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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어메니티

by 리박 팔사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1. 2000년대: 팝콘 냄새와 북적이는 로비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기존의 영화관의 시설과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넓은 로비, 벽에 붙은 예고편 스크린,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고

무엇보다 코끝을 자극하는 팝콘 냄새가 가장 먼저 느껴졌다.

친구랑 함께 줄을 서서 “자리 어디로 할까?” 고민하며

젊은 직원에게 표를 사고 상영관으로 들어가던 그 기억들.

스낵바 앞에서 많은 관객들과 기다리며 ‘00 세트 하나 주세요!’라고 주문하였다.

그때는 영화관이 단순한 상영장이 아니라 작은 놀이 공원처럼 느껴졌다.


2. 2010년대: 조용하지만 편리한 공간


시간이 흘러 영화관은 조금씩 조용한 공간이 되었다.

예매는 스마트폰 앱으로, 티켓은 키오스크에서 몇 번만 눌러 뽑을 수 있었다.

사람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도 영화관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스낵바 또한 셀프로 계산하고 진동벨로 호출하였으며,

캐러멜 팝콘, 나쵸, 핫도그, 버터오징어 등 메뉴가 다양해졌다.

전용 용기에 담긴 간식을 안고 좌석으로 향하였으며,

효율적이지만 이전보다 조용함이 로비를 지배하였다.

편하긴 했지만 가끔은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은 공간 같은 생각이 들었다.


3. 2020년대: 더 조용해진 공간과 기억 속 설렘


코로나 이후 영화관은 더 조용해졌다.

출입구 바닥에는 거리두기 스티커가 붙었고,

무인 매표소와 비대면 주문이 기본이 되었다.

이제 매표소 직원은 보이지 않고, 말 대신 터치스크린과 진동벨이 모든 안내를 대신하였다.

사람들은 짧은 눈인사조차 줄이고, 정숙하게 각자의 목표만을 향해 움직였다.

소란스럽던 로비는 정돈된 전시장 같았고 때로 혼자만 남은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새로 붙은 포스터를 바라보며 다음 영화 계획을 세우고 기계음 사이로 흘러나오던 예고편 음악, 여전히 고소한 팝콘 냄새 같은 것들이다.

예전보다 관객은 줄었지만 영화를 기다리는 마음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4. 결론: 영화관 어메니티의 설렘과 긴장


어떤 영화는 줄거리도 결말도 가물가물 하지만

팝콘 냄새와 로비의 분위기는 또렷하게 남아있다.

친구와 줄을 서며 설렜던 순간, 매진 소식을 듣고 당황하여 급히 다른 영화를 골랐던 경험, 콜라와 팝콘을 들고 넘어질 뻔한 기억 등.


요즘 영화관은 조용하고 세련되었지만 그만큼 어딘가 심심해졌다.

북적거리던 사람들, 떠들썩한 스낵바 앞에서의 수다,

기대와 함께 섞여있던 소음이 그리워진다.


영화보다 먼저 도착했던 공간인 로비, 매표소, 스낵바 등 그곳에는 조명보다 따뜻한 설렘이 있었고

나의 청춘과 친구와의 웃음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그 기억 덕분에 지금도 영화관 어메니티의 공간을 아무 목적 없이 들리곤 한다.

언제나 나를 반겨주는 공간. 영화보다 오래 남아있는 그곳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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