가 조금 빨리 끝나는 느낌이었다.
학교에서 수업이 일찍 정리되었고 교실에는 어수선한 공기가 돌았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이브에는 평소처럼 행동하지 않았다.
하교 길의 신도시는 밝았다.
상가의 불빛은 일찍 켜졌고 아파트 창문마다 저녁 준비가 시작되었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서둘렀다.
무언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그날을 특별하게 하였다.
당시 우리는 산타를 완전히 믿지는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불을 끄고도 쉽게 잠들지 못한 밤, 혹시라도 출입문이 열릴 것 같아 귀를 기울이다 잠들었다.
동네 교회에서는 새벽송을 돌았다.
몇 명씩 모여 아파트 단지를 돌며 조심스럽게 노래를 불렀다.
문 앞에는 작은 간식들이 놓여 있었고 서로서로 안부를 물었다.
이브날 밤의 신도시는 조용했지만 고요하지는 않았다.
크리스마스 아침의 신도시는 평소보다 늦게 시작하였다.
차 소리는 적었고 아파트 단지는 잠든 것처럼 조용했다.
전날 밤의 기대는 내년으로 떠나갔다.
눈이라도 올 줄 알았지만 대부분의 크리스마스는 맑았다.
창 밖의 풍경은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물이 크지 않아도 괜찮았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날은 실망으로 남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신도시의 크리스마스는 무언가가 더해지는 날이 아니라 하루가 조금 느려지는 날이라는 것을.
아침이 지나고 도시는 다시 제 속도를 찾았다.
특별한 사건 없이 조용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신도시의 크리스마스에서 기억이 남을 만한 장면이 많지 않았다.
화려하지도, 요란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서 우리는 기다리며 즐거워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행복해했다.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가 기대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렘은 줄었고 기다림은 짧아졌다.
동시에 문득 이제는 내가 기다리는 쪽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게 하는 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신도시의 크리스마스는 받는 축제가 아니라 건네는 축제가 되었다.
그날을 기다리던 아이보다는 그 기다림을 만들어주는 쪽에 가까워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