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도시계획이 원했던 삶이었을까?
신도시가 처음 생겨났을 때, 아파트 상가 벽에는 손글씨로 쓴 전단지들이 붙어 있었습니다.
피아노 학원, 영어 과외, 수학 같은 글씨가 적힌 종이들이 청테이프로 대충 붙여져 바람이 펼럭였습니다.
그때의 광고는 지금처럼 화려한 마케팅이나 브랜딩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무언가를 가르치거나 팔고 싶은 사람과, 그것이 필요한 이웃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소통 창구였습니다.
어머니들은 상가 벽 또는 기둥을 꼼꼼히 살피며 필요한 정보를 얻었고 이 과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우리 동네에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당시 광고는 단순히 물건이나 서비스를 파는 공간을 넘어 서로의 삶과 관심사를 나누는 따뜻한 플랫폼이었습니다.
상업적인 목적과 함께 동네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 있었습니다.
신도시가 안정기에 접어들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현관문, 엘리베이터, 우편함까지 온갖 전단지가 넘쳐났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아는 대형 학원부터 유명 프랜차이즈 병원, 부동산 광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겉보기에는 조용하고 계획된 도시였지만 그 이면에서는 더 많은 고객을 잡으려는 치열한 광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이였던 나는 알록달록한 전단지들을 모아 딱지를 접으면 놀았습니다.
하지만 그 종이들이 더 좋은 교육, 더 편한 생활을 추구하는 어른들의 욕망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습니다.
이 시기의 광고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서 경쟁과 성장을 향한 신도시의 복잡한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단지 내 게시판을 가득 채웠던 전단지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엘리베이터 안과 우편함이 깨끗해졌고 대신 우리 손 안의 스마트폰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배너 광고, 맘카페의 게시글, 당근마켓의 알림 그리고 아파트 앱의 공지까지 광고는 이제 종이가 아니 데이터가 되어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이제 광고는 더 빠르고 더 쉽고 더 정교해졌습니다.
알고리즘은 우리의 관심사를 정확하게 파고들어서 필요한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은 편리함을 제공한 대신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이웃과 정보를 나누던 시절을 삭제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익명의 닉네임 뒤에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손 안의 화면 속에서 오가는 광고는 목적만을 향해 달려가는 데이터의 집합이 되었습니다.
손글씨 전단지에서 시작하여 스마트폰 앱으로 이어지는 광고의 진화는 신도시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 온 기록이었습니다.
광고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서 그 시대의 교육, 소비 트렌드, 여가 생활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를 기록해 온 신도시의 얼굴이자 신도시 생활의 흔적입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익명성 속에서도 사람들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찾고 있습니다.
아파트 앱이나 당근마켓 게시판에서 주민들이 직접 올리는 중고 거래나 재능 나눔의 글에서 서로의 필요와 호의가 만나는 온라인 공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신도시의 광고는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광고가 가진 힘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것보다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연결되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도시생활을 통하여 보여주었습니다.
신도시는 광고를 통해 성장하였고 광고는 신도시의 변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