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의 생일

by 리박 팔사

이것은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제1장. 도시가 태어난 날


신도시에는 생일이 있다.

불이 켜지고,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며,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모두가 공유하는 어떤 첫 순간.


비슷한 시기에 이사 온 사람들, 비슷한 나이의 부모와 아이들.

도시는 처음부터 동시에 시작된 삶이었다.

우리는 친구를 사귀기 전부터 이미 같은 시간표를 살아가고 있었다.


그날의 냄새와 소리는 행정 문서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지만, 도시는 그렇게 감각으로 먼저 태어났다.


제2장. 함께 자라난 공간들


학교가 끝나면 우리는 놀이터로 모였다.

여름에는 미끄럼틀이 뜨거워 발을 떼지 못했고, 겨울에는 그네 손잡이에 손이 붙을까 조심했다.


공은 늘 담장을 넘었고, 자전거는 같은 자리에 반복해서 넘어졌다.

아파트 벽면에 던진 공의 자국과 심심해서 만들어낸 놀이의 룰, 서로 약속한 합의 등은 우리가 이 도시에 먼저 남긴 문장이었다.


신도시는 과거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흔적으로 스스로의 기억을 써 내려가야 했다.


제3장. 잘 설계된 고독


도시는 성장했고, 집은 커졌으며, 방은 늘어났다.


저녁이 되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화면이 켜졌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하루를 묻지 않아도 되는 구조.


놀이터는 주차장이 되었고, 공터는 학원이 되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말 대신 고개만 오갔다.


이 고독은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처음부터 설계된 것이었을까.

신도시는 핵가족을 넘어 핵개인을 준비하는 인프라로 조용히 완성되고 있었다.


제4장.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들


그럼에도 신도시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밤 산책길의 가로수, 비 오는 날 반짝이던 보도블록, 새벽 첫 버스가 출발하던 소리.


그 장면들은 우리가 공간과 밀접한 이유이고, 생활환경이 중요한 근거이다.


신도시의 생일은 축하받지 않는다.

다만 그곳에서 자란 우리가 “나는 거기서 컸다”라고 말하는 순간, 도시는 비로소 한 번 더 태어난다.


초기 신도시의 도시계획의 의미나 가치가 중요할까?

아니면 우리가 만들어낸 신도시의 생일 또는 행복이나 만족의 기준점을 설정한 순간이 더 중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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