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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곰 Jul 24. 2024

또, 방학

사람 살려!

Term2가 끝나고 2주간의 방학이 시작됐다. 또, 방학이라니. 학교 생활에 적응할만하면 방학이고, 방학이 되면 내 삶은 잠시 멈춘다. 세끼를 챙기는 일만 고민해도 하루는 금세 사라진다. 성장기인 아이들은 잘 먹는다. 다행인 건, 그리 뛰어나지 않은 내 요리도 잘 먹는다. 이상한 점은 요리를 못하고 좋아하지 않고 결국 해 먹는 음식도 대단한 것이 아닌데, 메뉴 고민 시간이 너무 길다. 고민한 시간에 비하면 마음을 먹고 음식을 준비하는 시간은 30분 정도다. 이것만 봐도 세상의 이치는 참 명확하다. 어떤 일이 수월해지고 또 결과물도 훌륭한 지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준비 시간이 길고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못한 것에 대한 인내심을 키워야 하는 것이다. 대게는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거나 계속 이 합리적이지 않은 시간들을 유지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산다. 일례로 뉴질랜드에서 살기 시작하면서 길을 잃은 나의 작업도 이 위치다. 늘 고민하고 방황하지만 작업은 형편없고 재미도 없으며 심지어 작업 자체를 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진다. 지금 하는 것을 반대로 행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게 제일 끔찍한 일이다. 책에서 읽고 보고 듣고 배웠던 소위 ‘어떻게 인생을 잘 살 것인가.’하는 삶에서 나는 지금 가능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중이다.


작업도 이 지경인데, 요리가 그런 길을 택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다. 흥미도 없고, 오로지 삶을 유지하기 위해, 정확하게는 아이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어른스러운 모습(싫지만 해야 하는 일)을 보이는 나의 삶의 모습 중 한 가지다. 대게 맛이 없는 음식을 먹고 있는데 어쩌다가 그럭저럭 먹을만한 음식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럴 놀라운 일이 생길 때마다 꾸준함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놀란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요리 하소연이다. 요리의 위치가 나에게 어디쯤인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다. 일 년에 4학기가 있는 뉴질랜드는 10주의 한 학기가 끝나면 2주간의 짧은 방학이 있다. 4학기가 끝나고 학년을 마무리하는 12월 초엔 두 달간의 긴 여름방학이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 해 2월에 다시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다. 지금은 2학기가 끝난 뒤 방학이니, 한 해의 절반 학기가 지난 셈이다. 이제 절반의 남은 시간 동안 한 번의 짧은 방학이 더 있고 아이들은 학기말에 시험과 평가로 정신없이 보낼 것이다. 아이들이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건 나도 느슨해질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가만히 책을 읽거나 함께 공부를 하거나 작업을 할 것이다. 혼자 놀 수는 없다. 뭐, 상관없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공부할 때 옆에서 누가 놀고 있으면 괜히 밉상이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공부 적령기에 들어선 자식 둘이 있는 엄마로서, 이번 기회에 내 작업을 열심히 해볼 생각이다. 작년엔 할 수 있는 만큼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올해는 양심상 빈손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방학 목표를,

1. 등산 (체력 쌓기)

2. 도서관 투어 - 책 읽기

로 (아이들과 상의하지 않고 혼자) 정했다.



등산


뉴질랜드는 하이킹 코스가 많다. 경관도 멋지다. 바다 옆을 따라 2시간을 걸을 수 있는 장소도 있고, 산도 많다. 우리나라처럼 높은 산은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3-4시간 코스의 등산을 즐길 수 있는 곳도 많다. 구글 지도를 열면 누구나 쉽게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곳을 발견할 수 있다. 작년엔 조깅을 열심히 했고 큰 아이는 헬스장을 다녔는데, 올해 들어 아무 운동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작은 애는 워낙 이곳으로, 저곳으로, 집에서도 뛰고 나는 성격이라 운동이 필요 없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무릎이 계속 말썽이고 큰 애는 귀찮은지 헬스장을 해지했다. 이런 상황이니 방학을 이용해 건강을 챙기는 일을 하고 싶었다. 더불어 (나에게만) 긴 방학 동안 관광 삼아 외곽을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금요일 방학식을 하고 이틀 후인 일요일, 우리는 차로 40분 거리의 서쪽에 위치한 Cascade Kauri에 다녀왔다. 앞집 이웃이 먼저 가보고 알려준 곳인데, 오클랜드 서쪽의 와이타케레 산맥에 위치한 트레킹 코스 중 하나로, 카우리 나무 숲을 지나면서 폭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코스 중간엔 댐도 있는데 오클랜드의 식수로 쓰인다고 한다.

