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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선생 Jun 15. 2020

나의 메시아

[음악에세이#02]마이클 잭슨의 「Beat It」  



Michael Jackson.


'음악'이라는 매개가 한 인간의 삶을 바꿔놓을 수 있음을 증명한 메시아. 지구 반대편의 이름 모를 소년마저 전율하게 만든 위대한 아티스트.

‘POP의 황제’, ‘최고의 보컬리스트’, ‘세기의 춤꾼’, ‘전대미문의 뮤지션’, ‘진정한 휴머니스트’. 하지만 그를 향한 그 어떤 찬사와 미사여구도, 오롯이 그를 대변할 수는 없다.

그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는 건,

오직 Michael Jackson이라는 자신의 이름뿐이다.



  작은 외삼촌의 방에 꽂힌 원형의 납작한 플라스틱 조각들. LP 혹은 레코드판이라고 불리는 신기한 물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아마 예닐곱 살 때쯤이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동그랗고 납작한 플라스틱 조각이 신기했고, 그것을 하나하나 빼내어 구경하는 것은 언젠가부터 소년의 큰 즐거움이 되었다. 소년은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인해 손이 비틀어져 세상과 담을 쌓아버린 외삼촌의 처지가 때때로 안타까웠지만, 외갓집에 들를 때마다 작은방에서 그것들을 꺼내보는 행복을 누릴 수 있음에 차라리 잘됐다는 철없는 생각을 갖기도 했다.


  알지도 못하는 알파벳을 짧은 실력으로 읽어가는 재미에 노란 머리, 파란 눈을 가진 사람들의 모습이 익숙해졌던 어느 날, 파마머리의 새까만 얼굴과 깡마른 체형을 가진 흑인의 모습이 소년의 눈에 띄었다. '흑인'이라는 단어보다 '깜둥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만큼 흑인에 대한 잘못된 혐오가 팽배해있었던 시절, 이 남자만은 “뭔가 다르게 느껴졌다”는 것이 소년의 기억이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흰색 재킷을 입고 비스듬히 누운 한 흑인 남자의 LP판을 도무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소년은 마치 운명처럼, 작은 외삼촌에게 “LP판을 들려달라”고 처음 부탁했다. 음악을 너무나 사랑했던 소년의 외삼촌은 꼬마 조카의 부탁이 기특했는지 듣던 음악을 멈추고는, 비틀어진 왼손으로 힘겹게 판을 부여잡고 다른 한 손으로 힘겹게 판을 턴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턴테이블에 올려진 LP가 돌아가는 순간, 소년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소년은 이런 음악이 세상에 존재하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의 음악들은 그야말로 충격이고 환희였다. 몇 곡이 흐른 후, 음산한 소리와 함께 강한 비트가 요동쳤다. 다섯 번째 트랙, 「Beat It」이었다. 「Beat It」을 처음 듣던 순간에 대해, 훗날 소년은 이렇게 회상했다.


등에서 마치 땀이 흘러내리는 것 같았는데, 처음에는 그게 도입부의
음산한 소리 때문인 줄 알았어.

한 참 후에야 알았지.
그게 ‘전율’이었다는 걸.


  음산하고 독특한 도입부로 시작해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거쳐 중반부의 기타 솔로에 이르러 절정을 맞을 때까지, 노래는 쉴 새 없이 소년의 가슴을 때렸다. 4분 17초 간, 소년은 그저 전율했다. 음악이 인간을 전율시킬 수 있을 만큼 위대한 매개임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내가 음악을 사랑하게 한 위대한 남자, MJ. 그가 남긴 명반들. 비록 그의 컴필레이션 앨범이지만, 여기에 HISTORY도 빠져서는 안된다.


  그날 이후, 소년은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동경과 열망이 가득한 사춘기를 보냈다. 소년은 마치 음악을 생각하고 듣고 부르는 일이 할 수 있는 전부인 듯 살아갔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포기해야 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음악을 알고, 듣고, 사랑하게 된 것이야 말로 자신에게 내린 ‘구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은 소년만의 메시아, MJ덕분이었다. 소년은 오랜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었고, 친구들과 술 한잔을 나눌 때면 여전히 MJ와 그의 음악에 대해 말하곤 한다.


내가 만약 그 날 외삼촌의 방에서 마이클 잭슨의 앨범을 뽑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뽑은 앨범이 <Thriller>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음악을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몰라.

그 날 만약 「Beat It」을 들을 수 없었거나 내가 다섯 번째 노래(side B의 1번)까지 들을 시간이 없었다면...
그건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야.

그 노래를 모르고 살았다고 생각해봐.
그거 지옥이야. 지옥에서 산거나 다름없다고.


- 수필 ‘소년의 메시아’ 중에서

다가오는 그의 忌日(6월 25일)을 맞아, 그를 추모하며.



# 추천 Playlist

<Thriller>

- Beat It

- Billie Jean

- The girl is mine(Paul McCartney)


<BAD>

- BAD

- Smooth Criminal

- Man In The Mirror


<Dangerous>

- Jam

- Black Or White

- Will You Be There

- Heal The World


<HISTORY>

- You Are Not Al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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