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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하천

by 리박 팔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1. 딱딱한 이미지의 한강


내가 처음 본 한강은 딱딱한 이미지였다.

강변엔 콘크리트 제방이 있었고

물은 흘렀지만 생명은 느껴지지 않았다.

잔디밭 위에는 텐트와 자전거가 늘어섰고

흐르는 물과 사람 사이에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한강은 넓었으며 낯설었고 도시의 경계선과 같은 기억이 있다.


2. 생태하천으로의 복원


언젠가부터 생태하천 복원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강 주변의 콘크리트가 사라지고 수초대가 심어졌다.

곧게 뻗은 물길은 완만한 곡선을 그렸고

둔치에는 새와 곤충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람의 손으로 정비하던 강이 비우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었다.


3. 자연과 함께 머무는 경험


어느 날 아이와 산책하던 중

왜가리가 물가에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장면을 보았다.

함께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그 순간 한강은 단지 지나치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곳이 되었다.

수초 사이로 뛰는 물고기, 밤에 들려오는 개구리울음.

그림자처럼 스며든 갈대숲

도시의 한가운데서 생명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랐고 새로웠다.


4. 생태 하천으로 다정해지는 도시


강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동안

도시는 사람을 위한 방식도 바꾸기 시작하였다.

특히 고령의 시민들이 한강에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경사로와 손잡이가 늘었으며,

다리는 보수되어 더 안전해졌다.

예전에는 발밑을 조심하며 내려갔지만 이제는 안심하고 천천히 걸어내려 갈 수 있다.

자연처럼 도시도 점점 다정하고 다양한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5. 다른 지역은 여전히 토목 중심


하지만 모든 도시가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

한강이 생태하천으로 진화하는 동안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는 하천 위로 콘크리트가 덧입혀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풀과 버드나무가 제거되고

자전거도로라는 이름 아래 생명의 자리는 좁아진다.

서울과 다른 도시들 사이

공간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한 감각은 물리적 거리보다 훨씬 더 큰 시간차를 가진다.


6. 배워야 할 방향인 생태 하천


한강은 이제 천천히 흐른다.

그 흐름에는 새가 있고 나무가 있고 그리고 사람이 함께 있었다.


도시는 이제 공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않는다.

함께 숨 쉬고 살아가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그게 내가 한강에서 발견한 조용하고 큰 변화이며,

다른 도시들이 따라가야 할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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