튀긴 만두, 김밥, 사과를 도시락으로 싸고 출발했다. 하늘이 흐리긴 했지만 뉴질랜드 겨울은 늘 이런 날씨다. 오클랜드 시티를 벗어나 고속도로를 한참 달려 작은 마을을 거쳐 구불구불한 비포장 도로 끝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늘은 흐리다 못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초입에서 신발 살균을 하고 드디어 걷기가 시작됐다. 우리는 3시간 코스로 걸을 예정이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와 한국에서 보시 못하는 다양한 식물들을 보며 기분 좋은 걷기를 시작했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옆을 한참 걸어가니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끊임없는 계단이 이어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종알거리던 우리는 숨이 차기 시작하고 이내 말을 할 수 있는 숨은 더 이상 남지 않았다. 헉헉대며 계단을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올랐다. 중간에 멈춰 쉬고 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건네고 우리는 하늘을 향해 계속 전진했다. 어느새 새소리도 들리지 않고 물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길은 무척 잘 관리되어 있어 미끄럽거나 험난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집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내 체력이 문제였다. 나중엔 오기가 생겼다. 50분쯤 걸었을 때, 우리는 드디어 전체 코스 4개 중 첫 번째 지점인 댐에 도착했다. 댐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득한 느낌이 들만큼 높았다. 우린, 우리도 모르는 사이 아주 높은 곳까지 올라와있었다. 산을 오를 땐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어서 어디쯤 올라가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도시락으로 싸 온 음시를 먹었다. 잠시 쉬었을 뿐인데 다시 힘이 생겼다. 체력 게이지가 0으로 깜빡이다가 김밥 한 개에 한 칸, 만두 두 개에 두 칸, 그렇게 열 칸이 모두 차는듯한 느낌이었다. 식사를 거의 마치고 다시 모험을 시작하려고 할 때, 계단에서 쉬고 있던 커플을 다시 만났다.

‘내 생각에 우리는 또 만나게 될 거야. 이따가 봐!’ 인사를 건네고 먼저 출발했다. 중간 지점쯤에서 딱따구리가 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 신비의 새를 찾느라 걸음을 멈췄을 때, 그들은 인사하며 우리를 앞서갔다. 그게 딱따구리였는지, 아니면 신비의 새였는지, 어쨌든 우리는 새 그림자도 보지 못했고 어디선가 계속 들리는 나무 찍는 소리를 등뒤에 두고 그것에서부터 점점 멀어졌다. 상실감 때문이었을까. 그 뒤로 아이들의 투덜거림이 시작됐다.

Cascade Kauri 코스가 설명된 표지판을 시작으로, 험난한 산행이 시작됐다.

