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파트 상가에는 메카, 컴포즈, 벤티 등 다양한 커피 브랜드들이 함께 있다.
손흥민, GD 등이 있고 간판도 크고 메뉴도 익숙하고 회전도 빠르다.
그 사이, 작고 조용한 1인 카페가 하나 있다.
간판은 소박하고 메뉴가 일정하지만 나는 그곳으로 늘 향한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그저 조용해서 좋았다.
그러다 어느 주말, 문득 커피콩을 볶는 냄새가 상가 주변까지 퍼져 나왔다.
그 순간, 이곳은 진짜구나 싶었다.
정직한 향기가 나를 신뢰하게 만들었다.
주말이면 자연스럽게 그곳이 떠오른다.
무언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아무 이유가 없을 때 가는 곳이다.
가장 좋아하는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매번 주문하는 드립 내리는 소리를 듣고
햇살 따라 움직이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조금 느리게 흘러간다.
그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책을 읽기도 하고, 멍하니 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어떤 역할도 수행하지 않아도 되는 곳
집도 일터도 아니고 제3의 공간이다.
이 카페의 사장님은 내가 어떤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지 기억하고 계신다.
카페라테는 따뜻하게 드립커피는 아이스로,
말하지 않아도 늘 먼저 준비해 주신다.
딸아이와 함께 가면 작은 초콜릿이나 간식 등을 슬쩍 건네주시고
아내에서는 어울릴 원두를 추천해 주신다.
이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서로를 기억하는 방식의 친절이자 정이었다.
또한, 그 작은 배려들이 말없이 쌓이면서 관계는 신뢰로 이어졌다.
이 카페에는 명확한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이 공간의 분위기에 맞춰 외부 음식은 가져오지 않고 자리에서는 조용히 머문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아파트 주민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정기모임도 이곳에서 열린다.
회원들은 모두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고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시간은 이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사장님은 가끔 차 한잔을 더 내려주시거나 아이들에게 그림 등을 가르쳐 주셨다.
사적인 공간이 공공의 성격을 갖추는 순간,
그곳은 공동체를 이어주는 제3의 공간이자 주거지의 마당이 된다.
이 카페에는 화려한 메뉴나 이벤트는 없다.
하지만 정성껏 내린 커피, 손으로 만든 인형, 기억해 주는 눈빛과 배려가 늘 있다.
공간이란 결국, 사람을 담는 그릇이다.
공간이 사람을 기억해 줄 수 있다면 그곳은 장소가 된다.
오늘도 나는 그곳에 들른다.
어떤 말이 없어도 그곳의 기시감과 익숙함이 먼저 나를 반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