‘댐이 정상 아니었어? 왜 자꾸 오르막 길만 나오는 거야?’ 경사가 가파른 산은 아니었지만 오르막길이 끝없이 나오는 이상한 산이었다. 구름으로 뒤덮였던 하늘은 점점 진해지더니 결국 빗방울을 떨구기 시작했고 점점 굵어지다가 다시 작아지다가를 반복했다. 이젠 비를 맞는 것이 아무렇지 않게 된 우리에게 비 자체는 큰 타격이 아니었지만, 낮아지는 체온으로 점점 추워지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맞은 비 무게까지 합쳐져 점점 피로가 쌓였다. 무릎과 골반에서 삐걱거리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뼈와 뼈가 만나는 지점이 계속 부딪혀 점점 깎여나가는 느낌이었다. 삐걱 삐걱대며 드디어 출발 지점에 도착했다. 우리도, 주차해 놓은 차도 비에 흠뻑 젖었다. 산도, 길도, 새도 모두 빗속에 파묻혔다. 다시 40분을 운전해 집에 도착했다. 나는 그날 이후 3일 연속 만보이상 걷기를 열심히 했고 목요일에 결국 탈이 났다. 몸살이다. 결국 내 무릎은 욱신거리며 열을 토하며 자신을 아끼지 않은 것에 대해 이틀 동안 화를 냈다. 꼼짝없이 침대와 한 몸이 되어 해열제로 이틀을 보내고, 주말마다 가기로 결심한 하이킹은 딱 한 번으로 끝이 났다. 무릎을 아꼈어야 했는데, 40살이 넘은 나는 20대처럼 몸을 쓴다. 내가 40 대인건 알지만,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나는 아직도 20대에 머물러 있다. (어쩌면 30대에) 내 머릿속엔 또 다른 우주가 있는지도 모른다. 신체의 나이보다 정신적 나이가 느린 이유는 각자 다른 우주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가끔 내 나이를 생각하면 놀란다.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니, 먼 우주에서 다른 시공간 뭐, 이런 어려운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이미 우리는 다중 우주 속에 살고 있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확실히 무릎에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아프고 불편하기보다는 이상함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젠 확실히 문제가 생겼다고 느껴진다. 한국에 가자마자 병원을 가봐야겠다. 달리기를 적당이 했어야 했는데, 의사가 무릎에 이상이 전혀 없다고 했을 때 다른 병원도 한번 더 가봤어야 했는데, 이제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하나뿐인 무릎을 다시 살려야 한다. 조금 쉬어보고, 너무 안 쓰면 안 좋을 수도 있으니





도서관 투어


두 번째 방학 활동으로 계획한 건, 도서관 투어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도서관에 가서 책 읽기가 목표였는데, 굳이 집이 아닌 도서관을 찾은 이유는, 장소와 환경이 사람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방학이라고 집에서 책 읽기 3시간 계획을 세워봤자 그 계획이 실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몇 번 시도해 봤기 때문이다. 집은 책을 읽을 수 없게 하는 방해요소가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차를 타고 도서관 투어를 시작했다. 반은 관광 삼아.

오클랜드 도서관들은 넓고, (당연히) 책이 많고, 소파와 책상이 많고, 시끄럽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그리고 책 대여 기간이 길다. 기본적으로 28일 대여가 가능하고 반납을 안 했을 경우 자동으로 대여기간이 28일 더 연장된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대여하기를 희망하여 대출을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면 첫 28일 후 반납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여유 있게 책을 읽을 수 있다. 다만, 대여 희망이 많은 인기 있는 책은 14일로 대출 기간이 짧다. 책은 한 번에 35권까지 대출할 수 있다. 여러 장점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내가 빌린 책을 오클랜드 도서관 어느 지점에 반납을 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대출과 반납이 수월하다. 오클랜드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은 동네마다 있다. 동네 도서관마다 보유하고 있는 책도 다르다. 타카푸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옆동네인 데본포트 도서관에 반납할 수 있는 점은 나에게 여러 도서관을 다닐 수 있는 자유를 줬다. 내가 보고 싶은 책이 먼 지역 도서관에 있을 땐 우리나라처럼 상호대차를 신청할 수 있는데, 책이 예약한 도서관에 도착하고 8일 안에 책을 가지고 가면 된다. 뉴질랜드는 느리다기보다 여유롭게 돌아가고 있다. 처음엔 느리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살다 보니 여유로움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Birkenhead Library는 전경이 정말 좋다. 맨 오른쪽은 Devonport Library인데 여기도 바다 전망이다.

뉴질랜드 도서관이 여유 있게 느껴지는 또 다른 점은, 책 선반이 5칸뿐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 선반이 내 키보다 낮다. 선반 사이도 넓고 책 등이 보에게 꽂아져 있는 책이 대부분이지만 책 표지가 보이게 진열해 놓은 책도 무척 많다. 도서관 공간이 넓기 때문에 가능하다. 컴퓨터와 개인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이 있고, 소파가 많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 동안 핫 초콜릿을 손에 들고 도서관 소파에 앉아 책을 봤다. 책을 보며 졸기도 하고 둘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3시간은 금세 지나간다. 몇 권을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도서관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곳이고, 마음이 편한 장소라는 생각이 그들에게 심어진다면 내 목적은 이룬 셈이다.



이렇게 단 두 개의 계획뿐이었는데, 방학 막바지엔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하루는 만두를 350개 만들었고, 하루는 시티에서 크로키를 하고 식사 후 중고 서점에 가느라 사라져 버렸다. 서점 이름이 ‘Hard to Find’였는데 이름처럼 한 권, 한 권 책을 꺼내고 들여다봐야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어렵지만 보물을 발견 하는 순간의 기쁨은 더 크겠지. 이곳은 다음에 여유를 두고 다시 방문하려고 한다. 개학 전 주말엔, 큰 애는 밀린 미술 숙제를 하느라 정신없이 보냈고 작은 애는 털실로 방울을 수십 개 만들며 보냈다. 하루종일 털실을 감고, 묶고, 잘라내는 작은 아이를 보면서 그 아이의 세상을 이해하고 존중하려고 애썼다. 그 아이는 박스를 가득 채운 털실 방울을 보며 무척 행복해했고, 나는 그 아이의 행복을 보며 행복했다. 나는 이상한 요리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망쳤고, 감사하게도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우리 애들은 맛있게 먹어줬다.


방학은 끝났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루에 7시간 혼자인 시간이 다시 생겼고 이제 나는 혼자 도서관에 온다. 오늘은 오클랜드 시티 아래쪽에 있는 Epsom Library다. 도서관은 늘 그렇듯 옆테이블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고, 진공청소기인지, 핸드 드라이어인지 모르겠는 소음이 멀리서 들려온다. 어린아이들의 소꿉 놀이하는 소리와 갓난아기의 옹알이도 들린다. 누군가의 전화벨이 울렸고, 그는 전화를 받고 상대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국처럼 도서관이 조용하지 않다. 하지만 시끄럽지도 않다. 도서관에서 큰 소리를 내지 않아야 한다는 걸 뉴질랜드 사람들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소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애쓰지는 않는다. 이곳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고 적절한 자유가 허용되는 곳이다. 글을 쓰는 나는 이곳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 공부하기엔 다소 거슬리는 소음일지도 모르겠다. 일상을 글로 남기는 나는 사람 소리가 들리는 도서관이 작업 공간으로 딱이다.


앞으로 20주의 학교 생활과 2주의 방학이 남았다.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난 한국으로 간다. 가족과 다시 만난다. 올해는 작년보다 마음이 많이 편안해졌지만, 그래도 가족이 여전히 그립다. 여름이 내 삶에서 사라졌지만, 여름보다 가족을 만나는 일이 더 기쁘다. 이제 남은 학교 일정은 아이도 나도,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일만 남았다. 시험이 끝나면 또 다른 시험을 치를 것이고, 그 시험이 끝나면 다음 시험이 또 있다. 남편 없이 아이와 지내는 것이, 가끔은 힘들고 벅차기도 한데, 아이들은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행복하기만 하다. 가끔은 유학 결정을 후회하기도 한다. 인생은 어쩜 이렇게 결정과 후회의 반복으로 이루어지는지, 놀라울 만큼 반복된다. 다행히 그 반복을 통해 나는 계속 성장했고, 지금도 힘들지만 모두가 다른 세계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중이라고 위로하며 지내고 있다. 후회는 대게 남편이 보고 싶을 때나 외로움이 느껴질 때다. 내가 힘들어서 기대고 싶을 때, 도저히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누군가와 의견을 나누고 싶을 때, 캄캄한 밤이 너무 무료해 맥주 한잔하고 싶을 때, 대게는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 때 그렇다. 아이들은 쑥쑥 커서 우리의 품을 떠날 것이고, 그때 남편과 못 지낸 만큼 신나게 보내려는 계획을 하고 있다. 떨어진 만큼 더 찰싹 붙어서 지내야지.


올해는, 이제 4달 남았다. 한국 가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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